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상장폐지’…부활 꿈꾸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상장폐지’…부활 꿈꾸는 최규옥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6.29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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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먹는 하마 ‘오스템글로벌’…오스템임플란트, 대여금 265억 투입
사모펀드에 경영권 넘긴 최규옥, 자녀들은 BW 확보…‘편법승계’ 논란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하면서 28일 오후 2시44분을 기점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대규모 횡령사건을 겪으며 주주들로부터 탄원서까지 받아 거래를 재개했던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진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호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상장폐지 이후에도 추가 공개매수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 상황을 뜯어보면 석연치 않은 자금의 움직임들이 포착됐다.

상장폐지가 되면 1년에 한번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 이외에는 기업공개 의무가 사라지는 만큼, 대주주나 오너일가에 유리한 결정들이 이면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오스템임플란트.
/사진=오스템임플란트.

돈먹는 하마 ‘오스템글로벌’…오스템임플란트, 대여금 265억 투입

첫 번째 수상한 움직임은 오스템임플란트가 자회사인 오스템글로벌에 수백억원을 대여금 형태로 지원한 부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자회사인 오스템글로벌에 대여금을 제공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증액 결의를 통과시켰다. 작년에 오스템글로벌에 제공한 대여금은 165억, 여기에 100억원이 더 추가로 투입된다. 

대여금만 무려 265억원에 달하지만, 치과용 엑스레이의 부품 개발 및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는 오스템글로벌의 상환 가능성은 사실 희박하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3억8900만원으로 미미한 수준인데다 영업이익은 -23억원에 달하는 등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스템임플란트는 오스템글로벌을 통해 송도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신사옥까지 짓고 있다. 

오스템글로벌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유일한 고객사인 오스템임플란트가 85.5%로 최대주주, Nakanish Inc가 9%,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이 0.8% 등을 보유하고 있다.

회수 가능성에 대한 문제 때문인지 오스템임플란트는 오스템글로벌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굳이 출자가 아닌 대여금 명목으로 자금이 투입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템글로벌에 대여금을 제공하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이사회 결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는 없게 됐다.

사모펀드에 경영권 넘긴 최규옥, 자녀들은 BW 확보…‘편법증계’ 논란
소액주주 보호한다더니…공개매수, 주식병합으로 주주들 쫓아내기?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가 결성한 컨소시엄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올해 초 경영권을 넘긴 최규옥 회장이 자녀들에게 편법증여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눈여겨볼만 하다.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이동은 2021년 말 발생한 내부직원의 ‘2215억원’ 규모의 횡령사건으로 불거졌다. 당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가 4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됐지만, 사건발생 초기에 이슈가 됐던 윗선개입 의혹에 과거 있었던 최규옥 회장의 횡령사건까지 재조명 되면서 ‘오너 리스크’ 논란이 확대됐다.

여기에 강성부펀드(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분을 늘리며 지배구조 개선까지 요구하자, 최규옥 회장은 컨소시엄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와의 합의를 통해 보유지분 중 절반 가량을 블록딜 하며 경영권을 넘겼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자회사인 오스템파마에 근무하던 딸을 유학 보낸 것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제는 경영권 이양이 있기 이틀 전에 발생했다. 최규옥 회장이 두 자녀에게 CB(전환사채) 콜옵션을 반반씩 증여한 것인데, 자녀들은 이를 즉각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넘기고 대가로 BW(신주인수권부사채)을 지급 받았다. 

CB는 만기도래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의결권이 발생하지만, BW는 취득 시점에서 즉각 의결권이 생긴다. 최 회장의 자녀들이 CB 콜옵션을 주고 BW 지급을 받았다는 부분은 사실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최 회장과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분히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자녀들은 CB와 BW거래를 통한 의결권 우회 확보가 가능해진 모습이다. 사실상 자녀 뒤에 선 최규옥 회장이 경영권 행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도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의 M&A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디지털 진단영상 솔루션 기업 ‘디알텍’과 인공관절 전문회사 ‘코렌텍’ 등에 투자를 했던 만큼, 사모펀드가 이들 회사를 수직계열화해 커다란 덴티스트리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놓고 일부 소액주주들은 “알박기를 할 시점”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현재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오스템임플란트 측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추가 공개매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6월28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 지분율은 3.91% 가량. 자진 상장폐지를 앞두고 오스템임플란트가 액면가 500원 주식 10주를 액면가 5000원 주식 1주로 병합하는 주식병합까지 추진한 것을 감안하면, 표면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결국 ‘알박기’를 시도하려는 소액주주들을 떨쳐내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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