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아스파탐 패닉…광동제약 비타500 ‘위기 마케팅’에 쏠린 눈총
[비하인드] 아스파탐 패닉…광동제약 비타500 ‘위기 마케팅’에 쏠린 눈총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7.04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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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엔 아스파탐 없어요” 광동제약의 ‘위기 마케팅’
식품업계 관계자들 눈총 “마냥 여론전 편승, 좋아 보이지 않아”
“다른 인공감미료도 문제 안된다는 보장 있나” 따가운 시선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물질(2B군)로 분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식품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아스파탐이 함유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일제히 “극소량을 써서 인체에 유해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파탐은 많은 식품업체들이 써온 첨가물”이라 해명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식품업계가 ‘패닉’에 빠진 와중에, 광동제약은 “비타500에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들어있지 않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 제품 보호에 나섰다. 광동제약 전체매출 중 상당 부분을 ‘비타500’이 차지하고 있다보니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광동제약의 행보에 대해 “전형적인 위기 마케팅”이라며 눈총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스파탐 ‘케모포비아’일까…야근‧튀김보다 덜하다던데
식약처 “매일 제로콜라 55캔, 막걸리 33병 마셔야 위해 수준”

아스파탐은 설탕의 약 200배 감미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식품첨가물로, 다양한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식품업계의 ‘제로 열풍’ 속 다이어트 콜라, 막걸리, 과자, 사탕 등에 아스파탐이 사용돼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불안하니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겠다는 선언부터, 야근이나 튀김보다 발암 가능성이 더 낮은데 뭘 그렇게 불안해하느냐는 비아냥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발암물질 2B군은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물질로, 인체관련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해당된다. 여기에는 커피, 고사리, 김치‧오이피클 같은 초절임야채, 전자기장(라디오‧스마트폰), 코코넛 오일 화합물 등이 포함돼있다. 

2B군보다 더 상위에 있는 발암물질 2A군(발암추정물질)에는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 튀김류, 65℃ 이상의 모든 마시는 액체, 붉은 고기, 우레탄 등이 포함돼있고 간접흡연, 야근 등의 행위도 목록에 들어가있다.

한 전문가는 “단순히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됐다고 위험하다는 식의 판단은 옳지 않다. 아닌 말로 야근이 2A군으로 분류돼있는데 아스파탐보다 야근이 더 위험하다고 하면 믿겠나”라며 “성분 자체만을 문제 삼기보다는 함유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공포감부터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아직 IARC(국제암연구소)와 JECFA(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의 정확한 연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며, 일단은 기다린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이 높지 않은 수준이고, 2B군에 분류됐다고 해서 섭취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추후 평가결과나 섭취량, 다른 나라의 관리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 전했다. 

실제로 식약처가 발간한 자료를 근거로 보면 아스파탐이 건강에 위해한 수준이 되려면 체중이 60㎏인 성인이 다이어트 콜라(1캔 250㎖·아스파탐 약 43㎎ 기준)를 하루에 55캔 이상을 매일 마시거나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33병을 마셔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광동제약
/사진=광동제약

“우리 제품엔 아스파탐 없어요” 광동제약의 ‘위기 마케팅’
식품업계 관계자들 눈총 “마냥 여론전 편승, 좋아 보이지 않아”
“다른 인공감미료도 문제 안된다는 보장 있나” 따가운 시선 

때아닌 아스파탐 사태에 식품업계들이 다른 원료로 바꾸겠다고 밝히는 등 일제히 패닉 상태에 놓인 가운데, 한 업체는 자사 제품에 아스파탐이 들어있지 않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뿌리고 나섰다. 바로 ‘광동제약’이다.

광동제약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 드링크 비타500 및 비타500 제로는 WHO가 발암가능물질로 분류 예정인 인공감미료 아스파탐과 무관하다”며 “해당 제품 뿐만 아니라 당사의 다른 음료 제품에도 아스파탐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3월 선보인 ‘비타500 제로’는 기존 비타500에 함유된 비타민C(500㎎)와 상큼한 매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류와 칼로리 함량은 0으로 설계해 건강함을 배가한 제품”이라 적극 홍보했다. 

광동제약이 이처럼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광동제약‧상상인증권 등의 품목별 매출추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매출 2143억 중, 비타500은 23.7% 증가한 210억원, 삼다수가 18.7% 증가한 731억 등을 차지했다. 제주삼다수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품목인 셈이다. 2022년 기준으로도 전체매출 8505억원 중 삼다수가 2955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비타500류가 975억원으로 그 뒤를 쫓았다. 

광동제약을 먹여살리는 대표 품목인 비타500이 타격을 입는다면 회사 매출 역시도 휘청일 수밖에 없는 만큼, 발빠르게 자사 제품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취재결과 식품업계 내에서는 이러한 광동제약의 행보를 놓고 “전형적인 위기 마케팅”이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의 경우 식약처가 승인한 22개 인공감미료 중 하나로 오랫동안 믿고 써왔던 만큼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보단 업계에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아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 제품에는 아스파탐이 없다고 선제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단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 얌체같이 우리는 아니라고 홍보하면 당연히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안 그래도 식품업계가 힘든 상황인데, 명색이 제약사라는 광동제약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여론전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여졌다”고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아스파탐을 사용한 업체들도 전부 식약처를, 정부를 믿고 해당 첨가물을 사용한 거다.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업체들도 결국에는 다른 인공감미료를 쓰고 있을텐데 나중에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공감미료의 역사가 짧기도 하고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아스파탐이) 완전히 명확하게 유해하다고 결론난게 아닌데,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마치 동종업계가 경쟁사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고 여론전을 펴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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