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대통령의 숨겨진 정원에서 모두의 쉼터로… 하늘길 열린 '청남대'
- 산등성 가르는 모노레일, 제1전망대에서 굽어보는 대청호의 절경 - 오각정 지나 마주한 22m 봉황탑, 바람에 흔들리는 짜릿한 파노라마 - 338 경비대대 막사는 문화공간으로, 시원한 음악분수는 힐링 쉼터로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충북 청주에 자리한 청남대는 20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남쪽의 청와대'다. 과거 대통령들의 은밀한 휴양지였던 이곳은 이제 누구나 찾아와 맑은 공기와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당산 벙커와 그림책정원 1937에 이어 세 번째 여행지로 찾은 청남대에서 싱그러운 여름날의 산책을 즐겨보자.
모노레일 타고 오르는 제1전망대, 발아래 펼쳐진 풍광
이번 청남대 여행의 새로운 하이라이트로 떠오른 것이 있으니, 바로 산등성을 가로지르는 '청남대 모노레일'이다. 작년 하반기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새롭게 단장한 모노레일을 타면 제1전망대까지 땀을 흘리지 않고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최대 4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청남대 모노레일은 노선 길이 330.3m의 궤도를 따라 약 7분 만에 산 정상의 제1전망대에 닿는다. 궤도 바로 옆으로는 645개로 이루어진 가파른 '행복의 계단'이 나란히 조성되어 있어, 창밖으로 등산로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간간이 구경하며 오르는 재미도 있다. 모노레일 탑승 요금은 대인 5,000원이며, 소인과 경로, 충북도민, 장애인 등은 3,000원으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승하차장과 전망대 위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탑승 전 미리 다녀오는 것이 쾌적한 관람을 위한 작은 팁이다.
숲을 뚫고 모노레일이 도착하는 곳은 청남대에서 가장 높은 '제1전망대'다.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전망대 데크에 서면, 멀리 나선형의 '봉황탑'이 한참 발아래로 까마득히 내려다보인다. 대청호의 푸른 물결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진 풍경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상쾌한 장관이다. 파노라마 안내판과 망원경을 통해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큰섬과 작은섬도 또렷하게 찾아볼 수 있다. '청남대 오길 잘했지?'라는 재미있는 포토존 앞에서 방문객들은 저마다 밝은 미소로 여름 여행의 추억을 남긴다.
철통 보안의 별장에서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제1전망대에서 내려와 안내 지도에 적힌 청남대의 명소들을 천천히 걷다 보면, 역대 대통령들이 왜 이곳을 그토록 아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던 곳이었다. 1983년 조성된 이래 2003년 4월 18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유권을 충청북도로 이양하며 전면 개방하기 전까지 청남대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경내에 자리한 청남대기념관은 당시의 긴장감 넘치던 분위기와 현대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장소다. 과거 청남대의 경비를 책임졌던 '338 경비대대' 군인들이 사용하던 막사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현재는 '메타포레'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1989년 대통령경호실에 배속되어 철통 보안을 전담했던 부대의 작전 기록과 훈련 모습을 담은 빛바랜 흑백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역사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실 한편 대통령관에는 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실제로 사용했던 자전거, 찻잔, 도서, 생활 소품 등이 보존되어 있어 화려한 권력자 이면에 숨겨진 소박하고 인간적인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짜릿함, 22m 봉황탑과 본관 산책
금빛 봉황 장식이 새겨진 거대한 철문을 지나면 본관 앞 주도로 양옆으로는 수령 80년 이상의 '반송' 32그루가 둥글고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하며 우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청남대의 중심인 '본관'은 역대 대통령들이 실제 머물렀던 곳으로, 접견실, 식당, 침실 등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본관을 지나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무궁화 모양의 '오각정'을 거치면, 드디어 '봉황의 숲'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은 본래 청남대를 지키던 경비부대의 발칸 1진지가 있던 곳인데, 현재는 높이 22m의 거대한 나선형 '봉황탑'으로 새롭게 조성되었다. 타워의 나선형 길을 따라 빙글빙글 걸어 올라가면 청남대 전체를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탑은 풍하중 설계가 적용되어 있어 오르내릴 때 바람에 흔들리는 아찔하고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봉황탑에서 내려다보이는 대통령기념관은 청와대 본관 건물을 실제보다 60% 축소해 지은 곳이다. 지하층에 마련된 대통령 체험장에서는 대통령 24시, 대국민 연설,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국무회의장 등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 1층에는 카페와 청남대 및 역대 대통령 기록화 10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2층에는 200석 규모의 영빈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기념관에서 나오면 초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음악분수'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과거 양어장으로 쓰이던 곳에 조성된 이 분수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춤을 추며 청량감을 선사한다. 바로 옆으로는 100여 주의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와 데크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힐링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고향의 향수를 달랬던 '초가정', 역대 대통령들이 휴식을 취했던 클럽하우스 '그늘집(현 호수광장)' 등 발길 닿는 곳마다 훌륭한 산책 코스가 이어진다.
한때 지도에도 없던 비밀의 휴양지 '청남대'는 이제 누구나 찾아와 자연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평화로운 호수정원으로 활짝 열려 있다. 청량한 호수 바람과 흥미로운 역사가 어우러진 청남대의 숲길을 걸으며 기분 좋은 여름날의 여유를 만끽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