히말라야 6220m 빙벽 사트 피크, 세계 최초 등정... 대한산악연맹 새 역사 썼다
- 안치영 대장 등 3인, 비박·악천후 뚫고 해발 6220m 등정 - 이탈리아도 포기한 6100m 혼합 구간 정면 돌파 - 경량·무지원 '알파인 스타일'로 정통 알피니즘 증명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회장 조좌진)은 '2026 히말라야 SAT PEAK 원정대'가 네팔 히말라야 칸첸중가 지역의 험준한 샤르푸 산군에 위치한 미답봉 사트 피크(SAT PEAK, 6,220m)를 세계 최초로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사트 피크는 네팔 최동부 타플레중(Taplejung) 지역, 거대한 칸첸중가 주봉(8,586m)과 쿰바카르나(자누, 7,711m) 서쪽 깊은 빙하 계곡에 오랜 시간 인간의 발길을 철저히 거부해 온 숨겨진 피라미드처럼 솟은 봉우리이다.
사트 피크는 날카로운 빙능선과 수직에 가까운 암·빙 혼합 구간이 끝없이 이어져 과거 유럽의 최정예 원정대조차 발길을 돌려야 했던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이번 등정은 셰르파의 직접적인 도움이나 대규모 고정 로프에 의존하지 않고 소수의 대원이 자력으로 극단적인 자연환경을 돌파하는 알파인 스타일(Alpine Style - 경량, 무지원 방식)로 이루어져 국제 산악계에서도 주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악천후와 고립 이겨낸 6220m 미답봉 등정기
안치영 원정대장을 필두로 총 7명의 대원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지난 4월 11일 고국을 떠나 한 달여의 험난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카트만두를 거쳐 항공편으로 동부 바드라푸르에 닿은 이들은 정글과 험준한 협곡이 끝없이 이어지는 35km의 도보 카라반을 거쳐 나핀다 협곡 상부에 전진 기지인 베이스캠프를 구축했다.
원정대는 4월 28일 베이스캠프를 출발하여 29일 캠프2를 구축하며 고도를 높였다. 그러나 30일 갑작스럽게 몰아친 악천후로 인해 대원들은 해발 6,000m의 좁은 텐트 안에서 고립된 채 비박을 감행하며 기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희박한 산소와 영하 수십 도의 맹위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한 대원들은 기상이 호전된 5월 1일 신속하게 캠프3를 전진 구축했고, 이튿날인 5월 2일 안치영 대장과 이상국, 이의준 대원이 마지막 빙능선을 넘어 미지의 정상에 도달했다. 대원들은 정상 등정 후 캠프3로 귀환하여 하룻밤을 비박한 뒤, 오늘(3일) 베이스캠프로 무사히 하산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도 무릎 꿇은 난공불락 요새, 알파인 스타일로 뚫다
사트 피크가 미답봉으로 남아 있던 이유는 극단적인 지형적 난이도에 있다. 정상부로 갈수록 급격히 좁아지는 산세는 깎아지른 수직 설벽을 형성하고 있으며,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빙능선과 얼음, 바위가 불규칙하게 엉킨 거대한 혼합 지형은 산악인들에게 고도의 등반 기술과 극한의 인내심을 동시에 요구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이탈리아 원정대가 동남 능선을 타고 이 산의 정상 공격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팀 역시 살인적인 막바지 혼합 지형과 악천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상 직전인 약 6,100m 전위봉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한국 원정대는 이탈리아 팀이 포기했던 동벽과 동남벽 루트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원정의 가장 큰 특징은 산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알파인 스타일'을 철저히 고수했다는 점이다.
대한산악연맹 조좌진 회장은 "이번 세계 초등정 성공은 대한민국 산악인의 저력과 불굴의 도전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성과"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통 알피니즘의 가치를 증명해낸 대원들이 자랑스럽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원정은 DYPNF, HK이노엔, 노스페이스의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원정대는 현지 베이스캠프 철수 작업을 거쳐 오는 5월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대한산악연맹은 이번 SAT PEAK 초등 성공이 침체된 국내 산악계에 새로운 도전 정신을 불어넣고, 대한민국 알피니즘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