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일본 청소년 사이 한본어(한국어+일본어) 유행

2026-07-21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최근 일본 청소년 사이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사용하는 이른바 ‘한본어’가 새로운 언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우리나라가 일본어 표현을 한국어 문장 속에 섞어 쓰는 것처럼 이제는 일본 청소년 사이에서 한본어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의 확산을 넘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이 일본 소비문화와 언어생활까지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본어가 뭐기에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어 ‘맛있어’와 일본어 추측 표현인 ‘~そう’를 결합한 ‘マシッソそう’다. 음식 사진을 보며 “맛있어 보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일본어 ‘ちょっと’와 한국어 ‘기다려’, 일본어 존댓말 ‘ください’를 합친 ‘チョット 기다려ください’도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 밖에도 한국어 “괜찮아”를 그대로 발음한 ‘ケンチャナ’, 일본어 ‘やばい’와 한국어 연결어미 ‘~인데’를 결합한 “야바인데”, K팝 팬덤에서 사용하는 ‘막내’, ‘직캠’, ‘영통’ 등의 단어를 일본어 대화 속에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 젊은 층은 이러한 표현을 단순히 한국어 학습 차원이 아니라 친근하고 세련된 인터넷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본어 유행인 이유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배경에는 K팝과 K드라마, 예능, 웹툰 등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 청소년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라이브 방송과 팬 소통 콘텐츠, 예능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한국어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특히 팬덤 문화에서는 한국어 원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정보를 가장 빠르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부 단어는 번역보다 원어 사용이 오히려 일반적인 문화가 됐다. 언어는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함께 소비되는 문화 자산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단순히 문화 교류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한본어의 확산은 최근 한국과 일본의 산업 경쟁력 변화, 소비시장 변화와도 일정 부분 맞물려 있이다.

과거 일본은 전자제품과 자동차, 패션,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 소비시장을 이끌며 일본어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상징성을 가졌다.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곧 최신 유행을 의미했고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J팝이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면서 일본어 표현이 해외로 확산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반면 최근 10여 년 사이에는 한국 문화산업의 성장 속도가 두드러졌다. 음악과 드라마뿐 아니라 게임, 웹툰,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콘텐츠와 소비재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됐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전체를 함께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어 역시 문화상품의 일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 콘텐츠가 높아지면서 산업도 높아지고 언어도 관심

우리나라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은 화장품과 식품, 관광, 교육 등 연관 산업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높아졌다.

일본 청소년들이 한국어 단어를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것은 언어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가진 상징성과 이미지를 소비하는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거리에서는 한국식 카페와 디저트, 화장품, 패션 브랜드가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한국 식품 전용 코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K뷰티 제품도 일상적인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소비 경험은 한국어를 더욱 친숙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했고, 자연스럽게 언어 사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 상황 역시 간접적인 배경으로 거론된다. 일본은 장기간 이어진 저성장과 실질임금 정체, 청년층의 소비 위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찾는 젊은 세대에게 해외 문화는 일상에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요소가 되고 있으며, 특히 가격 경쟁력과 트렌드를 동시에 갖춘 한국 상품은 매력적인 소비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유행을 앞세운 한국 브랜드는 일본 청년층의 소비 패턴과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반대로 한국은 문화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콘텐츠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뿐 아니라 식품과 화장품, 패션, 관광을 연계한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한국 문화는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발전했다.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 관련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어까지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