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공원 ‘박목월 시의 정원’, 청소년 설화·글쓰기 교실로 변신
지역 청소년 20명 참여…설화 감상·백일장·국악 공연 진행 박목월 대표작 새긴 시비 사이에서 전통 이야기 글로 풀어내 추모 공간에 문화·교육 기능 더해…지역사회 지원 지속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박목월의 시가 새겨진 정원에 지역 청소년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졌다.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공원 내 '박목월 시의 정원'에서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 '전통소리, 설화의 길을 걷다'가 성황리에 열렸다.
14일 용인공원그룹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용인시청소년미래재단(용인시청소년수련관)이 주관한 2026년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으로, 용인공원이 프로그램 장소를 지원하며 성사됐다. 이날 행사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지역 청소년 20명과 지도자 4명이 참여했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설화 이야기 감상 ▲백일장 ▲전통 국악 공연 관람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눈길을 끈 것은 프로그램이 진행된 장소였다. '박목월 시의 정원'은 청록파 시인 박목월(1915~1978)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용인공원 내에 조성한 공간로, '나그네', '청노루' 등 박목월 시인의 대표작이 새겨진 8개의 시비로 이뤄져 있다.
청소년들은 이 정원에서 옛이야기를 듣고 이를 자신의 글로 옮겼다. 조상 대대로 구전돼 온 설화를 듣고 백일장으로 풀어내는 경험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순환'이라는 점에서, 시인의 뜻이 담긴 공간의 의미와 자연스럽게 맞닿았다는 평가다. 참여 학생 이모 군(초등 5학년, 12)은 "설화를 듣고 백일장 쓰는 게 학교에서 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며 "정원이 예뻐서 글쓰기가 더 잘 됐다"고 말했다.
용인공원은 그간 추모 공간을 슬픔과 단절의 장소가 아닌, 삶과 기억이 공존하는 문화·인문학적 공간으로 재정의해왔다. 박목월 시의 정원 역시 방문객들이 자연 속에서 문학을 매개로 고인을 추억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이번 청소년 백일장은 그 철학이 다음 세대와 만난 사례로,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재단법인 용인공원 김동균 이사장은 "박목월 시의 정원은 원래 시인의 아드님이 '슬픔 대신 시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공간"이라며 "그 마음이 이번엔 아이들의 이야기로 다시 채워지는 걸 보면서, 저희도 이 공간을 만들 때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한편 용인공원그룹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에 공간을 지원하며, 추모 문화에 인문학적 가치를 더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