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출판계 돈키호테’ 박영욱 북오션 대표 “한 번도 멈출 수 없었다”
[인터뷰] ‘출판계 돈키호테’ 박영욱 북오션 대표 “한 번도 멈출 수 없었다”
  • 이창원 기자
  • 승인 2023.06.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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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IP 수집가’로 새로운 길 개척···자서전 성격 ‘내일도, 처음처럼’ 출간도
‘꾸준함’ 무장한 ‘열정 부자’···“두 딸에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고 싶다”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투박하고 딱딱한 사람.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는 사람. 딸 이야기만 나오면 ‘아빠 미소’를 지으며 금세 무장해제되는 사람.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은 한없이 부드럽다는 뜻의 ‘내유외강(內柔外剛)’이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박영욱 북오션 대표의 얘기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무심하게 내뱉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하던 모습이 박 대표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출판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겪었던 고생담과 성공담을 담담하게 풀어내던 그의 말 속에서는 무모함과 자신감이 공존했고, 그런 그의 이야기에 몰입됐다.

그러면서도 창업 후 어렵던 시절 버팀목이 됐던 가족, 지금도 간간히 일을 돕고 있는 두 딸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속없이 웃고 마는 천상 ‘딸바보’인 박 대표의 모습에서는 친근함도 느껴졌다. 인터뷰가 시작된 후 그를 향한 경계심과 편견이 사그라들게 된 이유다.

박 대표는 첫 직장인 출판사에서 근무한지 1년 8개월 만에 사표를 던진 후 32세의 나이에 창업해 약 27년 만에 현재 북오션의 모습을 만든 출판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금은 ‘콘텐츠 IP(Content Intellectual Property; 콘텐츠 지식재산) 수집가’라는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이다.

그는 성공 요인에 대해 “정말 냉정하게 ‘망하면 진짜 개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고 말했다. 최근 자서전 성격의 저서 ‘내일도, 처음처럼’를 출간한 것에 대해서도 “누가 봐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아왔고, 정말 망하기 싫어서 주말도 없이 최선을 다해왔다”며 “‘후배들이 뭔가 실수하지 않고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별명처럼 ‘무대포’ 정신과 ‘꾸준함’을 무기로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온 박영욱 북오션 대표.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다.

이하는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출판 기획사, 번역 에이전시, 문학 에이전시, 출판사 대표 등 수식어가 많다

여러 일을 벌여서 한 일에 정점에 안 서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출판계에 발을 들이고 고작 1년 8개월 근무 후 창업하니 영업 자체도 어려웠다. 그래도 첫 직장인 출판사는 당시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제가 입사 전 학사장교로 군 복무시 월급이 105만원이었는데, 출판사에서 제 월급은 80만원, 편집장 월급은 130만원이었다. 입사 8년 뒤 50만원 더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괴로웠고, 오래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욕도 많이 했다.

창업하면 이제 욕할 생각이 없을 것 같았고, 남의 밑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다. 제가 직접 지시하고, 확인하고, 수정하고, 결정하는 일들이 저한테는 딱 맞았다. 지금도 문제가 발생하면 제가 나서서 해결한다.

‘직원이 잘리면 위로주를 사주지만, 사장은 파산하면 아무도 전화를 안 받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정말 냉정하게 ‘망하면 진짜 개털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에 여러 일을 벌인 것도 이런 생각이 영향을 줬다. 한 번도 멈출 수 없었다.

번역 에이전시, 문학 에이전시 등도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책을 한 권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찾아가 책 좀 써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쉽지 않았지만 결국 1800권을 기획하고, 700권 정도를 번역해냈다. 번역자를 많이 발굴하고, 대부분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출판사의 경우 에이전시를 하던 중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작하게 됐다. 출판사나 에이전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출판계에 만연한 악습들로 보지 않아도 될 손해도 많이 겪었다. 그래도 제 별명이 ‘무대포’인데, 판로를 그런대로 잘 개척해왔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출판업계에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여기까지 오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요즘 말로 하면 ‘열정 부자’다. 창업 때와 달리 이제는 대부분의 작가들보다 나이가 많고, 어느 때는 제 딸 나이와 같은 작가들과도 직접 만나 소통한다. 나이 들었다고 폼 잡고, 물러나 있는 성격이 못 된다.

아마도 학사장교로 근무한 군대 생활의 경험 영향이 큰 듯하다. 당시에도 병사들과 똑같이 일을 했고, 지금도 그런 자세로 직원들과 같이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회사 직원들이 오랫동안 근속하고, 퇴사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나 싶다.

또 저는 뭐든 했다하면 꾸준히 오래하는 성격인데, 이런 성격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꾸준히, 성실하게, 거짓말하지 않고. 이게 제 무기인 것 같다. ‘권태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이렇든 저렇든 10년 동안 책 만들기를 꾸준히 해오다 보니, 이렇게 진짜로 제 책을 만들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콘텐츠 IP 수집가’라는 개념이 낯설다

‘콘텐츠 IP 수집가’라는 말은 제가 만든 개념이다. 요즘은 유튜브(Youtube)와 같은 플랫폼에서 영상을 통해 뭐든지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2000년대 초반 포털 검색 엔진이 나오면서, 모두 포털을 이용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이 대부분 영상을 통해서 정보를 찾고 소비하고 있다.

15세기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당시의 지식 독점 문제가 해결됐고, 이로 인해 인류의 문화가 발전했다. 이처럼 21세기는 이제 활자 매체에서 영상 매체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계 입장에서는 매우 큰 위기다. 신문업계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대중교통 이용 시 신문을 보지 않고, 심지어 지하철과 지하철역에 많았던 광고들도 다 사라지지 않았나. 사람들이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놀라운 시대를 살고 있는거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의 격랑 속에 서 있는 상황이다. 요즘엔 글을 쓰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환경이 됐다. 심지어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아진 기현상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책을 쓴다는 것은 다소 고차원적인 의미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책 출판이 ‘자기 과시용’ 개념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런 상황은 출판업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다 최근 콘텐츠 지식재산(Content Intellectual Property; content IP)에 대한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는 부분을 주목한 것이다. 출판일과 접목시킬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실제 콘텐츠 IP에 대해 영화사, 드라마 제작사, 방송사 등이 높은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콘텐츠화를 염두한 추리문학 등 장르 소설을 선보이기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는데, 우리 출판사 작품들이 부산국제영화제 등 마켓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이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도 책 한 권 판매하는 것보다 드라마나 영화로 팔리게 되면 수익적인 측면에서 10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

출판사 일에 앞서 국내 작가 기획 작업을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꾸준히 문학을 해오기도 했고, 콘텐츠 IP 수집가의 일과 국내 작가 기획 작업이 일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단순하게 말하면 출판사랑 미팅하느냐, 영화사와 미팅하느냐 차이다.

박영욱 북오션 대표가 출간한 내일도, 처음처럼. /사진=이창원 기자
박영욱 북오션 대표가 출간한 ‘내일도, 처음처럼‘. /사진=이창원 기자

자서전 성격의 책을 출간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뭔가

책을 쓰는데 두 달 정도 걸렸다. 오직 기억에 의존해서 썼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출판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책을 내는 것에 대해 처음엔 굉장히 망설였다. 그러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다 용기를 냈다.

지나고 보니 저 같은 사람이 출판계에 없었던 것 같더라. 일반적으로 출판사에 10년 정도 경력이라도 있어야 창업을 하는데, 저는 1년 8개월 만에 창업을 했다. 그리고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책 한 권도 끝까지 편집해본 적이 없었다. 창업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자금도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찌 됐건 건물도 생기고, 일산 평석동에 물류창고도 2개나 갖게 됐다.

책을 쓰게 되면 출판계 후배들도 ‘이런 사람이 있었네’라는 생각을 하며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후배들이 뭔가 실수하지 않고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컸다.

창업 초기 11개월 정도 동업 기간이 있지만, 이후에는 거의 혼자서 달려왔다. 게다가 대부분 새롭게 접하는 일들이었다. 때문에 매 순간 순간이 위기일 때가 많았다. 현실적으로도 당장 수입도 없었고.

32살에 창업해서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 ‘언제라도 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고, 실제 주변의 다른 기획사, 출판사들이 망하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해왔다. 오히려 홍보대행사, 마케팅 회사 등으로 빠졌다면 돈은 많이 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누구나 호기심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녹록지 않은 시장이었던 거다. 국내 한 20개 정도의 출판사가 1년에 매출 100억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1000억원대 출판사는 없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될 듯하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유명 출판사들인데도 말이다.

그런 시장에서 어쨌든 누가 봐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아왔고, 정말 망하기 싫어서 주말도 없이 최선을 다해왔다. 책을 통해서 그런 치열한 삶을 이야기해보고, 물론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진짜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책을 쓴 측면도 있다. 1998년 3월 20일 큰 딸이 태어났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4월 16일에 창업을 했다. 저는 창업 이후 한 달에 일요일 두 번을 빼고 나머지 29일 동안 일을 했다.

이번 책은 이런 아빠를 이해해 준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의미가 있다. 딸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끔 힘들 때마다 ‘우리 아빠가 이런 일을 했구나’하고 보기도 하고, 책을 통해서 등대처럼 딸들이 가는 길을 비춰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책을 써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한 번 정리가 됐다. 그러면서 ‘좀 더 그 순간, 순간을 즐길걸’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갈 줄 모르고, 당시를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하루 하루가 정말 매일 축제라는 생각이다. 매일 축제처럼 즐겁게 살고 싶다.

일적으로는 제가 끝까지 출판인의 길을 갈지는 모르겠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 마음은 창업 당시 청년 박영욱의 마음과 같고, 지금도 똑같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나이만 먹은 것 외에는 체력도, 생활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책들을 발굴하고, 만들어 가려고 한다. 한 10년 정도 지나 우리 딸도 꼭 오고 싶어하는, 그런 괜찮은 출판사를 만들어 가고 싶다.

출판인으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죽기 전에 베스트셀러를 한 권 내고, 단행본 1000종을 넘기는 것이다. 단행본 1000종을 넘긴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삼고 있는 목표다. 현실적으로 단행본 1000종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비용만 150억원으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 비로소 우리 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것 같다.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박영욱 북오션 대표. /사진=이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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