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新회계제도에 대처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자세
[산업리뷰] 新회계제도에 대처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자세
  • 전민수 기자
  • 승인 2019.03.26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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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시아나항공
출처=아시아나항공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지난 주말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주식시장에서 거래정지가 됐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26일부터 거래는 재개됐지만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의 걱정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캐쉬카우(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속사정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거래 정지된 이유는?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운용리스로 사용하고 있는 항공기의 회계 처리를 놓고 외부 감사인과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운용리스는 비행기를 렌트카처럼 빌려서 쓰는 걸 의미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를 구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자금을 빌려서 항공기를 사고 그 빌린 자금의 이자를 갚아나가는 걸 금융리스라고 한다. 이 방법은 자금을 빌려서 아파트를 사는 구조와 같기 때문에 항공기 구입 비용은 부채가 된다.

또 다른 항공기 구입 방법은 운용리스로, 이는 리스 회사가 항공기를 사고 아시아나는 그 항공기에 대한 렌탈료를 지급하고 빌려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운용리스의 경우도 실제로는 항공기를 빌리는 의무 사용기간 안에 발생하는 각종 정비 비용과 나중에 돌려줄 때 원상복구 시키는 비용 등을 항공기를 빌려가는 고객(항공사)이 부담하게 돼 있어서 그런 미래의 예상되는 비용은 사실상 부채가 된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은 이 부분의 부채를 최대한 적게 잡으려고 했고 외부감사인은 더 많이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니그룹이 이전한 센트럴폴리스 전경./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아시아니그룹이 이전한 센트럴폴리스 전경./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항공만 문제가 된 사연

외부 감사인들의 주장이 맞다면 이는 모든 항공사에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곳 중에서 대형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아시아나는 부채가 많은 기업이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자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을 즉시 상환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자금을 빌려왔다. 하지만 신용등급은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하면 부채를 적게 인식하는 회계 방식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 부분이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이슈로 최근 더욱 깐깐하진 외부 감사 방식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올해부터 항공업계에 새로 적용되는 IFRS 회계 기준에 따르면 운용리스의 경우도 금융리스와 마찬가지로 항공기 가격에 대해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용리스로 5년간 항공기를 빌린다면 해당 기간 지급해야 할 렌탈료를 모두 합한 금액의 현재가치 만큼을 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규정이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더욱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사(LCC)가 새로운 회계규정 적용을 피해 서둘러 상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문제는 결국 “다른 항공사들보다 많은 부채”에서 발생된 것이다. 그 많은 부채를 가능하면 적어보이게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충돌이다.

현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한 이전 사옥 전경./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현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한 이전 사옥 전경./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부채비율이 높은 까닭

통상적으로 항공업종은 부채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인식된다. 목돈으로 항공기를 사서 그 항공기를 운영해 상대적으로 작은돈을 벌어들이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런 경영 방식으로 꾸준히 부채를 상환해 가면서 부채비율도 떨어뜨리고 자본도 늘려가는 게 항공업종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부채비율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현재의 상황은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자금을 충분히 못 벌었거나, 혹은 번 돈을 어딘가에 많이 사용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부분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 과정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부연하면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다른 누군가’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이익을 넘겨주는 게 가능하고 그 ‘다른 누군가’가 박삼구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기내식 공급권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면서 그 누군가가 다른 반대급부를 제공하도록 한 정황과 관련한 소송도 진행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박삼구 회장의 도덕성이나 일감 몰아주기의 편법성을 논하기보다는 무너진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영권을 그룹 재건의 욕구가 강할 수 밖에 없는 박삼구 회장에게 왜 다시 맡겼느냐는 질문과 마주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주로 오너의 도덕성이 지탄을 받는다. 하지만 오너는 그룹을 재건하고, 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싶어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지적해 볼 수 있는 문제는 “왜 금호아시아나 그룹 채권단은 기존 오너에게 그룹 재건을 맡겼냐” 이다.

박삼구 회장./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출처=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이 그룹 오너에게 경영을 맡겼다

이 역시 이유가 있다. 무너진 그룹을 다시 살려야 빌린 돈을 받을 수 있는 채권단 은행들은 그 그룹을 다시 살릴 인센티브와 노하우를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을 만한 사람을 경영자로 선택하게 되는데 그 경우 과거의 그 그룹 오너가 다시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오너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서둘러 법정관리나 기업회생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절차를 밟으면 본인은 경영권을 잃게 되니 끝까지 버티다가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도산하기 전에는 그 오너가 경영자이므로 법정관리로 가라든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라고 할 명분이 없고 기업은 그렇게 쓰러지게 된다.

이걸 막기 위해 법정관리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더라도 옛 오너에게 경영권을 주는 쪽으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통합도산법 개정으로 기존경영자관리인(DIP) 제도가 도입됐다.

이 법은 기업 회생을 긴급히 시작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지만 옛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남아있는 계열사 돈을 본인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재건에 활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대우건설 인수로 무너진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오너 일가가 어떻게 다시 돈을 마련해서 그룹을 재건하고 있는지 그 자금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아시아나항공 같은 알짜 계열사의 돈주머니가 여러 과정에서 활용된 정황이 나온다.

이는 비단 아시아나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최근 옛 오너가 그룹 재건을 시도하고 있는 웅진그룹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아시아나의 회계 문제에도 비슷한 사연이 담겨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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