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JTBC 드라마 ‘아파트’, 관리비 100억 싹쓸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JTBC 새 토일드라마 ‘아파트’가 오는 11일 첫 방송을 한다.
전직 조직폭력배 보스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뛰어들어 아파트 단지의 비리를 파헤친다는 설정만 보면 코믹 휴먼 드라마다. 하지만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 구조를 압축해 보여준다.
일명 아파트를 ‘작은 국가’라고 부른다. 그런 작은 국가 속에서 입주민회장은 ‘대통령’이다.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수백, 수천 세대가 공동의 자산을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하나의 경제 공동체다.
이런 점에서 '아파트'는 주민 간 갈등을 그리는 작품을 넘어 공동자금과 권력, 부동산 가치, 이해관계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실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폭 보스, 입주자대표 선거 출마
극 중 지성이 연기하는 박해강은 전직 조직폭력배 보스다. 그는 처음에는 아파트에 쌓여 있는 막대한 돈을 노리고 입주민회장 선거에 출마하지만, 점차 단지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를 추적하는 인물로 변화한다. 문소리는 정의감 있는 주민 장숙진 역을 맡아 박해강과 함께 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이 설정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순한 주민 모임이 아니다.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각종 시설 운영비, 공사업체 선정, 경비와 미화 용역 계약 등 수십억 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의사결정 기구다. 대규모 단지일수록 연간 집행되는 예산은 중소기업이나 지방 공공기관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입주민회장이 어떤 공사를 추진할지, 어떤 업체와 계약할지, 공동시설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따라 단지의 예산은 물론 거주 환경과 자산 가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장기수선충당금은 경제적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대부분의 입주민은 매달 관리비와 함께 일정 금액을 납부하지만, 실제로 이 돈이 얼마나 쌓이고 어디에 사용되는지 정확히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대단지 아파트라면 장기수선충당금이 수십억 원 이상 적립되는 사례도 흔하다. 엘리베이터 교체, 외벽 보수, 배관 공사, 지하주차장 정비 등 대규모 시설 개선에 사용되는 자금인 만큼 관리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입주민회장은 금권 권력
이 때문에 입주민회장 선거는 단순한 주민 대표를 뽑는 행사가 아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공동자금의 사용 방향을 결정하는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 가깝다. 드라마 속 박해강이 회장직을 둘러싼 갈등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이유도 결국 돈과 권력이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관점에서도 아파트는 하나의 경제 생태계다.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할지, 조경을 개선할지, 주차 공간을 늘릴지와 같은 결정은 단순한 편의시설 개선을 넘어 아파트의 경쟁력과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관리가 잘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의 가치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공동체와 경제의 관계다.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아파트 역시 제한된 예산 안에서 경비 인력을 늘릴지, 보안 시스템을 강화할지, 어린이 놀이터를 개선할지, 주민 편의시설을 확충할지를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결국 모든 결정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아파트'는 생활 밀착형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경제학 교과서에서 다루는 공공재와 집단 의사결정, 정보의 비대칭성, 대리인 문제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주민 개개인의 선택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공동체의 결정이 다시 개인의 자산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는 현대 경제의 축소판과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