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기주의 속 갈피 못잡는 수석대교 건설···내년 착공 계획 무산되나
지역이기주의 속 갈피 못잡는 수석대교 건설···내년 착공 계획 무산되나
  • 이창원 기자
  • 승인 2023.06.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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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피해 vs 교통체증 해결책’ 논쟁 지속···2024년 착공‧2028년 완공 계획 지연
같은 지역에서도 시민 의견 엇갈려···미궁 속으로 몰리는 수석대교 건설 사업
1년 앞둔 총선 영향, 지역구 기반 정치인 논쟁 합류도···골머리 썩는 국토부‧지자체
/사진=이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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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동과 하남시 미사동을 잇는 수석대교 건설 공사가 심각한 지역이기주의 속에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업의 타당성 등 객관적 기준보다 수석대교 건설 시 지역 주민별 이용량, 불공평 등으로 논의가 이동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 기반 정치인들도 논쟁에 합류하면서 수석대교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석대교 건설은 지난 2018년 발표된 3기 신도시 교통역량 개선 대책 중 하나로 추진됐고, 강동대교와 미사대교 사이에 약 1.2km 길이의 한강 다리를 건설해 수석동과 미사동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남양주 왕숙지구 개발에 따른 강변북로,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로 향후 더욱 집중될 교통량을 올림픽대로로 분산시키는 것이 사업의 본 목적이다.

또한 강일IC부터 선동IC 0.8km 구간의 올림픽대로를 현 8차로에서 10차로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계획 수립 당시에는 선동IC 입체 교차로 개설을 포함하는 6차로 교량으로 계획됐었지만, 하남시의 극심한 반대로 결국 국토교통부는 미사강변대로 연결을 제외하는 4차선 교량으로 변경‧확정했다.

수석대교 건설 사업비는 남양주 왕숙지구 개발이익 3225억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투입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기본계획과 실시계획 수립 등 절차를 거쳐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하남시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업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현재 사업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남시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수석대교 건설 시 남양주 시민과 하남 시민의 이용자 비율이 각각 86%, 14%로 예상되고, 선동IC를 비롯한 하남시 일대의 교통정체 현상이 한층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양주 시민들의 교통편의만 제공하는 사업으로 하남 시민들에 일방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퇴계원-판교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계획과 수석대교 건설 사업이 중복되고, 이로 인해 변화된 교통상황을 고려해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이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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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대교는 교통 체증 해결책”···4차선 교량, ‘6차선 원안’ 변경 요구도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미 출퇴근 시간 시민들이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에서 심각한 교통 체증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상황 개선을 위해 수석대교 건설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하남 시민 입장에서도 수석대교 건설 시 교통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통량이 분산돼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광역도시 발전이라는 국가적 국토 계획의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수석대교 건설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사업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성남시, 남양주시 등 수도권 광역도시 발전 계획의 거점도시들과 이들 도시 사이의 전략 거점도시인 하남시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서 수석대교 건설이 필요하고, 오히려 더 많은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국토연구원, 서울연구원, 인천연구원, 경기연구원 등과 함께 마련해 발표한 ‘2040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수립 계획(안)’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3월 해당 용역에 착수해 다각적 방면의 검토를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남시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 속에 사업은 답보 상태가 됐고, 이현재 하남시장의 요청으로 LH는 수석대교 건설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재차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LH의 타당성 검토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느 쪽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한 관계자는 “LH가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벌써부터 LH가 결론을 내놓은 상태에서 ‘짜맞추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6일 지역 주민 대표들도 불참한 상태에서 LH 주도로 관련 회의가 주재된 것으로 알려졌고, 오는 30일 결과 발표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강동대교 쪽으로 우회하는 방안 등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공청회 등 절차가 부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LH가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그 결과 자체에 대한 불신이 이미 팽배한 상황에서 사업 여부 결정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수석대교를 둘러싼 직‧간접 이해관계자인 지역 시민들과 심지어 같은 지역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미궁 속으로 몰고 있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수석대교 건설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교통량 증가 등을 반대 이유로 말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그 이유만 있는지 묻고 싶다”며 “제 생각에는 그들은 수석대교 건설에 따른 대중교통 노선, 그리고 궁극적으로 본인들의 집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 등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출퇴근 시간, 주말, 공휴일에 꽉꽉 막히는 교통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석대교 건설 뿐만 아니라 더 적극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나”라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이대로 불편한 상황을 감수할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사진=연합뉴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사진=연합뉴스

국토부‧지자체, ‘계륵 같은 사업’ 분위기 확산···“과학적‧객관적 시각 중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와 남양주시, 하남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총선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들도 지역 표심에 따른 각 지역구의 입장을 강변하고 나서면서, 수석대교 건설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는 ‘계륵(鷄肋)’ 같은 사업이 됐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석대교는 왕숙신도시 개발문제와 관련해 당초 국토교통부와 LH가 약속했던 내용이 변경되면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LH는 원안대로 수석대교를 6차선으로 직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당 소속 최종윤 의원(경기 하남시)은 지난 9일 마찬가지로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도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하는 하남시 선동IC와 연결해 하남시민이 교통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불공평한 사업”이라며 “수석대교는 유사·중복 사업이 있어 실효성 없는 예산 낭비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2일 선동IC에서 수석대교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이라고 해도 지역 현안에 대해 지역구 기반 정치인들이 압박을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는 더 강력한 스탠스(stance)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역과 국가에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인과 리더의 역할이다. 수석대교 건설과 같은 사업에 대해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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