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제 칼럼] 상간소송 소멸시효, 3년보다 '무엇을 청구하나'가 먼저

2026-11-06     전웅제 변호사
전웅제

[파이낸셜리뷰]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다고 그날 곧바로 이혼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아이가 어리거나, 경제적 준비가 필요하거나, 한 번은 다시 믿어 보고 싶은 마음에 결정을 미루기도 한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뒤 상간소송을 알아보면 '외도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 바로 소송하지 않았으니 이제는 늦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외도를 안 지 3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어떤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사건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3년은 언제부터 세는가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다. 배우자가 수상하다고 느낀 날과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된 날을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결정적인 사진을 확보한 날부터만 시효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그 사실을 어떤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구별이 있다. 개별 부정행위 자체로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청구와,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에 이른 데 따른 위자료청구는 구별된다. 일상에서는 모두 상간소송이라 부르지만 시효의 출발점까지 늘 같지는 않다.

2026년 대법원 판결의 의미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은 이 차이를 보여 준다. 원고는 2017년경 배우자와 제3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고, 2022년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해 소송 중이던 2023년 이혼조정이 성립했다. 원심은 부정행위를 안 때부터 이미 3년이 지났다며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는 최종적인 이혼 시점에 손해가 확정·평가되므로 그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혼인이 해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돌려보냈다. 몇 년이 흘렀는가에 앞서 무엇을 원인으로 배상을 청구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이혼 후 소송하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판결은 이미 소멸한 모든 청구권을 이혼으로 되살려 준다는 뜻이 아니다. 이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상간자의 책임과 배상액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부정행위와 혼인 파탄 및 이혼 사이의 인과관계, 당사자의 의사와 소송 경과, 실제 청구 내용을 살펴야 한다. 판결이 파기환송으로 끝났다는 점도 구별해야 하며,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최종 지급액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필자는 이 판결을 기다려도 된다는 안내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혼 여부를 고민하는 동안에도 지금 검토할 청구와 기간은 확인해야 하고, 시간이 흐르면 대화 원본이나 당시 상황을 설명할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날짜와 근거 자료를 따로 정리해야

먼저 부정행위를 의심한 때,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된 때,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한 때를 구분해 적어 두어야 한다. 처음 의심한 시점만 적으면 이후 무엇을 추가로 알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별거를 시작한 때, 이혼소송을 제기한 때, 실제로 혼인이 해소된 때를 정리한다. 이혼하기로 이야기한 날과 법적으로 이혼이 성립한 날은 다를 수 있으므로 조정조서, 판결문, 혼인관계증명서처럼 날짜를 확인할 서류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각 날짜 옆에는 근거가 되는 대화나 문서를 적고,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미확인으로 남겨도 된다. 빈칸을 추측으로 채우기보다 확인된 사실과 기억을 구분하는 편이 낫다. 배우자나 상간자와 합의했거나 돈을 받은 적이 있다면 합의서 전체와 지급 내역도 살펴야 한다. 어떤 청구를 정리했고 어떤 손해를 이미 배상받았는지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책도, 낙관도 피해야

가정을 지키려고 고민한 시간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그 선택을 뒤늦게 자책하며 법적 대응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짧은 설명만으로 가능성을 낙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외도를 안 지 몇 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당시 상황과 현재 혼인 상태를 함께 놓고, 날짜와 자료를 근거로 어떤 청구를 검토할 수 있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출발점이다. 구체적인 청구 가능성과 시효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웅제 변호사 프로필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YK 수원지사 수석변호사

법무법인 YK 부천지사 부지사장

현) 희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