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View] 남양유업의 ‘정상화’는 누구를 향하고 있나

비용 줄여 흑자 냈지만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아 회사 돈으로 주가·지분율 높이고…최대주주는 지분 팔아 현금화 사옥 매각까지 나선 한앤코…누구를 위한 정상화인가

2026-08-13     김희연 기자
/사진=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남양유업을 취재하는 동안 가장 자주 마주친 단어는 ‘정상화’였다. 한앤컴퍼니 체제에서 비효율을 걷어내고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 남양유업은 지난해 5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오너 일가를 둘러싼 오랜 분쟁도 일단락됐다. 표면만 보면 회사가 긴 부진을 털고 앞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공시의 숫자를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남양유업의 향방은 오히려 흐릿해졌다.

남양유업의 2025년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그 과정에서 매출과 인력, 광고선전비, 연구개발비가 함께 줄었기 때문이다. 직원 수는 2022년 말 2070명에서 2025년 말 1649명으로 20% 넘게 감소했고,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는 426억원에서 196억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됐다.

회사는 비효율적인 비용을 제거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자원을 재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비용 구조를 손보고 적자를 끊어낸 성과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과 비용을 그대로 두는 것이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도 아니다.

다만 비용을 줄여 만든 흑자는 정상화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이어야 한다. 무엇을 줄였는지만큼 그 재원을 어디에 다시 투입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공시와 설명에서는 그다음 단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해외사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유제품 시장이 저출생과 소비 감소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수출액은 2022년 783억원에서 2025년 396억원으로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의 수출액은 515억원에서 924억원으로 늘며 남양유업을 앞질렀다. 시장 환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엇갈린 결과다. 

그 사이 남양유업의 자본정책은 성장 투자보다 주주환원 과정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71억원을 웃도는 총 112억원을 배당했다. 여기에 회사 돈 약 2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였고, 올해 7월에는 약 2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했다. 반면 최대주주 한앤코유업홀딩스는 보유 지분 일부를 시장에 팔아 현금화했다.

배당과 자사주 취득·소각은 일반 주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합법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것 역시 이와는 별개의 거래다. 그러나 결과만 보면 남양유업은 회사 돈으로 주식을 사들여 없앴고, 최대주주는 자신의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특히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든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지만 전체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한앤코는 주식을 추가로 사지 않고도 지분율이 올라가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이렇게 높아진 지분율만큼 일부 주식을 팔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현금도 확보할 수 있다. 남양유업의 주주환원 정책이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과 투자금 회수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한앤코가 남양유업 주식 전량을 담보로 최대 1700억원을 조달하고, 남양유업이 강남 본사 사옥 매각에 나서면서 질문은 더 커졌다.

남양유업은 부채비율이 16%대에 불과하고 단기차입금도 약 10억원에 그친다.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핵심 부동산을 서둘러 처분해야 할 회사는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보유 토지 등을 재평가해 자본을 약 3402억원 늘린 뒤, 예상가격 25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사옥 매각에 착수했다.

장부상 자본은 크게 늘었지만 실제 현금 사정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2025년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2억원 줄었다. 자산의 가격을 다시 매긴 효과로 총포괄이익은 3444억원에 달했지만 본업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은 71억원이었다. 장부의 숫자와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인 돈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었다.

사옥을 매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활용도가 낮은 자산을 처분해 설비와 연구개발, 브랜드, 해외사업 등에 재투자한다면 오히려 기업가치를 높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각 여부보다 매각대금의 향방이다.

본지는 남양유업에 사옥 매각의 목적과 대금 활용 계획, 본사 이전 및 향후 임차료 부담, 추가 배당과 자사주 취득 가능성 등을 물었다. 그러나 회사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사옥 매각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물론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을 회사가 단정해 설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대 핵심 자산의 처분을 검토하면서 그 배경과 자금 운용의 원칙조차 제시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의문은 해소되기 어렵다. 설명의 빈자리는 과거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반복됐던 자산 매각과 고액 배당의 전례가 채우게 된다.

남양유업의 주인은 바뀌었다. 오랜 오너리스크를 끊어냈고 적자에서도 벗어났다. 이제 한앤컴퍼니가 보여줘야 할 것은 비용 절감 이후의 청사진이다. 인력을 줄이고 투자를 축소하며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증명할 수는 없다.
 
남양유업의 정상화가 최대주주의 투자금 회수가 아니라 회사의 재건을 위한 과정이라면, 이제는 무엇을 줄였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키울 것인지 답해야 한다. 사옥 매각 대금의 향방은 남양유업의 ‘정상화’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