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억 숙박앱(여기어때·야놀자) 갑질 철퇴, 골목상권 울린 플랫폼 결국 기소
- 15억 과징금 뒤집은 중기부 고발, 독과점 플랫폼 형사재판 세워 - 359억 쿠폰 강제 소멸시킨 숙박앱, 3만 영세업체 울린 횡포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영세 숙박업소의 판촉 비용을 일방적으로 탈취해 온 거대 온라인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와 야놀자가 결국 형사 재판을 받게 되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두 회사 법인과 여기어때 창업주 심명섭 전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기소는 단순한 기업 간의 분쟁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에 제동을 건 중소벤처기업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새로운 플랫폼 규제 법리가 맞물려 6년 만에 도출된 사법적 결실이다.
플랫폼 갑질 규제의 서막과 사법 처리 타임라인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만 곳의 중소 모텔과 호텔 등은 플랫폼 앱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광고와 쿠폰이 결합된 상품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플랫폼 측은 소비자가 기한 내에 사용하지 않은 쿠폰을 입점 업체에 환불해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소멸시켰고, 참다못한 대한숙박업중앙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정식으로 신고하면서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공정위 심사지침과 중기부의 정밀 타격
사건이 단순 행정 처분에서 형사 기소로 전환될 수 있었던 핵심 배경에는 2023년 1월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지침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에 맞춰져 있던 공정거래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불이익을 강요하거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엄단할 수 있는 확고한 법리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러나 정작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여기어때와 야놀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5억 4000만 원의 과징금만을 부과하며 1단계 행정 처분으로 사건을 매듭지으려 했다. 350억 원이 넘는 입점 업체의 막대한 피해 규모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대목이다.
이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권익 보호를 주관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칼을 빼 들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연합회(KFME) 등의 피해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사안의 사회적 파급 효과가 막대하다고 판단, 공정위의 행정 처분에 불복하고 '의무고발요청제도'를 발동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발 사유는 명확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앱 상단 노출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들에게 불리한 쿠폰 소멸 정책을 고의로 강요했고, 이를 통해 취득한 부당 이득이 359억 원에 달해 국가 경제의 모세혈관인 골목상권을 심각하게 교란했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어때의 전 대표이사는 이러한 착취 구조를 통해 기업 가치를 부풀린 뒤 해외 사모펀드에 거액을 받고 회사를 매각해 개인적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범죄의 고의성과 악의성이 중대하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검찰의 불구속 기소는 새로운 플랫폼 규제 법리의 도입과, 거대 플랫폼의 횡포로부터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관계 부처의 끈질긴 법적 대응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관행에 제동을 걸고,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강력한 판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