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내고 5년 시한부 전락, 벼랑 끝 카지노 관광업 망치나
- 30년 영구허가 신뢰 짓밟은 갱신제 - 영업적자 외면한 기금 폭탄, 기존 대비 47.5% 증가 - 개편안 발표 직후 상장사 주가 대폭락 - 세계는 자본 유치전, 역행하는 한국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카지노업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율 인상과 5년 단위 갱신허가제 도입을 둘러싼 파장이 국내 관광산업 전반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관리·감독 체계 구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관광업계는 현장의 실상을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30년간 쌓아온 법적 신뢰를 단칼에 무너뜨리는 행정 폭력이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강화 시도가 글로벌 복합리조트 자본 유치와 한국 관광 경쟁력 확보의 골든타임을 스스로 놓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994년 영구허가 신뢰와 5조원 기금 납부
우리나라 카지노산업은 관광진흥법을 근거로 외화 획득과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해 태동했다. 1994년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면서 과거 3년 단위의 유효기간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시설 및 기구 기준을 강화하고 매출액의 10% 범위 내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부과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카지노 사업자들은 정부가 확립한 영구허가 제도를 신뢰하고 막대한 자본 투자를 단행해 왔으며,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매출액 대비 기금을 성실히 납부해 왔다.
카지노업계가 1994년 이후 2025년분까지 납부하면 관광기금 누적액은 총 5조 2,262억 원에 이른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2조 4,685억 원,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강원랜드가 2조 7,577억 원을 각각 부담했다.
사업자들은 영구허가라는 법적 안정성을 믿고 매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조세 외적 공적 부담을 감수해 왔으나, 정부가 이제 와서 5년 주기 갱신허가제를 신설하려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적자 속 영업 유지하는 복합리조트의 서사
국내 카지노는 서울과 제주 등 육지와 섬 지역에 위치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17곳과 폐광지역 특별법에 따른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 1곳 등 총 18곳이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체 17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심각한 영업 적자에 시달렸다.
영업이 정상화된 2024년과 2025년에도 신규 사업장을 포함한 18개 업체 중 절반에 가까운 8~9개 업체가 여전히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되는 적자 속에서도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카지노가 수천 명의 고용과 대규모 인프라가 얽혀 있는 복합리조트(IR)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카지노를 통해 유치되는 VIP 고객의 소비는 3,000실이 넘는 대형 호텔의 객실 가동률을 유지하고 식음료, 공연, MICE 등 연관 관광산업을 받쳐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들어간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고 1만여 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영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기금 폭탄에 상장사 주가 일제 폭락
이러한 상황에서 문체부가 추진하는 기금 최대 요율 상향(10%→15%)은 사업자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문체부는 고매출 사업장에 한해 초과 구간에만 15%를 적용한다고 해명했으나, 구간별 기준액이 공개되지 않아 카지노협회의 기존구간 예상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육지지역 주요 3개 사업자와 제주지역 주요 1개 사업자의 기금 납부액은 기존 1,958억 원에서 2,895억 원으로 무려 937억 원이나 폭증한다. 이는 기존 대비 47.9%라는 파멸적인 부담 증가율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냉혹했다. 지난 7월 15일 문체부의 개편안 추진 소식이 알려진 당일, 코스피 지수가 6%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카지노 상장사 4곳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파라다이스가 -13.49%, GKL이 -10.79%, 롯데관광개발이 -14.62%, 강원랜드가 -1.52%를 기록하며 시장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했다.
이에 지난 8월 3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를 비롯한 국내 12개 주요 관광 유관단체들은 졸속 개편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영토 확장 vs 한국 규제 역행의 경고
세계 각국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복합리조트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카오는 20년의 장기 사업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10년 독점권과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가까운 일본은 2030년 오사카에 12조 원 규모의 초대형 복합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있어 동아시아 관광 지형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이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을 보장하며 글로벌 자본을 끌어모으는 동안, 한국만 거꾸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신종호 사무국장은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를 언급하며 정부 정책의 모순을 강하게 아쉬워했다.
신 사무국장은 "2030년 일본 오사카에 초대형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내수 기반이 전혀 없는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라며 "주변 경쟁국들은 거대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장기적인 사업권을 보장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5년 주기 갱신허가라는 옥상옥 규제와 징벌적 기금 상향으로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현정부의 국정과제인 관광 방한객을 2030년까지 3천만명으로의 목표와 문체부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을 K관광의 핵심사업으로 적극 추진한다는 발표는 정책 정체성과 충돌된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카지노산업이 단순히 사행성을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외화를 벌어들이고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국가 관광 인프라의 핵심 축임을 직시해야 한다.
근본적인 산업 이해 없이 추진되는 5년 단위 갱신허가제와 47.5%의 기금 부담 폭증안은 글로벌 자본의 이탈과 국내 관광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뿐이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정부는 기업의 목을 죄는 탁상행정을 즉각 재검토하고 민관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