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도역의 보석 ‘구스토리아’…지민규 셰프가 전하는 맛의 감동
소믈리에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와인 비스트로 ‘구스토리아’…와인과의 페어링 눈길 ‘당신에게 행복한 맛과 향을 선사하겠습니다’ 맛으로 감동 전하겠다는 지민규 셰프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상도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중앙대학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버스정류장 뒤쪽 골목 사이에 자그마한 와인 비스트로가 숨어있다. 까만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가면 트리처럼 쌓인 와인병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준다.
여기는 상도역 인근 데이트 명소, 파스타 맛집으로 꼽히는 와인 비스트로 ‘구스토리아(GUSTORIA)’다. 골목 안쪽에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자리한 이곳은 단골들로부터 나만 알고 있기는 아까운 소중한 아지트로 불릴 정도다.
“가장 기쁜 순간은 당연히 손님들께서 구스토리아의 맛을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실 때죠. 여기서 소개팅을 하고 결혼까지 하신 커플이 4팀 정도 되는데, 그중에 한 커플은 신혼여행을 다녀오셔서 ‘와이프가 여기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왔다’며 재방문 하셨어요. 그때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키가 허리만큼 오던 작은 아이들이 훌쩍 커서도 저를 알아보고는 ‘사장님 또 왔어요’ 할 때. 단순할 수 있지만 저는 그런 것들에 감동을 많이 해요”
지난 3일 ‘구스토리아’에서 만난 지민규 셰프는 선한 웃음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는지, 일을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와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지,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식재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어 올리는지 등을 들으면서 여름철 더위도 넘어설 뜨거운 열정과 함께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마음씨가 함께 느껴졌다.
상도역에 위치한 구스토리아는 2020년 11월11일에 처음 오픈했다. 원래는 길 건너편의 10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규모를 확장해 2024년 11월11일부터는 지금의 위치에서 와인 비스트로를 운영해오고 있다.
와인 소믈리에 출신인 지민규 셰프는 20살 때부터 요식업 쪽에 발을 들였다. 많은 이들이 와인은 비싸고 어려운 술이고 뭔가 분위기 있게 마셔야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 연구를 하고 요리를 시작하게 됐다고 지 셰프는 말했다.
“저는 손님들께 전문용어는 잘 안써요. 원래 주종이 어떻게 되세요? 소맥 드세요? 아니면 맥주드세요? 이렇게 여쭤보는 편이고 주종에 맞는 스타일로 추천해드리는 편이에요. 와인도 가격이 싼 와인이 있고 비싼 와인이 있는데 아무리 비싸더라도 먹었을 때 손님께 안 맞으면 안 좋은 와인이겠죠. 싸더라도 입맛에 맞으면 좋은 와인인거죠.”
와인은 크게 생산지, 생산된 연도 등으로 나뉘는데 똑같은 산지라 하더라도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기후상황 등에 따라 품질과 가격에 차이가 발생한다. 와인에 대해 전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 셰프의 설명이다.
“일례로 어떤 지역에 특산물이 있다고 치면 매해 생산되는 특산물의 품질이 다르잖아요? 똑같은 농장에서 생산한 감자라고 해도 기후조건이 잘 맞아서 농사가 잘된 해가 있다면 작황이 좋지 않은 해가 있는 것처럼요. 이렇게 설명해드리면 손님들께서도 쉽게 이해하시더군요. 그리고 사실 소믈리에들도 와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많을 뿐 와인을 좋아하고 많이 드신 분들은 못 이겨요. 와인을 즐기시는 분들은 전문 소믈리에가 아니더라도 맛만 봐도 어떤 와인인지 바로 아시거든요.”
소믈리에 출신의 셰프가 운영하는 와인 비스트로다 보니 ‘구스토리아’의 메뉴들은 대부분 와인과의 페어링이 훌륭했다. 그는 어떤 음식이 와인과 잘 어울릴지를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30가지 가량의 메뉴를 만들어냈다. 메뉴들의 레시피는 모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저희 메뉴는 약간 한식과 양식이 콜라보가 돼 있어요. 치킨 크림 리조또에는 자체적으로 만든 간장이 조금 들어가고, 싸먹는 피자도 고춧가루에 수제 토마토 소스를 믹스해서 매콤한 감칠맛이 나게끔 했어요. 저희 감바스도 유독 새우향이 강하게 많이 나는 이유가 새우소스가 따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건홍합을 대략 100마리 정도 볶은 다음에 갈아서 소스에 들어가는데요. 일례로 바질소스는 재료가 15~20가지 정도나 들어가요.”
구스토리아에서는 기성품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수십가지 재료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기본 베이스가 되는 소스를 만들어둔다. 바질 등 주요 재료들은 별도로 공급받는 곳을 마련해두고 있으며, 사장인 지민규 셰프가 직접 곳곳의 시장을 다니면서 최고의 재료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여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
“사장이 조금만 열심히 뛰면 코스트(Cost, 비용)을 낮출 수 있거든요. 그러면 같은 가격이라도 손님께 더 드릴수 있으니까요. 특히 저희는 생바질만 쓰는데 바질소스를 만들 때 품질 좋은 신선한 바질만 사용합니다. 가격은 3배에서 5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만큼 수소문해서 가격에 맞게 좋은 상품을 찾는거죠. 확실한건 발품을 팔수록 비용은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구스토리아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를 묻는 물음에 그는 손님의 편지를 받았을 때와 매장 불이 꺼진 순간을 꼽았다.
“손님들이 편지를 많이 써주세요. 그때마다 참 많이 감동을 받아요. 한번은 구스토리아에서 소개팅을 하고 결혼까지 하신 커플이 신혼여행을 다녀오셔서 ‘와이프가 여기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왔다’며 재방문 하셨어요.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키가 허리만큼 오던 작은 아이들이 훌쩍 커서도 저를 알아보고는 ‘사장님 또 왔어요’ 할 때. 제가 와이프 출산 때문에 가게 문을 닫고 큰 칠판에 ‘아기 낳고 올게요. 건강하게 태어나길 응원 부탁드릴게요’라고 써뒀더니 손님들이 포스트잇에다가 응원글을 막 써두셨어요. 너무 감사해서 와인도 드리고 했죠. 단순할 수 있지만 저는 그런 것들에 감동을 많이 해요”
“사람이 한번씩 슬럼프가 올 때가 있잖아요. 아침부터 일이 되게 꼬이는 날, 그런 날 정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데 손님 앞에서는 웃어야 할 때 힘이 들더라고요. 그럴 때는 안에만 있기 보다는 시장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식재료를 보면서 힐링 합니다. 그렇게 리프레시를 하고 나서 매장 불을 다 끄고 카운터 마감을 할 때. 그때 약간 공허한 감정이 확 몰려와요. 주방소리와 사람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공간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불까지 꺼져서 어둑해졌을 때 그 순간 조금 멍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는 매장을 오픈하고 10일 정도 지났을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잠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기존에 오후5시~새벽1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조정해 점심장사를 시작하면서 상도역 인근 점심 파스타 수요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6시쯤 일어나 운동으로 몸을 깨우고 10시 전후로 출근해 12시 넘어 집에 들어가기까지. 매장을 오픈하고 2년 동안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만 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적자는 나지 않았지만, 덩달아 아내와 어린 자녀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아이를 위해 아빠로서 부끄러움이나 힘든 것은 죄다 무릅쓰고 어떻게든 가게를 살려보자고 생각한 끝에 홍보를 위한 갖가지 노력을 다했고,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매장을 찾고 방송에까지 출연하는 등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 셰프는 “매장에 연예인 분들이 오면 직원들도 신기해서 막 쳐다보고 하는데 저는 저분들도 그냥 손님이다. 모든 손님에게 똑같이 최고의 서비스를 하면 된다고 말한다”며 유명한 사람이 왔다고 더 서비스 해주거나 할인을 해주는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 하면서 초심을 지켜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당신에게 행복한 맛과 향을 선사하겠습니다’ 지민규 셰프의 명함에 쓰여진 문장이다.
지 셰프는 손님이 매장에 들어와서 나가는 그 순간까지 기억할 수 있는 맛, 비록 힘든 하루였다 할지라도 적어도 구스토리아에서 한 끼를 먹고 나면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맛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많은 손님들과 만나며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자신도 맛으로 감동을 전하는 셰프가 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