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영화 ‘팔도강산’, 가족여행이 보여준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

2026-10-08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영화 팔도강산은 노부부가 전국에 흩어진 자녀를 찾아 길을 나서면서 새로 들어선 공장과 달라진 도시, 각 지역의 관광지 등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1967년 국립영화제작소가 제적한 영화로 김희갑, 황정순을 앞세운 가족영화이며, 박정희 정부가 추진하던 근대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국책 영화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TV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경제개발 성과를 국민이 체감

팔도강산이 나온 시점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끝나고 제2차 계획이 시작된 해다. 박정희 정부로서는 그동안 추진한 개발사업의 성과를 알리면서 앞으로의 정책에 대한 홍보가 필요했다.

박정희 정부로서는 경제성장을 ‘수치’로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팔도강산은 이런 경제성장의 모습을 눈으로 감상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이야기로 바꿨다.

부모가 자녀의 일터를 찾아다니면서 변화한 지역을 둘러보는 장면을 통해, 경제개발의 모습을 영상으로 제공한 것이다.

특히 당시에는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유롭지 못했기에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전국의 모습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물론 1967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놓고 보면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연임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부모의 시선에서 국가 발전을

영화의 줄거리는 분명하다. 부모가 자녀의 집이나 일터를 찾아다니면서 경제성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청주, 부산, 울산, 속초 등지에서 자녀와 사위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자녀들이 일하는 현장과 달라진 지역을 체험한다. 부모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동화된다.

자녀가 해당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가족을 만들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모는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한 것에 대해 기뻐한다.

물론 중간에 가족 사이 갈등과 어려움도 있다. 왜냐하면 모든 장면을 경제성장의 소재로 채우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가 오히려 흥행 요소가 됐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67년 설날 서울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첫 작품은 3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당시 지역별 단관 개봉 방식에서 집계된 기록으로, 오늘날 전국 통합 관객 수와는 기준이 다르다.

후속 제작으로

이같은 흥행은 후속 제작으로 이어졌다. ‘속 팔도강산’과 ‘내일의 팔도강산’ 등으로 시리즈가 이어졌고, 1974년에는 TV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으로 무대를 넓혔다. 정부가 만든 한 편의 홍보영화가 반복해서 소비되는 대중문화 콘텐츠로 성장한 것이다.

‘팔도강산’이 남긴 의미는 산업시설과 관광지를 기록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정부가 경제개발을 국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주려 했는지를 드러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공장과 도시의 변화는 대체로 자랑스럽고 반가운 대상으로 제시된다. 성실히 일하는 자녀들과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관계를 통해 근대화는 가족이 함께 기뻐할 성취로 표현된다. 관객은 개발의 현장을 구경하면서 그 변화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도록 이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