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6.6조 투자…기업 몰리는데 ‘깜깜이 행정’ 논란
새만금, 6.6조 투자…기업 몰리는데 ‘깜깜이 행정’ 논란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6.2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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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새만금특별지자체’ 설치 움직임…군산시 vs 김제시 충돌
“시의회에 보고하지 말라”, “시민에게 공개 말라” 깜깜이 논란
김제시 손 들어준 대법원 판결 있는데…군산시, 여론전 펴는 이유는?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수십년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정체됐던 ‘새만금 사업’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6조 규모의 투자 결정으로 모처럼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사업 관할권을 놓고 지자체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으면서 전북도가 구상한 새만금 특별지자체 설치마저 불투명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시의회에 보고하지 말라”라는 황당한 당부까지 나온 것이 알려져 ‘깜깜이 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투자 성과를 부각하고 정부의 기업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고 활기찬 새만금 시대를 열기까지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산시의회가 지난 1월 새만금신항과 동서도로 관할권 주장을 하는 모습(위)과 김제시의회가 지난 22일 결의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김제시의회
군산시의회가 지난 1월 새만금신항과 동서도로 관할권 주장을 하는 모습(위)과 김제시의회가 지난 22일 결의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김제시의회

전북도 ‘새만금특별지자체’ 설치 움직임…군산시 vs 김제시 충돌
“시의회에 보고하지 말라”, “시민에게 공개 말라” 깜깜이 논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간 새만금 국가산단에 30개 기업이 6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며 “이는 2013년 새만금개발청 설립 뒤 지난 9년간 이뤄진 투자 유치 규모의 4배가 넘는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28일에는 ‘제30차 새만금위원회’를 통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가 제1호 새만금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해당 지구에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며 새만금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지역간 알력다툼으로 비쳐지는 갈등 양상과 함께 밀실행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충돌하고 있는 지자체는 군산시와 김제시다. 이들은 2020년 개통한 ‘새만금 동서도로’와 2025년 1단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 새만금 신항만의 관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은 정부 분쟁절차까지 밟으며 장시간 대립해왔다.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전라북도가 관할권 정리에 앞서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추진하며 갈등이 표면화됐다.

김제시의회에 따르면 전라북도 자치행정국장 주재로 열린 새만금 권역 3개 시군 부서장 간담회에서 전북도가 작성한 ‘새만금 권역 3개 시군 발전을 위한 협약서’가 공개됐고, 전북도가 김제시 집행부에 ‘김제시의회에 보고하지 말 것’, ‘시민에게 공개하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김제시의회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시의회나 시민들이 모르게 진행하라는 요구가 워낙 황당하다보니 김제시장이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며 “시의회에 보고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하면 당연히 반발이 나올거라고 우려한 것 같은데 김제시 입장은 법대로, 절차대로, 숙의과정을 밟아가자는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전북도가 깜깜이 행정에 나서는 이유는 결국 군산시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한 김제시의회는 지난 22일 결의문을 내고 전라북도를 겨냥해 “3개 시·군 상생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하는 밀실 행정과 자치권 농단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북도의 기망행위는 자치권 농단이다”, “전북도의 협약 강요는 일제에 의해 행해졌던 을사늑약 체결 강요와 진배없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 날을 세웠다. 

김제시의회의 이같은 결의문 발표 이후, 27일 전라북도가 아닌 군산시의회 쪽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군산시의회는 “김제시의 결의안은 전라북도를 분열시키고 동서2축도로와 군산새만금신항만을 빼앗아가려는 명백한 획책이며 명분없는 도발행위”라며 “김제시는 무모한 소유권 도발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언성을 높였다. 군산시의 권한을 김제시가 빼앗아가고 있다는 취지다. 

군산시의회에서는 그동안 새만금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전북도와 군산시가 수년간 협력하며 행정서비스 개선을 지속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제시가 ‘지역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행정안전부에 새만금동서도로의 관할권을 신청했다며 “정부와 새만금개발청, 전북도는 김제시의 독단적이고 터무니없는 일방적인 농단에 흔들리지 말고 강력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전라북도는 “현재 새만금 행정구역을 둘러싼 시·군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과정에서 지자체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두 지자체와 의회가 협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며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새만금 토지이용계획도. /사진=대법원 판결문 별지3 도면.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새만금 토지이용계획도. /사진=대법원 판결문 별지3 도면.

김제시 손 들어준 대법원 판결 있는데…군산시, 여론전 펴는 이유는?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내용에 대한 판단은 2021년 1월 대법원 판결을 참고할 수 있다. 

대법원은 새만금 방조제 내측 육지개발에 관한 청사진을 근거로 제1호 방조제 관할을 부안군에, 제2호 방조제 관할을 김제시에 귀속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군산시 측이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군산시 주장을 기각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김제시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새만금기본계획상 산업발전축이 군산국가산업단지로부터 국제업무지구와 새만금 신항만까지 연결된다고 해서 이를 모두 하나의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군산시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새만금 갯벌은 대규모 갯벌이었고 군산시‧김제시‧부안군 어민들이 공동으로 활용해 왔으므로 매립으로 인한 공유수면 상실의 피해가 군산시에만 치중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제시의 경우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어민의 갯벌 이용과 해양진출이 완전히 막히는 피해를 입게 돼 피해의 정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관할권을 놓고 지자체 사이에 분쟁이 계속되면 사회‧경제적 비용이 늘어나고 사회통합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추후 관할 귀속 결정에서도 전체 매립대상지역의 관할 구분 구도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한다면 새만금 동서도로와 새만금 신항을 둘러싼 문제 역시도 특정 지역 소유라고 여론전을 펼 문제가 아니라, 관할구분 구도를 살펴보고 추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정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김제시의회 관계자 역시도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왜 전북도나 군산시가 다른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단은 소모적 논쟁을 하기보다 결과를 지켜봐야할 때”라 덧붙였다. 

한편, 군산시의회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인구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의 상생을 위한 추진절차를 ‘전북도의 자치권 도정 농단’이라 비난하는 것은 새만금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전북도민과 군산시민을 비하하는 행동”이라며 “김제시는 지역이기주의로 전북발전에 역행하지 말고 새만금의 새 역사를 함께 열어가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군산시는 군산새만금신항과 동서2축도로 구간이 엄연한 군산땅이라며, 이곳을 ‘특별위기대응지역’으로 선언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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