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오디세이’, 극장가 깨울까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극장가에 오랜만에 강한 훈풍이 불고 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 ‘오디세이’다.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5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이타카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겪는 길고 위험한 여정을 다룬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맡았고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루피타 뇽오,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이 출연했다.
키클롭스와 세이렌, 폭풍과 신들의 방해가 이어지는 원작의 이야기는 대형 화면을 위한 소재에 가깝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거대한 전쟁,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과 신화적 존재들은 작은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텔레비전보다 극장의 스크린과 음향에서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코로나19 그리고 OTT
오디세이가 주목 받는 이유는 작품 자체 때문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과 OTT 등장으로 인해 극장가는 찬바람이 불었다. 물론 올해초 왕과 사는 남자, 중반에 호프 등의 영화로 인해 관심과 흥행이 있었지만 여전히 극장가는 찬바람이다.
과거 극장은 영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일정 기간만 기다리면 상당수 작품을 집에서 감상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극장은 관람료 부담이 커졌다. 한 사람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교통비와 식음료 비용까지 더해진다. 따라서 둘은 물론 혼자 영화관을 가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에 그동안 극장가는 관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디세이’가 등장한 것이다. 오디세이는 다른 영화와 구분디는 것은 제작 단계부터 극장 관람을 전제로 설계됐다.
IMAX는 ‘오디세이’가 장편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놀란 감독은 일부 장면만 IMAX로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전체를 대형 화면에서 구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놀란 감독은 오래전부터 디지털 효과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실제 장소와 세트, 물리적인 촬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덩케르크’에서는 실제 항공기와 함선을 동원했고, ‘오펜하이머’에서는 핵실험 장면의 시각적 충격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오디세이’에서도 이러한 연출 철학은 이어진다. 바다를 건너는 배와 광활한 자연, 전쟁과 신화적 존재를 가능한 한 실제 공간과 물리적 질감을 바탕으로 촬영해 화면의 무게를 높였다.
이 방식은 제작비와 시간이 많이 들지만 분명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다. 집에서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보는 영화를 서로 다른 상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비싼 특별관부터 찾는 관객들
이런 이유로 일반 상영관보다는 비싼 IMAX와 70㎜ 필름 상영관의 좋은 좌석부터 매진되고 있다.
관객은 이미 줄거리를 비롯해 스포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줄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표를 사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화면과 가장 강한 음향으로 영화를 경험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낸다.
IMAX 상영관은 일반 극장보다 수가 적고, 시야가 좋은 좌석은 더욱 한정돼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제한돼 있으니 희소성이 커진다. 한정된 좌석을 확보하기 위한 조기 예매가 이어지고, 관람 후기가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추가 수요도 만들어진다.
이것은 앞으로 극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OTT와 차별된 극장 영화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