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뷰] 이상직 지분 헌납에도 이스타항공 문 닫나
[산업리뷰] 이상직 지분 헌납에도 이스타항공 문 닫나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0.07.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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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진호 작가
사진=김진호 작가

[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이스타항공이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과 일자의 지분 모두를 이스타항공에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M&A 대상자인 제주항공의 분노를 사게 만들었다.

제주항공은 최소 800억원 이상의 빚을 해결해야만 인수를 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사실상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이 의원의 지분 헌납 약속은 제주항공으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분 헌납이 아닌 재산 출연을 통해 이스타항공이 갖고 있는 빚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이내 1천억 미지급금 모두 해결하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이 의원 일가 측에 10일 이내네 800~1천억원 가량의 미지급금을 모두 해결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미 제주항공은 체불임금 250억원 이외에도 조업료와 운영비 등 그동안 연체된 각종 부채를 처리하지 못하면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기간 내에 미지급금을 모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은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열흘 안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과 일가의 이스타항공 지분을 이스타홀딩스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매각대금 410억원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으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제주항공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평가다. 왜냐하면 미지급금 해결을 이 의원 일가가 아닌 제주항공에 떠넘긴 형태이기 때문이다.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난항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의 지분 헌납이 오히려 불을 당겼다는 평가다.

코너에 몰리는 이상직

당장 이스타항공 노조는 단단히 화가 났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박이삼 위원장은 “이번 일은 주식을 던지고 먹튀한 거다. 이상직 의원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말만 헌납이지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 사이에 새로운 거래가 생기게 되면서 매각 주체가 바뀌어버리게 된 것이라는 것이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제주항공으로서도 누구와 거래를 해야 할지 불분명하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 의원을 업무상 횡령, 배임의혹, 증여세 탈루 의혹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전북도당은 성명을 내고 이 의원이 임금체불, 편법증여, 탈루 등 불법행위의 의혹에 휩싸여 있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이 의원 스스로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해명과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하고 민주당 전북도당 역시 한 점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청산에 무게

문제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어떤 운명의 길을 걱데 되느냐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이스타항공은 노사간담회에서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고 평가했다.

정부 역시 추가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체불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이스타항공은 파산을 밟을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항공이 더 이상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다면 더 이상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 유력하다. 다만 이스타홀딩스 측은 제주항공이 인수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를 타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불황에 이스타항공의 자본 잠식 등으로 인해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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