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오는 19일 방한 日총리, 안동 '금소마을'을 추천하는 이유

- 일본 소도시 닮은 봇도랑 흐르는, '비단내' - 다카이치 총리 발자취 따르는 일본인 여행 심리 공략 - 한옥 체류와 전통 자원 융합한 촌캉스 여행상품 개발

2026-05-18     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19일 안동 방문을 공식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중심지인 안동이 새로운 글로벌 외교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안동이 지닌 깊은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여정 속에서, 일본의 고즈넉한 풍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공간을 함께 연계한다면 더욱 깊이 있는 문화적 교감이 가능해진다.

일본 관광 시장에서는 자국 총리가 방문한 발자취를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고 탐방하려는 개별 여행객들의 심리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만큼, 이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는 맞춤형 체류 공간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안동시 임하면에 위치한 금소마을이 일본인 관광객들의 정서와 여행 패턴에 부합하는 핵심 목적지로 주목받는 이유를 직접 찾아 체크해 봤다.

일본 소도시 연상시키는 청정 수로 '봇도랑'

금소마을이 지닌 고유한 정체성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깊은 유래에서 출발한다. 이곳은 조선시대 예천 임씨가 처음 터를 잡은 뒤 형제뻘인 울진 임씨가 합류하며 촌락을 형성해 현재까지도 주민의 90% 이상이 임씨 성을 가진 전형적인 집성촌이다.

옛 선조들은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내천이 마치 눈부신 비단을 길게 펼쳐놓은 듯 아름답다 하여 이곳을 '금수(錦水)' 혹은 '금양(錦陽)'이라 불렀다. 이 '비단내'라는 낭만적인 유래는 조선 왕실에 최고급 안동포를 진상하며 대한민국 길쌈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마을의 내력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마을 내부로 들어서면 가옥들 사이를 유유히 관통하는 수로인 '봇도랑'이 흐른다. 인근 강에서 직접 유입되어 어린아이의 허리춤에 닿을 만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이 봇도랑은, 가옥 바로 곁으로 청정한 물이 흐르는 일본 소도시의 전통 수로 구조와 매우 닮아 있어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이국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친숙함을 선사한다.

과거 이 봇도랑은 마을 여인들이 몸을 숨기고 정답게 멱을 감던 생활 터전이었으며, 남정네들은 마을 외곽의 길안천변에서 목욕을 즐기며 철저히 분리된 생활 방식을 유지했다. 현재 길안천변에는 6만여 평 규모의 친수공원인 금소생태공원이 조성되어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를 제공하고 있으며, 밤이 되면 봇도랑에서는 대마 줄기로 만든 뗏목에 소원지와 등을 얹어 흘려보내는 몽환적인 야간 체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천년의 안동포 장인 정신과 전통 안동포 선물

금소마을의 문화적 층위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40호 안동포짜기를 기반으로 온전히 완성된다. 대마의 껍질을 벗겨 일일이 치아로 가늘게 쪼갠 후 허벅지에 비벼 실을 꼬아내는 안동포는 천년을 이어온 치열한 장인 정신의 산물이다. 평생을 베틀 앞에 앉아온 故 김점호 보유자를 비롯한 전승자들의 혼이 깃든 안동포는 현재 이불, 의상, 가방, 파우치, 안대 등 다채로운 현대적 공예품으로 재탄생하여 전시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러한 안동포의 숭고한 명맥을 체계적으로 잇고 있는 구심점은 금소마을 내에 자리한 국가무형문화재 보유단체 '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다. 금소중앙길에 위치한 전수교육관을 거점으로, 보존회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 치열한 후계자 양성과 대중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24년 3월부터 11월까지 65회에 걸쳐 전통직조 기능인력 양성교육을 꾸준히 운영하며 기술의 단절을 막아냈고, 앞서 2023년에는 안동포짜기 공개 시연을 '금소마을 안동포 봇도랑 축제'와 연계하여 고된 길쌈 노동을 대중적인 문화 축제로 승화시킨 바 있다.

나아가 보존회는 다가오는 2025년 8월부터 학교와 지역 사회로 직접 파고드는 '찾아가는 체험교실'을 확대 운영하며 안동포의 현대적 활용과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이처럼 전수교육관을 중심으로 한 보존회의 끈질긴 전승 노력과 지역 사회의 협업이 굳건하게 뒷받침되었기에, 안동포는 박물관에 갇힌 유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문화 자산으로서 일본 총리에게 전달될 최고급 외교 선물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정부 측은 오는 19일 방문하는 일본 총리에게 안동 금소마을에서 지은 안동포를 선물하여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연결을 기원하는 깊은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아침 안개 속 대마밭 명상이나 전통 주전부리인 '찰오찌' 쿠킹클래스 등 헴프를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과 맞물려 글로벌 힐링 관광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산불 아픔 치유한 만초고택과 문화 콘텐츠

체류형 관광의 핵심인 숙박 시설도 수백 년의 세월을 간직한 전통 고택부터, 금소마을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새롭게 구축되었다. 만초고택을 비롯한 전통 가옥들은 외형의 문화재적 가치를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내부의 구조적 불편함을 개선하여 1박 2일간 편안하게 머무는 촌캉스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 고택들과 긴밀하게 맞물려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은 권용숙 (사)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 사무국장이다. 권 국장이 옛 농협 창고를 현대적으로 개조해 운영하는 카페 '고고창고'는 투숙객들을 위한 체크인(커뮤니티) 센터이자 차담을 나누며 마을의 생생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안내소 역할을 수행한다.

카페 주변을 걷다 보면 주민들의 회복 의지가 담긴 독특한 조형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 2025년 봄 경북 지역을 덮친 대형 산불로 인해 가옥과 시설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주민들은 불에 탄 농기계와 깨진 장독에 흙을 채우고 화초를 심어 거리를 예술적으로 가꾸어냈다.

상실의 기억을 재생으로 탈바꿈시킨 이 공동체의 치유 과정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그을린 돌, 데구르르'로 제작되어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결실을 맺었으며, 권 국장 역시 마을을 대표해 영화제에 참석하며 금소마을의 서사를 외부에 널리 알렸다.

한일 전문가가 공감한 나라현 연계 유치전략

이러한 금소마을의 도약 이면에는 현장의 자원을 발굴해 온 로컬여행사 길과 마을 김관수 대표와 일본 인바운드 시장에 밝은 여행전문가와 깊은 문화적 교감과 아이디어의 일치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들은 안동의 역사 및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안동이 지닌 유교적 무게감과 문화적 가치가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나라현(奈良県)'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일본 전 국민의 여권 소지율이 17%에 불과한 상황을 고려할 때, 안동을 독자적으로 홍보하기보다 '가족 3대가 함께 떠나는 생애 첫 해외 여행지'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뜻을 모았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안동으로 초대되는 한일 정상회담의 거대한 서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다면, 일본 관광객들에게 확고한 신뢰와 호기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대구나 부산 등 주요 국제공항 노선과 연계한 2박 3일 주유 코스를 통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함께 논의되었다.

관광 콘텐츠 측면에서 김 대표는 '양반의 예절'과 '시니어 모델'의 파급력에 깊이 공감하며 현장 적용을 구상하고 있다. 사무라이의 사케와 조선 양반의 소주를 문화적으로 대비시키며,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갓과 도포를 갖춰 입은 어른이 두 손으로 정중히 술을 받고 고개를 돌려 마시는 법도를 시연하는 것만으로도 일본 실버층에게는 어른에 대한 존중과 공경을 일깨우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나아가 마을을 지키는 어르신들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방안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마을에서 평범하게 일상적인 노동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아니라, 전통 의상을 정갈하게 갖춰 입고 골목을 거니는 '시니어 모델'로 활약해 주셔야 관광지 전체의 공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라는 일본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마을의 풍경을 재편 중이다. 흔쾌히 미소 지으며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시니어 모델들이 전통 마을 곳곳에 자리한다면, 금소마을은 단순한 관람형 관광지를 넘어 그 자체로 호흡하고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박물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김 대표는 “2026년을 시작하며 안동시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안동적이고 가장 한국적인 지역관광상품 개발 및 이를 통한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왔다”고 밝히면서 “이번 안동에서의 한일정상회담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일본 관광객의 안동 유치에 더욱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