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뷰] 쓰러진 핫팬츠女, 남성들은 왜 ‘모른척’
[소셜리뷰] 쓰러진 핫팬츠女, 남성들은 왜 ‘모른척’
  • 전민수 기자
  • 승인 2021.07.06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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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하철에서 핫팬츠 입은 여자 승객이 스러졌는데 주변 남성분들이 모두 모른 척 했다”는 글이다.

작성자는 쓰러진 여성이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고 있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 때문에 해당 칸에 있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더라”며 “끝내는 아주머니들과 젊은 여성분들이 도와서 플랫폼으로 들고 나갔다”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글에 대해 누리꾼들은 남성들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짧은 옷을 입은 여성을 도와줬다가 신체접촉으로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남성들은 왜 성추행 포비아 겪는 것일까

물론 쓰러진 사람을 성별로 구분해서 도와주는 것은 인지상정에 어긋나는 것이며 ‘여성혐오’적 태도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 누리꾼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쓰러진 여성을 도와줬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음식점 화장실에서 쓰러진 여성을 부축하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판결을 받을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선의로 여성을 도왔지만 그로 인해 돌아온 것은 사회적 비난과 인생이 망가지는 것이었다.

미투 이후 바뀐 사회

2018년 이른바 ‘미투(나도 고발한다)운동’이 사회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이후 여성은 성추행에 대해 당당하게 사회에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해 8월 세계일보는 성인 313명을 대상으로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응답자 10명 중 9명은 미투 운동에 지지를 표했다. 매우 지지는 69.5%, 약간 지지는 21.5%였다.

즉, 미투 운동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미투 운동은 당연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이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에 84.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미투 운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성인지 감수성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미투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역고소(무조)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64.1%가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공감했지만, 역고소가 ‘피고소인의 권리이므로 문제없다’는 의견도 35.9%에 달하는 등 상반된 시선을 보였다.

법 감정과 국민 감정은 여전히 달라

성추행과 관련된 법 감정과 국민 감정이 다르다는 것은 국민참여재판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20.1%로, 평균 국민재판 무죄율보다 2배 가까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배심원 평결과 법관의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 비율도 10%대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성범죄 사건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재판이기 때문이다. 법관에 비해 국민참여재판의 경우에는 성범죄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무죄 선고율이 높은 것이다.

성범죄, 법적 유무죄 판단 전에 이미 사회적으로 유죄 선고

더욱이 성범죄는 법적 유무죄를 판단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유죄 선고를 받는다는 점에서 남성이 쓰러진 여성을 돕는데 있어 꺼리기 마련이다.

만약 쓰러진 여성을 도왔는데 나중에 여성이 성추행을 했다고 신고를 할 경우 남성은 가해자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매장이 된다.

가해자는 “나는 억울하다”고 호소를 해도 이미 사회적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상황이 된다. 우리 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만 성범죄 가해자는 이미 사회적으로 매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바깥을 돌아다니지 못하는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다.

법원에서 설사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해도 ‘성범죄 가해자’ 딱지는 계속 붙어 다니기 때문에 남성은 쓰러진 여성을 돕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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