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뷰] 방한객 20% 지방공항 입국…'3천만 유치' 관건은 체류·소비
- 데이터로 푸는 지역관광 해법…‘요즘데세’ 세미나에 500여 명 몰려 - 상반기 방한 외국인 5명 중 1명 지방공항 이용…청주공항 109% 급증 - 수도권 이탈 막고 지역 내 '1박의 이유' 만드는 맞춤형 인프라 절실 - K-콘텐츠 흥행 의존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인 여행 동선 설계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관광 데이터’를 내세운 데 이어, 그 구체적인 실행 무대로 ‘지방공항’을 정조준했다.
지난 5월 열린 첫 번째 ‘요즘데세(요즘, 한국관광 데이터 세미나)’가 방한 시장의 양적 회복이라는 표면적 수치 뒤에 숨겨진 실제 여행 행태와 구조적 변화를 데이터로 읽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두 번째 ‘요즘데세’는 그 연장선에서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이 넘어야 할 다음 지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항공편 증가로 지방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이 들어왔느냐’를 넘어 이들을 지역에 머물게 하고 교통·숙박·식음료·쇼핑 등 실질적인 관광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이 넘어야 할 다음 지점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첫 번째 세미나에서 제기된 ‘숫자를 넘어 관광객의 실제 행동을 읽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번에는 지방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서 머물며, 무엇에 돈을 쓰는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방한 외래관광객 1280만…지방공항 입국 40%↑
이날 행사에서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장은 축사를 통해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방공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천공항에 집중된 외래객의 입국 경로를 지방으로 넓히고 국제선 공급과 지역 관광권, 관광상품을 함께 연결하는 것이 지역관광 활성화의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강 실장은 K-드라마를 비롯한 콘텐츠 역시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이끄는 관광자원으로 보고, 지역 관광상품과 연계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과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8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며 지난해보다 약 40일 빠른 속도로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공항 입국자는 238만 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 등 주요 시장의 회복과 성장이 지방공항 이용객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유럽 등 원거리 시장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전체 방한 시장의 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박 사장은 진단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만으로 지역 관광의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지방공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늘어난 만큼 이들이 지역에서 얼마나 머물고 소비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방문을 체류와 소비로 바꾸는 일이라며 지방공항과 지역관광의 연결을 이번 세미나의 핵심 화두로 내세웠다.
아울러 한국관광 데이터랩을 지방정부와 지역관광기관, 관광업계가 실제 정책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데이터 세트를 지속적으로 통합하고 향후 AI를 활용한 자연어 검색과 시각화 기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강재완 위원, "청주공항 109.1% 급증…과제는 ‘지역 체류’"
이어 강재완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 전문위원은 ‘빅데이터로 살펴본 지방공항 연계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지방공항 입국 외국인의 이동과 소비 데이터를 공개했다.
강 전문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청주·대구·김해·제주 등 지방공항을 통한 외국인 입국 비중은 전체 공항 입국객의 20.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방한 외국인 5명 가운데 1명꼴로 지방공항을 이용했다.
지방공항 입국객 자체도 전년 동기보다 42.1% 증가했다. 특히 청주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공급 확대와 대만 관광객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상반기 외국인 입국자가 전년 동기 대비 109.1% 증가했다. 반면 대구공항의 증가율은 2.6%에 그쳤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데이터를 입국 이후의 이동과 소비까지 확장하자 다른 이면이 나타났다. 청주공항 입국객 가운데 34.5%가 수도권으로 이동했고 충북 내 이동 비율은 40.5%에 불과했다.
소비 역시 식음료와 대형 쇼핑몰 등에 집중됐다. 총 관광소비는 29.2% 증가했지만 1인당 1일 평균 소비액은 38.2% 감소했다. 입국객 증가가 곧바로 지역 내 체류 시간과 관광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반면 대구공항은 입국객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대구광역시 내 이동 비율이 높았고 1인당 평균 소비액도 증가했다. 특히 의료관광 관련 소비가 강하게 나타나는 등 차별화된 소비구조를 보였다.
결국 지방공항마다 입국객의 국적과 연령, 노선 구조, 이동 경로와 소비 형태가 다른 만큼 공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관광전략이 필수적이다. 청주공항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외국인을 지역에 더 오래 머물게 할 교통망과 관광 콘텐츠가 필요하고, 대구공항은 의료관광 등 이미 확인된 고부가가치 소비를 관광상품과 연결하며 국제선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공항에 왔는데 어디로 가지”…현장서 나온 교통 문제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데이터가 보여준 숫자가 현장의 문제로 한층 구체화됐다.
성승면 한국공항공사 청주공항장은 국제선 확대가 청주공항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주공항의 사례를 “공급이 수요를 견인한다”고 평가하며, 기존 수요가 만들어진 뒤 노선이 생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선 공급이 또 다른 수요를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 이용 비중이 아직 11%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를 향후 30%까지 높이기 위해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를 잇는 노선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공노선이 늘어난 이후의 교통 문제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채정훈 에어로케이 본부장은 청주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이 KTX를 이용하기 위해 오송역으로 이동하려 해도 편리한 직통 교통수단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개별여행객에게는 공항에서 철도역과 주요 관광지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청주공항과 오송역을 직접 연결하는 셔틀버스 운행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상훈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 역시 개별여행객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역 교통과 숙박 등 수용태세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공항 활성화의 성패가 활주로에 도착한 항공기 숫자가 아니라 공항 밖으로 나온 관광객의 다음 동선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렸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기에 공항 자체의 수용 능력과 인프라 확충도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로 제기됐다.
K-드라마도 ‘사후 관광지화’ 넘어 사전 설계로
지역에 관광객을 머물게 할 콘텐츠 전략도 제시됐다.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부사장은 특별 세션에서 한국의 드라마 관광이 오랫동안 콘텐츠 흥행 이후 촬영지를 관광지로 만드는 ‘사후 추적형’ 구조를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유 부사장은 “늘 콘텐츠가 성공한 뒤에 움직였다”며, 드라마가 흥행한 뒤 팬들이 촬영지를 찾고 지방정부와 관광기관이 표지판과 포토존을 설치하지만 작품의 관심이 사라지면 관광수요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가 20년 넘게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콘텐츠의 성공에 기대는 ‘럭키(Lucky)’ 방식으로 보고, 이제는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이동과 경험을 미리 설계하는 ‘스트래티지(Strategy)’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이 ‘IP 코딩’이다.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팬들이 현실에서 찾아갈 공간과 그곳에서 할 행동을 작품 안에 함께 심어놓는 방식이다.
일본 하코다테나 뉴질랜드 호비튼, 유니버설스튜디오 해리포터 사례처럼 관광객이 단순히 촬영지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속 동선을 따라 걷고, 특정 행동을 체험하며, 이야기를 현실에서 다시 소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부사장은 이를 “공간을 심고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콘텐츠 회사의 역할만으로는 여행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회사가 ‘찾아갈 이유’를 만들더라도 지역에서 숙박하고 이동하며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면 관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머물 이유’를 만들고, 관광공사는 콘텐츠와 지역, 이동과 체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제안은 이날 지방공항 논의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항공편을 늘려 외국인을 지역으로 데려오는 것이 첫 단계라면, 이들이 공항을 나온 뒤 어디로 이동하고 무엇을 경험하며 왜 하루 더 머물 것인지를 설계하는 것이 다음 단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공항과 K-콘텐츠 모두 ‘사람을 오게 하는 것’에서 ‘머물게 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으로 정책과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공통 과제를 드러냈다.
※ 관련 기사: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부사장 특별 세션 [대한민국을 테마파크로 설계하라] (링크)
숙박 시장 성장의 열쇠 '1박의 이유'... AI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
지역 체류의 중요성은 ‘요즘 숙박여행 트렌드’ 세션에서도 확인됐다. 이현정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허브팀 대리는 최근 3년간 내국인 숙박 총량이 1.9% 증가한 데 비해 외국인은 29% 증가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숙박이 비수도권으로 점차 확산되는 가운데, 골프장, 온천, 워터파크 등 대형 레저 콘텐츠와 연계된 숙박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K-팝 공연이 열린 주간에 외국인 숙박 예약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데이터를 근거로 관광객에게 왜 그 지역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하는지 ‘1박의 이유’를 만들어내는 기획력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임혜미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 전문위원은 ‘외국인의 한국 여행 전·중·후 정보 탐색과 행동 변화’ 분석을 통해, 한국을 여행하며 AI로 정보를 다시 검색한 경험이 96.4%, 현장에서 일정을 변경한 경험이 42.5%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장에 도착한 외국인이 스마트폰으로 ‘지금 여기에서 다음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검색하는 시점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두 번째 ‘요즘데세’가 남긴 시사점은 명확하다. 방한 외래관광객 3000만 명 목표를 향해 단순히 입국자 수를 늘리는 1차원적 접근에서 벗어나, 그 숫자를 실질적인 지역 체류와 소비로 치환시키는 전략이 한국 관광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됐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11월 제3회 세미나에서는 K-뷰티 및 웰니스 흐름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의료관광시장 화두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