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데드 카피’ 이랜드, 꾸준히 제기되는 디자인 표절 ‘의혹’
[기업Hi스토리] ‘데드 카피’ 이랜드, 꾸준히 제기되는 디자인 표절 ‘의혹’
  • 이석원 기자
  • 승인 2021.12.03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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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랜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이랜드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패션 및 유통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이랜드 그룹은 해당 사업의 다양한 계열사와 브랜드에서 디자인 표절 의혹이 종종 제기돼 왔다.

이렇게 이랜드가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는 이랜드의 ‘남의 것을 베껴 제 것처럼’ 내놓는 ‘데드 카피’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드 카피(Dead Copy)’란 시판되고 있는 타 브랜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모방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영세업체·1인 디자이너들에 대한 데드 카피는 위험 수위에 이른 지 오래고, 오히려 원조보다 사랑받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시장 선도 브랜드나 제품을 베껴 인기에 편승하려는 행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이랜드는 과거에도 디자인 표절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어 상습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디자인 표절

이랜드그룹은 디자인 표절 관련 논란으로 여러 번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5년 2월 이랜드의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SPA브랜드 ‘미쏘(MIXXO)’가 디자인 모방 논란에 휩싸였다.

미쏘는 9개의 제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약간 변형하는 식으로 모방했지만, 오히려 이랜드 측은 유행이고 흐름이기 때문에 모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또한 2015년 5월 이랜드 리빙 SPA샵인 ‘버터’를 통해 총 13개의 도용 의심 품목을 판매했다.

해당 제품 중 인기를 끌었던 감자 칩 모양의 메모지 제품은 이미 국내 디자이너가 1년 반에 걸친 작업 끝에 내놨던 제품이었다.

그러나 ‘버터’에서는 제품명과 포장지뿐만 아니라 메모지에서 감자 향이 나도록 하는 핵심 아이디어까지 그대로 베낀 제품을 이랜드의 이름으로 반값에 판매하자, 메모지를 최초 개발한 디자이너는 제품 판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랜드 본사에서 중국의 한 제조사에 직접 짝퉁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크게 불거지자 이랜드 측은 피해 디자이너에게 배상하고 ‘버터’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하는 등 후속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로 2015년 11월 이랜드는 또다시 ‘베끼기’ 논란에 휘말렸다.

국내의 한 소규모 스카프 전문 브랜드에서 지난 시즌에 내놓았던 니팅 머플러(뜨개질로 제작된 목도리)와 디자인부터 색상 배색, 원사까지 매우 흡사한 제품이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인 ‘폴더’에서 반값에 판매된 것이다.

당시 이랜드는 해당 브랜드에 직접 연락해 500만 원의 합의금과 함께 재고를 모두 태우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일부 언론사에 “해당 머플러는 매우 흔한 디자인일 뿐 카피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2016년 10월엔 한글날을 맞아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이름이 적힌 맨투맨 티셔츠를 선보인 이랜드 SPA브랜드 ‘SPAO(스파오)’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디자인이 2년 전 배우 유아인과 패션 브랜드 ‘노앙’이 협업해 만든 ‘러브시티’ 시리즈의 티셔츠와 디자인이 매우 흡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던 방식까지 일치해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자 이랜드 측은 출시 이틀 만에 일부 제품을 홈페이지에서 내리며 판매를 종료했지만, “흔한 디자인이라 아이디어를 짰을 뿐 베끼거나 참고하지 않았다”며 2015년 머플러 표절 논란 때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이랜드는 수제화를 만드는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 4월 신발 전문 신생 회사가 가죽 스니커즈 펀딩으로 18억 원대 매출을 올려 소위 ‘히트’를 쳤는데, 4개월 뒤 대기업 이랜드가 거의 비슷한 제품을 만들겠다며 펀딩을 시작한 것이다.

또한 올려놓은 제품 사진부터 상품 구성, 홍보 방법까지 비슷하고, 해당 신생 회사의 핵심 기술까지 베낀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랜드 측은 제품 구성과 디자인 등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측 조언을 따랐다고 해명하며 반박했다.

이렇게 이랜드 계열사 곳곳에서 발생하는 ‘베끼기 논란’은 외식사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랜드는 중소프랜차이즈 업체인 ‘로운샤브샤브’의 인테리어를 도용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로운샤브샤브’는 2012년 3월 영업 방식을 한 수 배우고 싶다는 이랜드파크 임직원들에게 자신들의 노하우를 상세히 알려줬고, 이후 이랜드파크는 인근에 비슷한 인테리어와 동일한 콘셉트의 매장을 열었다.

이에 로운샤브샤브 대표가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언론에까지 알려지자 이랜드 측은 결국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과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2018년에도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 ‘애슐리’의 메뉴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애슐리가 봄 시즌 디저트 메뉴로 선보인 ‘블로썸 웨이브 케이크’의 디자인과 메뉴명이 서울 후암동 카페 ‘엠엔디커피(MND Coffee)’의 대표메뉴 ‘웨이브 토스트’와 매우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는 “해당 카페의 메뉴를 참고하거나 카피한 적이 없다”면서 “웨이브 형태의 샌딩과 아이싱 방법은 보편적인 방법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업체가 사용 중이고 해외 역시 많은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이랜드는 잇따른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진정한 사과 없이 매번 똑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기업이미지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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