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을 판다” 오해받던 hy, 정면돌파로 '승승장구'
“균을 판다” 오해받던 hy, 정면돌파로 '승승장구'
  • 이석원 기자
  • 승인 2022.01.0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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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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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야쿠르트’ 한 번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 하다.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는 물론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도 살 수 있는 친숙한 음료이다.

현재는 이같이 우리 국민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산균’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사업초기에는 “균(菌)을 판다”는 오해 속에 쉽지 않은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hy(舊 한국야쿠르트)는 이런 고난을 ‘건강 사회를 건설한다’는 신념으로 뚝심있는 연구개발(R&D)와 눈에 띄는 독특한 마케팅을 통해 정면돌파했다. 현재 hy의 대표 제품인 ‘야쿠르트’는 500억병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 국내 최초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

지난 1969년 ‘건강사회건설’을 창업이념으로 설립된 hy는 1971년 발효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최초로 발효유 제품인 ‘야쿠르트’를 선보였다.

당시에는 ‘유산균 발효유’라는 이름조차 생소했고 유산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만큼 ‘야쿠르트’ 출시 초창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야쿠르트’ 시제품이 생산돼 판매를 위한 제품 등록을 할 때부터 혼란을 겪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제품이라 정부 어느 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는지와 법적 기준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농수산부가 관장하게 됐지만, hy 직원이 직접 검사기관을 방문해 직접 균수를 확인하고 측정하는 기술을 전수할 정도로 정부 검사기관은 발효유의 유산균이 규격에 맞는지를 검증하는 기술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사진 왼쪽부터) 1971년 최초 출시된 야쿠르트, 1980년대 및 1990년대 야쿠르트./출처=hy
(사진 왼쪽부터) 1971년 최초 출시된 야쿠르트, 1980년대 및 1990년대 야쿠르트./출처=hy

◇ ‘균(菌)을 판다’ 오해받기도

문제는 ‘야쿠르트’가 판매되던 초창기에 또다시 발생했다.

‘발효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 ‘야쿠르트를 먹으면 이가 상한다’ 등 유산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고객들에게 ‘균(菌)을 판다’며 ‘야쿠르트’는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hy는 이런 인식을 바꾸고자 국내의 저명한 농학·의학·보건학 박사를 중심으로 학술 고문 제도를 마련해 유산균 발효유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또한 유산균의 과학성을 학술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1979년부터는 국제 규모의 ‘유산균과 건강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전달하는 방법도 풀어야 할 과제였다. 당시 법 기준으로 발효유는 섭씨 0도~10도로 냉장 보관을 해야 했고, 유통기한도 7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hy는 공장에 저온 창고 시설을 설치하고, 보냉 운송차량까지 마련했으며, 영업센터(현재의 지역지점)에서도 냉장고를 24시간 가동했다.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가 코코를 운전하고 있다./출처=hy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가 코코를 운전하고 있다./출처=hy

◇ ‘야쿠르트 아줌마’로 신선함 강조

특히 ‘야쿠르트’가 신선한 제품으로 기억되는 데에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 프레시 매니저의 영향도 크다. 

hy가 도입한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방문 판매시스템은 유통의 활력화와 견본 증정, 교육자료 배포로 빠르게 소비자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마케팅’이었다. 

이런 hy의 노력으로 ‘야쿠르트’ 제품은 1977년 100만 병을 돌파한 이래 1994년 630만 병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경쟁제품이 출시되면서 점차 감소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누계 판매량이 500억 병을 돌파하며 국내 식·음료 단일 브랜드 사상 최다 판매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 ‘가상세계관’ 마케팅 통해 MZ세대 공략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접촉에 제약이 생기자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상세계관’ 마케팅 방식이 부상하며 유통업계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hy는 가상 아이돌을 내세워 MZ세대에게 친숙한 아이돌 문화와 ‘가상세계관’을 마케팅에 적용해 젊은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hy가 제작한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HY-FIVE)’는 야쿠르트, 하루야채 등 hy의 인기 제품 5가지를 의인화한 5명의 캐릭터로 구성된 가상의 혼성 그룹이다.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HY-FIVE)./출처=hy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HY-FIVE)./출처=hy

‘하이파이브’는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의 카트 속에서 나타난 다섯 명의 요정이라는 기존 K-POP 아이돌 못지않은 특유의 세계관도 갖췄고, hy는 이 세계관을 향후 온라인몰 프레딧과 신제품 등으로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이렇게 hy가 ‘가상세계관’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로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해 젊은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장수 브랜드는 세월이 흐르면서 젊은 세대에게 잊히기 쉽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불어 기업 측에서 이런 ‘가상세계관’ 마케팅 방식은 가상의 캐릭터가 흥행하면 기존 연예인, 모델 대신 자체 캐릭터 콘텐츠를 활용해 광고에 활용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이 담긴 패키지로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팬덤 마케팅도 가능해지는 데다가 가상세계관 속 캐릭터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실존하는 광고 모델이 가진 리스크도 전혀 없다는 점도 ‘가상세계관’ 마케팅을 추진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시대와 산업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며 지난 50여 년 동안 성장해 온 hy는 설립한 지 2년 만에 hy의 대표 제품이자 국내 발효유의 상징으로 꼽히는 ‘야쿠르트’를 출시하며 유산균 발효유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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