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 회피용' CB가 부른 자충수…KS인더스트리, 감사의견 거절·관리종목 지정에도 "주주가치 제고" 자평

회사 스스로 "베리타 경유 순환구조" 인정…삼일회계법인, 계약서 못 받아 '의견거절' 조기상환을 '희석 해소'로 포장…"실패를 성과인 양 둔갑시켰다" 비판

2026-09-09     최용운 기자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코스닥 상장사 KS인더스트리(대표 송병권)가 지난 3월 발행한 제18회차 전환사채(CB) 101억원을 둘러싼 자금 흐름이, 결국 상반기 감사의견 거절과 관리종목 지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간 제기된 '자금순환' 의혹을 회사 측이 사실상 시인하면서, 애초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S인더스트리는 지난 1일 제18회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소각) 사실을 공시하면서 이를 "주식가치 희석요인 제거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기상환은 회사 스스로 초래한 의견거절·기한이익상실에 따른 사실상의 '실패한 자금조달 뒷수습'에 가깝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판단 미숙으로 벌어진 상황을 마치 성과인 양 포장해 공시한 것은 주주를 기망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해당 CB의 발행과정과 이후 석연찮은 자금흐름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거래는 모두 정상 거래로 보이지만, 자금 이동의 시점·규모와 관련 인물의 특수관계를 종합하면 사실상 짧은 기간 내 순환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벌점 1점 남아 급했다"…회사가 인정한 CB 발행의 실체

이번 CB는 지난해 9월 4일 최초 발행결정 당시 발행 규모 200억 원, 인수자는 알카1호조합(100억원)과 개인 김 모 씨(100억원)로 공시됐다.

이후 수차례 정정을 거쳐 올해 1월 15일 인수주체는 심주엽 씨가 대표이자 지분 100%를 보유한 The Simx Limited로, 발행금액은 101억원으로 바뀌었다. 이 시점은 심 씨가 대표인 케이에스아이1호성장투자조합(KSI투자조합)이 80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1월 8일)한 지 1주일 뒤였다.

KSI투자조합은 같은 달 27일 지분 18.52%를 확보해 KS인더스트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심 씨는 올해 초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된 파멥신의 전 대표이기도 하다.

CB 인수주체는 다시 여러 차례 정정을 거쳐 3월 16일 마린투자조합으로 최종 변경됐고, 실제 납입은 3월 24일 이뤄졌다. 회사 측은 "1월은 경영권 분쟁으로 거래소가 납입 공시를 해주지 않아 자금확보(1월)와 공시(3월) 사이에 시차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KS인더스트리는 자금 수령 일주일 뒤인 3월 31일, 조달목적 중 100억원을 '운영자금'에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바꾸는 정정공시를 냈다. 회사 측은 "투자처가 확정되지 않아 우선 운영자금으로 표기했다가 변경한 것으로, 상장사에서는 흔한 사례"라고 했지만, 자금을 다 받은 뒤에야 용도를 바꿨다는 점에서 애초 실질 목적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 같은 잦은 변경공시로 거래소 공시위반 벌점은 14점까지 쌓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지정까지 단 1점을 남겼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본지에 "벌점을 1점 더 받으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돼 이미 납입한 80억원 유상증자 대금이 휴지조각이 될 우려가 있었다"며 "베리타가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해 어반홀딩스에 대여한 다음 마린로보틱스제1호투자조합(이하 마린투자조합)을 통해 CB를 인수하게끔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CB 발행이 벌점 방어를 위한 '자금 급조' 성격이었음을 회사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101억 CB 대금, 베리타 거쳐 3주 만에 '제자리'로

마린투자조합은 3월 24일 CB 101억원어치를 인수·납입했고, KS인더스트리는 이 중 100억원을 4월 14일 비상장사 베리타에 '투자증권취득자금' 명목으로 대여했다. 그러나 이 자금은 실제 투자증권 취득이 아니라 3주 만에 다시 마린투자조합 측으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마린투자조합이 101억원을 건넨 지 불과 3주 만에 100억원이 원래 자금 제공자 측으로 되돌아간 모양새다.

KS인더스트리 측은 "베리타는 매출 없는 SPC로 대주주 심주엽 씨가 유치한 제3의 투자자와 협의해 베리타가 어반홀딩스에 대여하고 이를 마린투자조합에 투자하기로 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 자체가 '제3의 투자자→베리타→어반홀딩스→마린투자조합→(CB 인수)→KS인더스트리→베리타'로 이어지는, 자금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순환구조를 자인한 셈이다.

회사는 "베리타가 차입한 100억원을 보유해 담보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기자본의 28.58%에 달하는 거액을 매출 없는 법인에 무담보로 내준 것과 다름없다면 이사회가 업무상 배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CB 발행 3주 만에 "CB 실물, 회사 금고에"…자기사채 재취득 논란

이 같은 자금흐름과 연계해 KS인더스트리 측이 베리타에 대여자금에 대한 담보로 CB 실물을 KS인더스트리에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3주 만에 자기사채를 재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KS인더스트리는 CB 보관 4개월 보름이 지난 후인 이달 1일 해당 CB 소각결정을 공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 중 한 명이 마린투자조합에 발행한 101억원 CB 실물을 회사가 보관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들었다"고 본지에 전한 바 있다.

KS인더스트리는 보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며 "어반홀딩스에 CB 투자조건으로 100억원을 대여해 베리타가 이미 채권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를 담보로 4월 14일 100억원을 차입했으므로 CB 실물을 보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대로라도 결국 자사 발행 CB를 담보 명목으로 불과 3주 만에 되찾아 금고에 넣어둔 결과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실질적으로 자기사채를 재취득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인 '의견거절'로 귀결…"핵심 계약서 못 받아 검증 불가"

이 모든 구조는 지난 8월 14일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의견거절'로 폭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 ▲주요 검토 절차의 제약을 의견거절 사유로 들었다.(관련기사 : KS인더스트리, 주인 바뀌자 외부감사 ‘의견거절’...이유는?)

업계 한 관계자는 "제3의 투자자가 베리타를 통한 CB 투자와 관련해 삼일회계법인이 관련 계약서 등 제출을 요구했는데 해당 자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회계법인이 거래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어 '주요 검토 절차의 제약'을 사유로 의견거절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애초 벌점을 피하려 만든 복잡한 자금 구조가, 정작 감사인의 신뢰를 얻지 못해 회사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은 셈이다.

의견거절 여파로 CB는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고, 제3의 투자자는 100억원의 CB 투자금 중 70억원을 베리타에 대한 대여금과 상계처리했으며 이어 나머지 30억원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는 8월 28일 KS인더스트리 공시에서 확인된다.

애초 회사 안팎을 순환하던 자금이,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결정적 계기로 결국 제3의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관리종목 지정...시장 "경영진의 무리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벌어진 미숙함이 원인“

감사의견 거절 여파로 KS인더스트리 주가는 한동안 7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시가총액도 70억원대에 머물렀다. 상장폐지 관련 기준인 시가총액 200억 원, 주가 10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28일 KS인더스트리를 관리종목지정우려종목으로 분류한 데 이어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정해진 거래일 안에 시총·주가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KS인더스트리 주가는 특별한 호재가 없음에도 관리종목 지정 전후를 기해 급등하며 현재 12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를 고객사로 둔 KS인더스트리의 관리종목 지정은 본업 경쟁력이 아니라 경영진의 무리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벌어진 미숙함이 초래한 참사로 보고 있다.(관련기사 : 조선 훈풍 속 나홀로 부진한 KS인더스트리, “대주주·경영진 무능이 문제” 비판)

조달한 자금이 본업 강화가 아니라 사업 연관성이 희박한 알뜰폰 사업자 프리티(구 인스코비) 인수에 집중된 데다, CB 자금조달 원천에 대한 계약관계가 불투명했던 점을 감사의견 거절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KS인더스트리는 지난 1일 해당 CB의 조기상환(소각) 사실을 공시하면서 사채 소각 목적으로 "주식가치 희석요인 제거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명기했다.

심주엽·정헌식 등 코스닥 퇴출된 ‘파멥신’ 관련 인맥 등장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올해 초 상장 폐지된 파멥신 관련 인물들이 등장한다. KS인더스트리 대주주 심주엽 씨는 과거 바이오기업 휴젤 대표를 지냈고,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파멥신 대표를 거쳐 올해 초 김정규 회장이 인수한 에어프레미아 대표를 맡았으나 한 달 만에 물러났다.

심 씨는 KSI투자조합을 통해 KS인더스트리 최대주주에 오른 뒤 송병권 현 대표, 김중일 부사장 등을 사내이사로 참여시켰다.

베리타 정헌식 대표는 파멥신 시절부터 심주엽 씨와 인연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으며, 마린투자조합의 조합원인 어반홀딩스의 담당자로도 등록돼 있다. CB 인수주체 변경 과정에 일시 등장했던 The Simx Limited 역시 심 씨 개인 소유 법인이다.

결국 CB 인수 조합, 자금을 경유한 베리타·어반홀딩스, 최대주주 측까지 자금이 거쳐 간 축 대부분에 동일 인맥이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별 거래는 공시 요건을 갖춘 정상 거래로 보일 수 있지만, 회사 스스로 순환구조에 가까운 자금 이동을 인정한 이상 실질이 가장납입·자금순환에 해당하는지, 이사회에 업무상 배임 책임이 있는지 감독당국이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