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뷰②] 새 먹거리는 찾았지만…패션 3사, 다각화의 명과 암
신세계인터, 화장품 흑자에도 어뮤즈 매출 감소…상각비 제외해도 손익분기 LF, 금융 이익과 개발 부담 공존…한섬은 합병 이후 뷰티 손익 불투명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옷 밖에서 찾은 성장 기회는 어디까지 이익으로 이어졌을까. 화장품과 금융, 해외 브랜드로 사업을 넓힌 패션기업들의 실적에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 성과와 투자에 따른 부담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화장품 브랜드가 이익을 보태는 동안 자체 브랜드는 해외 진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LF는 금융 계열사가 수익을 내는 가운데 개발 법인은 운영 초기 손실을 기록했다. 한섬 역시 신규 해외 패션 브랜드의 매출은 늘었지만, 손실이 이어졌던 뷰티 관련 법인의 합병 이후 성과는 별도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장품이 벌었지만…어뮤즈는 매출 감소에 수익성 부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에서 패션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계속영업 기준 화장품 매출은 2535억원, 영업이익은 117억원이었다. 패션은 매출 3337억원에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이 약 800억원 적은 매출로 약 16억원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인 약 53.7%가 화장품에서 나왔다. 화장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약 69억원보다 늘며 회사 실적을 뒷받침했다.
다만 화장품 사업 전체의 성장을 어뮤즈 인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회사에 따르면 수입 브랜드와 자체 브랜드 모두 매출이 늘었지만, 이익은 수입 브랜드가 더 많이 보탰다. 자체 브랜드는 해외 판매망을 넓히는 데 투자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2024년 인수한 어뮤즈에서는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회사가 제시한 총매출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은 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337억원보다 19.9% 줄었다.
회사는 아시아 중심이던 사업을 북미·유럽으로 확대하면서 제품 공급과 마케팅 자원을 재배치했고, 국가별 인허가와 규제 대응 준비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유럽·북미 등 전략 시장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8.2%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해외 진출 비용도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팝업과 태국 센트럴월드 입점 연계 행사, 제품 인허가 등에 비용이 발생했다.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 듀어썸의 사업 자산 취득과 브랜드 투자, 조직 안정화 관련 비용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반기보고서상 어뮤즈코리아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약 10억원이다. 회사는 인수 당시 평가한 자산의 가치를 나눠 비용으로 반영하는 상각비가 분기마다 약 5억원씩 발생했으며, 이를 제외한 상반기 영업손익은 손익분기 수준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부문 전체의 이익이 늘어난 것과 달리, 어뮤즈는 매출 감소와 해외 확장 비용을 부담하며 인수 관련 상각비를 제외해도 뚜렷한 이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회사는 하반기 해외 판매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타겟과 노드스트롬에서 초도 납품 이후 재주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타겟 입점 매장도 기존 611개에서 약 80개 추가 확대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후속 투자는 현지 판매 성과와 연계해 효율적으로 집행하며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수 이후 어뮤즈코리아에 추가 지원한 자금은 30억원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과 제품 개발,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 등에 사용됐다. 회사가 제시한 2028년 매출 2000억원 목표 역시 어뮤즈 단일 브랜드가 아닌 로듀·듀어썸 등을 포함한 법인 기준이다. 향후 외형 성장에는 기존 어뮤즈의 해외 판매 확대와 신규 브랜드의 매출이 함께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LF, 금융 이익에도 개발 부담…데이터센터 흑자는 아직 전망
LF는 패션 밖에서 금융이라는 수익원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금융 부문은 매출 약 842억원에 세전이익 약 2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패션 부문 세전이익 약 662억원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의류 외 사업에서도 이익을 확보한 것이다.
다만 금융 사업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상반기 세전이익은 전년 동기 약 264억원에서 약 239억원으로 약 9.5% 감소했다. 패션 부문도 약 661억원에서 약 662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손익 개선 폭이 컸던 곳은 식품이었다. 전년 동기 약 10억원의 세전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약 65억원의 세전이익으로 돌아섰다.
금융 사업이 이익을 보탰지만, 그 안팎의 개별 법인까지 모두 흑자를 낸 것은 아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상반기 약 2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코람코자산운용은 약 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개발을 마치고 운영에 들어간 데이터센터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가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피에프브이는 상반기 매출 약 108억원에 순손실 약 177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말 자산은 약 4792억원, 부채는 약 3858억원이었다. 시설을 완성해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상반기 최종 손익은 적자에 머물렀다.
이 법인의 손익은 LF 공시상 금융이 아닌 기타 부문에 반영된다. 금융 부문의 이익 감소를 데이터센터 탓으로 볼 수는 없지만, 금융에서 이익을 확보하는 동안 개발사업에서는 별도의 손실 부담이 발생한 셈이다.
코람코는 건물 준공과 본격적인 매출 발생 사이에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운영을 시작한 가산 데이터센터는 입주 고객에 맞춰 장비를 구축하고 테스트를 거친 뒤 가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객별 준비가 끝나는 순서에 따라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감가상각비와 금융비용은 먼저 반영됐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현재 순영업소득(NOI) 기준으로는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 운영에서 발생한 수입이 운영비용을 웃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비용과 감가상각비 등을 반영하는 순이익과는 다른 지표여서, 이 설명만으로 현재 법인 전체의 흑자 여부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코람코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주요 설비의 테스트와 가동 안정화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부터는 가동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를 기반으로 감가상각비를 반영한 회계상 수익성도 개선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LF는 올해 상반기 약 250억원을 들여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회사가 밝힌 6월 말 기준 지분율은 78.56%다.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추가 출자나 자금 지원 계획은 현재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 사업의 이익 기여는 확인됐지만, 데이터센터는 운영 안정화를 거쳐 수익성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 가동 확대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늘어난 매출이 금융비용 등을 얼마나 충당하느냐에 따라 LF 다각화의 실질적인 성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섬, 매출보다 컸던 뷰티 법인 손실…추가 지분 취득 후 흡수합병
한섬은 해외 패션 브랜드를 확대하는 한편, 뷰티 사업에 활용하던 자회사는 추가 지분 취득을 거쳐 본사로 합쳤다. 패션에서는 브랜드와 판매망을 넓히고, 뷰티에서는 법인 운영 구조를 바꿔 효율화를 택했다.
합병 전 한섬라이프앤의 실적에서는 손실 부담이 뚜렷했다. 2023년 매출 약 48억원에 순손실 약 59억원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매출 약 54억원에 순손실 약 63억원을 냈다. 두 해 동안 매출은 약 102억원이었지만 순손실은 약 122억원에 달했다.
매출이 늘어도 손실을 줄이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2024년 매출은 전년보다 약 6억원 증가했지만 순손실도 약 4억원 커졌다. 외형 확대가 비용 부담을 만회하는 수준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합병 직전 재무 상태에서도 부담이 확인된다. 2024년 말 자산은 약 62억원, 부채는 약 177억원으로 자본총계는 약 마이너스 116억원이었다. 부채가 자산을 넘어선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한섬은 2024년 잔여 지분 49%를 약 64억원에 추가 취득해 한섬라이프앤을 완전자회사로 만든 뒤, 2025년 1월 흡수합병했다. 손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분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본사에 통합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한섬라이프앤의 실적을 오에라 브랜드 전체의 손익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는 없지만, 뷰티 관련 법인이 합병 직전까지 매출을 웃도는 손실과 자본잠식을 기록했다는 점은 사업 확장의 부담을 보여준다.
반면 해외 패션 브랜드에서는 매출 성장세가 나타났다. 한섬에 따르면 2022년부터 국내에 선보인 아워레가시·피어오브갓·리던·키스 등 12개 해외패션 브랜드의 올해 1~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최근 전사 실적도 개선됐다. 한섬이 2일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약 32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약 76억원으로 206.1% 늘었다. 회사는 간절기 의류 판매 호조와 국내 주요 브랜드, 신규 수입 브랜드의 성장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는 뷰티 사업의 별도 손익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전사 실적 회복만으로 뷰티 사업의 개선 여부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해외 판매 확대와 운영 안정화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뮤즈의 해외 판매 확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지, 코람코 계열의 가산 데이터센터가 금융비용 등을 충당할 만큼 매출을 늘리는지가 향후 실적의 관전 포인트다. 한섬 역시 해외 패션의 외형 성장과 뷰티 사업 재편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사업 확장으로 확보한 매출이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남느냐에 따라 다각화의 성과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