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가난한 광부가 석유사업가로

2026-10-21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2007년 개봉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가난한 광부가 석유사업가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연기한 대니얼 플레인뷰로 1898년 미국 뉴멕시코의 광산에서 시작된다. 홀로 금과 은을 찾아 땅을 파던 대니얼은 작업 도중 추락해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지만 그는 채굴한 광물을 포기하지 않고 갱도 밖으로 기어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니얼의 집념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출발점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노동력으로 광물을 캐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자를 고용하고 생산설비를 소유하는 사업가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1902년 석유 채굴에 뛰어든 대니얼은 시추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어린 아들을 거둬 H. W.라는 이름으로 키운다. 이후 그는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가족을 중시하는 성실한 석유사업가라는 이미지를 내세운다.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족이라는 가치까지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다.

평범한 목장 아래에는 과연 무엇이 잠들어 있었나

1911년 대니얼에게 폴 선데이라는 청년이 찾아온다. 그는 캘리포니아 리틀보스턴의 한 목장에 석유가 묻혀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요구한다.

대니얼은 정보를 사들인 뒤 현장으로 향했는데 그 땅은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농촌 마을이다. 그러나 그는 땅의 상태와 지질을 살펴보며 석유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곳에는 선데이 가족이 살고 있다고, 대니얼은 석유의 잠재적 가치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채 토지와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에 나선다.

미국은 토지 지표면 소유권과 지하 광물권은 분리돼 있다. 땅을 소유했다고 해서 그 아래에 묻힌 석유까지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었다. 반면 석유회사는 토지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광물권자로부터 채굴권을 확보하면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

선데이 가족은 자신의 땅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묻혀있는지를 알지 못했고, 대니얼은 이런 점을 십분활용한다.

석유가 솟구치는 순간, 마을은

대니얼은 시추를 시작했고, 마침내 땅속에서 석유가 분출된다. 문제는 석유의 발견으로 지역경제가 빠르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노동자가 유입되고 도로와 산업시설이 건설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토지 가격은 상승하고 상업활동이 활발해졌다.

다만 개발 혜택이 주민들에게 균등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토지 소유자는 계약에 따라 매각대금이나 로열티를 받고, 석유사업가는 생산시설과 채굴권 등으로 장기간 수익을 확보한다.

대니얼은 석유사업가가 됐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바로 석유를 판매하는 능력이다. 아무리 많은 석유를 생산하더라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한다면 그냥 검은 액체에 불과했다.

대니얼은 석유 판매를 위한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으며 충돌이 발생했다.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미국 작가 업턴 싱클레어가 1927년 발표한 소설 ‘오일!’(Oil!)에서 일부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싱클레어는 산업자본주의와 노동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작가로, 그의 소설 역시 초기 미국 석유산업의 성장과 자본·정치·노동의 관계를 소재로 삼았다.

영화 속 대니얼은 가난한 광부에서 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족과 동료,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파괴된다. 영화는 끝내 일라이를 살해하는 대니얼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