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지금②] 준설토 투기장‧금란도 비용 5.5兆…‘주먹구구식’ 사업에 비판 목소리↑
[새만금은 지금②] 준설토 투기장‧금란도 비용 5.5兆…‘주먹구구식’ 사업에 비판 목소리↑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6.19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대‧계획‧수요 없는 ‘3無 사업’ 검토 중인 행정당국
‘새만금 신항만’ 건설 시 소요 비용만 3.2조원 추산
“농어촌공사, 준설토를 매립토 활용 시 이익이 적어져 반대”

최근 군산항 제2준설토투기장을 짓는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내년 본 사업 진행을 앞두고 있다. 당장 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큰 규모의 사업이지만, 시민단체 등은 혈세를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행정당국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파이낸셜리뷰는 제2준설토투기장을 둘러싼 갈등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비용‧환경 문제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군산항 준설토 처리 문제가 행정당국의 외면 속에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면서, ‘혈세 낭비’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현재 군산항 준설토 처리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과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비용, 그리고 군산항 준설토로 인해 만들어진 금란도(金卵島) 활용 사업 비용까지 국가 예산이 2중, 3중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군산항에 쌓이는 500만㎡의 토사 처리 비용과 투기장 조성비로 연간 약 2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있고,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 비용으로 최근 5000억원의 국비가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동시에 전라북도 내 일각에서 군산항을 대체하는 ‘새만금 신항만’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고, 사업이 현실화 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민자비용을 포함해 약 3조2477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지역 관계자는 “만일 정말로 새만금 신항만을 구축할 예정이라면 혈세를 투입해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을 지을 이유도 없거니와, 수년간 비용을 들여 군산항 퇴적토를 퍼올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새만금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 새만금 신항만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에 활용할 경우 세금 절감 효과와 기존 항만 활용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음에도 기대효과가 불확실하고, 막대한 세금이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중첩‧충돌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행정당국을 향한 한탄인 것이다.

군산항 준설토를 매립토로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이송방법 제안. (사진=군산항살리기운동본부)
군산항 준설토를 매립토로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이송방법 제안. (사진=군산항살리기운동본부)

“제2준설토 투기장, ‘제2의 금란도’ 될라”…구체적 계획 없는 ‘수요 없는 선공급’

게다가 군산항 지역에서는 제2준설토 투기장이 건설될 경우, 이른바 ‘제2의 금란도’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군산항의 준설토로 쌓아 올려진 금란도는 여의도 70%에 해당하는 규모의 인공섬이다. 앞서 군산시와 군산시 인근의 서천군은 금란도 활용 문제를 두고 수년간 갈등을 겪어왔고, 최근에야 전라북도·충청남도·군산시·서천군 등이 상생협력 기본협약을 맺고 재개발에 나섰다.

이들 재개발 계획방안에 따르면, 금란도 활용에 투입되는 국비는 4344억원이고, 기본시설 설치 이후 해양레저관광지구로 개발 시 약 1조원 이상의 민자 유치가 필요하다. ‘황금알을 낳는 풍요의 섬’이라는 금란도가, 현실은 ‘돈 먹는 하마’라고 말할 수 있는 형국인 것이다.

제2준설토 투기장이 건설되고 사용가능 연한인 30년이 지난 2053년이 도래하면, 추가적인 준설토 투기장 건설과 인공섬 활용 사업 등에 대한 논란과 혈세 낭비가 재차 반복될 것이라는 게 지역주민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금란도 활용 방안이) 그게 가능하겠으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나”라며 “결국 세금만 투입하고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푸념을 털어놨다.

이처럼 준설토 투기장, 새만금 신항만, 금란도 활용 등 검토되고 있는 사업이 진행될 경우 투입되는 총 비용은 약 5조5000억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사업임에도 용도 사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본지가 입수한 군산항발전시민협의회가 2021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계획된 내용은 새만금에 매립지 291㎢을 조성해 30%는 농지, 70%는 산업용지로 개발하겠다는 것과 산업용지는 산업 뿐만 아니라 관광·레져·주거 등의 용도로도 사용한다는 구상 차원의 계획이 있을 뿐”이라며 “수요가 없이 선공급이 되는 아주 이례적인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군산항살리기운동본부 등이 지역 곳곳에 게재한 현수막. (사진=군산항살리기운동본부)
군산항살리기운동본부 등이 지역 곳곳에 게재한 현수막. (사진=군산항살리기운동본부)

농어촌공사 ‘덤핑 도급’ 연관 의혹도…군산항 준설토 활용시 지역경제 기여 효과↑

이와 같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 사업 검토와 진행 과정에 대해 군산항발전시민협의회 등은 한국농어촌공사의 덤핑 도급 문제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협의회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 도급단가는 알려진 바 없으나 5000원/㎡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고, 군산항 준설토 설계가는 1만2000원/㎡, 내수면준설토 단가는 4000~5000원/㎡ 가량”이라며 “준설토를 매립토로 활용하게 되면 농어촌공사에 돌아가는 이익이 적어지니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금란도 활용 방안과 관련해서도 “군산항 준설토는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하기 부적합하다는 그동안의 농어촌공사 측 주장을 전제로 한다면, 부적합 토양으로 만들어진 금란도를 공원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은 나올 수 없는 얘기”라며 “금란도 활용방안이 나온 것 자체가 군산항 준설토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다른 어떤 방안보다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협의회가 발간자료를 통해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하는 상생 시스템을 통해 해양수산부는 별도의 추가예산 없이 연간 유지준설비 200억원으로 반영구적 투기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군산항 항로 확보로 1조7200억원의 편익을 얻게 되고, 생산 1조1142억원, 임금 1944억원, 취업 8660명 등 지역경제 기여 효과가 있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아울러 협의회는 “상생시스템을 군산시에서 구축해 운영한다면 사업초기 7년간은 약 200억원, 23년에 걸쳐 60~100억원 이상의 수익 발생이 예상돼 군산시민을 비롯한 전북도민의 행운이라 생각한다”면서, “동시에 새만금개발청은 안정된 매립토 공급원을 확보해 ㎡당 1만원 미만의 저렴한 단가에 매립토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고, 산단 조성에 필요한 매립토를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 사업은 착공 12년이 지난 2021년 기준 새만금 전체 매립량 중 약 40%(3400만㎥)의 매립이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매립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산단조성 진척도 50%를 못 넘길 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군산항 매립토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