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성휘 목포시장, “생활인구 100만, 체류형 관광이 답”
국립의대 탈락 후 1인 시위…“의료·일자리 갖춰야 청년 정착 가능” 방문객 숫자 넘어선다…핵심은 ‘얼마나 머물고 지갑을 여느냐’ 미식과 해상W쇼의 결합, 스쳐 가는 관광객 원도심 숙박으로 유도 섬 관광 관문 넘어 숙박·미식 거점으로…서남권 광역관광 허브 구축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넥타이를 푼 짙은 남색 정장, 그리고 굳은 결의가 엿보이는 짧게 깎은 머리. 강성휘 목포시장의 첫인상은 지자체장의 권위보다 투박한 현장 활동가의 투쟁에 가까웠다. 뿔테 안경 너머의 단호한 눈빛에는 도시의 미래를 짊어진 행정가의 고뇌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의 짧은 머리는 단순한 심경의 변화가 아니다. 최근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후보 대학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에 항의하며 단행한 삭발의 흔적이다. 36년간 이어진 좌절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처절한 의지이자,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으려는 목포의 절박한 생존 투쟁이다.
의료와 교육, 인구 방어의 최전선
강 시장이 국립목포대학교의 국립의대 신설 후보 대학 선정 탈락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 의료 인프라의 붕괴는 곧 도시의 붕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필수적인 의료와 교육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센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냉철한 진단이다.
"국립의대와 대학병원은 단순히 병원이 하나 더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목포를 비롯한 전남 서남권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고, 지역의 인구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반시설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발언의 무게는 무거웠다. 강 시장은 정주 인구를 넘어 목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생활인구 100만' 비전의 출발점이 바로 정주 여건 개선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단순히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는 맹목적인 양적 팽창이 아니라, 목포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즐기는 실질적인 인구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쳐 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체류형 관광이다. 과거 유달산이나 해상케이블카 등 개별 자원에 의존했던 '점' 단위의 관광을, 미식과 원도심, 야간 관광 콘텐츠를 하나로 잇는 '선'과 '면'의 관광으로 확장하는 것이 민선 9기 관광정책의 핵심이다. 도의원 시절부터 끊임없이 지적해 온 목포 관광의 약점을 극복하고, '목포에서만 가능한 하루'를 기획해 당일치기 여행을 1박 이상의 체류로 전환하는 과제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관광객이 목포에 얼마나 오래 머물고, 지역에서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식과 체험, 야간관광을 서로 연결해 관광객이 관광지만 둘러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과 상점, 숙박시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게 하겠습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요트 투어와 야간 갈치낚시, 새벽 수협 위판장의 생생한 미식 체험부터 해상케이블카와 해상W쇼까지 목포의 핵심 자원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낮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상품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야간에 열려 원거리 방문객의 당일 귀가를 차단시킬 수 있거나, 어렵게 만드는 해상W쇼는 관내 숙박업소 예약률 상승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관람객의 발길이 평화광장 신도심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목포시는 맛집 할인 쿠폰 발행 등 상권 협업을 강화하여 관광객을 원도심까지 끌어들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족 단위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53개의 관광숙박업소 등 다양한 인프라 정보를 적극 알리고, '남도 숙박할인 빅이벤트'를 통한 체류 유인책도 병행 중이다.
보존과 재생, 서남권 관광 베이스캠프
강 시장의 체류형 관광 구상에서 근대역사문화공간과 노포가 밀집한 원도심은 역사적 보존 가치와 도시 쇠퇴라는 모순을 동시에 품은 공간이다. 그는 보존과 개발을 대립 구조로 보지 않는다. 지켜야 할 역사문화자산은 훼손 없이 보존하되, 그 공간에 문화와 예술, 미식을 입혀 주민의 삶과 관광 수익이 선순환하는 도시재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만으로 원도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람이 머물고, 먹고, 사고, 생활하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관광과 주민의 삶이 따로 가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객의 방문이 지역 상권과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일 도시의 매력을 넘어, 목포는 인접한 신안, 무안 등을 아우르는 서남권 광역 관광의 베이스캠프로 거듭나고 있다. 대한민국 4대 관광거점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목포에 집중된 탄탄한 미식·숙박 인프라를 인근 시·군의 해양·생태 자원과 묶어 강력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2024년 홈쇼핑을 통해 '목포·신안 1박 2일' 연계 상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목포를 비롯해 무안, 함평, 신안 등 4개 시·군이 합심해 인플루언서 팸투어와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등 공격적인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2025년 12월 준공되어 운영 중인 '서남권 통합 관광플랫폼'을 통해 흩어진 지역 관광 정보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지자체 간의 소모적인 경쟁을 멈추고, 여행자들이 목포에서 짐을 풀고 주변 섬을 여행한 뒤 다시 목포로 돌아와 지갑을 여는 완벽한 '체류 거점'을 완성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해양 관광 메카를 향한 혁신
광역 거점을 완성한 목포의 시선은 이제 해외 개별 관광객(FIT)을 향해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신안선 유물과 근대역사문화공간, K-미식을 묶어 일본과 중화권 시장을 공략한다는 치밀한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목포는 2024년 한·대만 관광교류회의 참가 및 베트남 관광설명회 개최, 2025년 제38차 한대만 관광교류회의 목포 개최, 2026년 한일관광진흥협의회 개최 등 다년간 축적한 굵직한 국제행사 개최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세일즈 역량을 입증해 냈다.
"해양유산연구소 유물전시관, 근대역사문화공간, K-미식 등을 비롯한 목포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하고 결합하여 일본·중화권을 비롯한 글로벌 개별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관광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이들을 실제 체류와 소비로 연결하기 위해 민간과 협력한 선셋·디너크루즈 등 하이엔드 해양레저 상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중순 준공을 앞둔 목포대교 야간경관 디자인 조성사업과 해상W쇼를 요트 위에서 동시에 즐기는 프리미엄 상품은 객단가 높은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강력 무기가 될 전망이다.
해상풍력과 친환경 선박, K-김산업, 그리고 관광과 MICE 산업은 목포의 일자리와 인구구조를 바꿀 핵심 성장동력이다.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목포신항을 중심으로 해상풍력의 제작·조립부터 운송·설치·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K-김산업 역시 단순 가공을 탈피해 연구개발(R&D)과 수출·물류까지 주도하며 'K-김 하면 목포'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처럼 산업을 육성해 기업과 사람이 들어오고 가족이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행정의 쇄신이다.
"제가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보류 행정은 끝내고 혁신행정을 시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하고, 시민에게 필요한 일에는 속도감 있게 움직이는 행정을 하겠습니다."
행정의 진짜 목적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있다는 묵직한 다짐은 단호했다. 관광객 1,000만 명과 생활인구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행정 지표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목포의 치열한 쇄신, 그 지난한 항해의 닻은 이미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