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오뚜기는 왜 라면을 만들지 않을까?
[WHY] 오뚜기는 왜 라면을 만들지 않을까?
  • 채혜린 기자
  • 승인 2018.03.22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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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오뚜기가 라면을 만들지 않는다”라고 말을 하면 일반인들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진라면 등 오뚜기 상표가 붙은 라면이 진열장에 수 없이 나열돼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오뚜기는 라면을 만들지 않는다. 더 정확한 표현은 오뚜기는 직접 라면을 생산하지 않는다. 오뚜기와는 별개의 법인인 ‘오뚜기라면’이라는 회사가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오뚜기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오뚜기라면’이라는 회사의 존재가 발견된다. 이 회사가 오뚜기 라면을 생산하고 오뚜기에 납품을 하면서 이익이 중간에 빠지는 구조가 된다.

오뚜기라면의 사업목적은 라면과 식용유 등을 제조·판매로 현재 비상장사다. 최대주주는 35.63% 지분을 보유한 함영준 회장이며, 오뚜기가 24.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오뚜기라면의 감사보고서 '특수관계자와의 주요 거래내역'에 따르면 오뚜기라면이 오뚜기와 거래하며 발생한 매출액은 5874억원다.

오뚜기라면의 2016년 회계연도 전체 매출액이 5913억원인 것을 고려할 때 전체 매출액의 99.3%가 오뚜기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오뚜기라면이 라면을 만들어 오뚜기에 납품하면서 이익을 내면서 오뚜기가 면제품류 사업부에서 내야 할 이익의 일부가 훼손되는 구조다.

실제로 오뚜기 라면의 봉지 뒷면을 보면 제조원은 '오뚜기라면'이라고 적혀 있다. '제품'이란 직접 제조한 것을 의미하고 '상품'은 완제품을 사와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상품은 제품보다 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오뚜기에서 판매하는 식품을 살펴 보면 '상품'이 꽤 많다. 지난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오뚜기피자'도 계열사인 조흥이 납품하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오뚜기는 지난해 9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지배구조 등급 최하위인 'D'를 받았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코스피 상장사 733곳의 환경경영(Environment), 사회책임경영(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을 평가한 2017년 ESG 등급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지배구조 항목은 기업이 주주권리 보호 장치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와 기업의 소유구조, 특수관계인과 거래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S, A+, A, B+, B, C, D 등 7개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착한기업’ ‘갓뚜기’라는 별명을 받아온 오뚜기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익 구조 측면에서도 불합리다하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오뚜기는 라면 등 ‘상품’ 매출보다 소스류 등 식품 ‘제품’ 매출 성장이 높아져야 이익 성장에 도움이 되는 구조”라며 “라면 산업 호황으로 인한 수혜가 확실한 업체는 오뚜기 보다는 농심”이라고 꼬집었다.

반면에 증권가 투자자들의 수익률 측면에서는 향후 투자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의 외부감사를 전문으로 하는 한 회계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런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경우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며 “시대 변화를 감안할 때 빠른 시일 내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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