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창희·조동근·이진형 “‘직장인 대혼란’ 시대, 일하는게 행복하려면?”
[인터뷰] 강창희·조동근·이진형 “‘직장인 대혼란’ 시대, 일하는게 행복하려면?”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7.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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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가장 큰 투자엔진은 자신의 직업이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기업이 나를 계속 필요하도록 자신을 훈련시켜야 해”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 “내가 지금 어디쯤 와있나 점검해야”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바야흐로 ‘직장인 대혼란’의 시대다. 

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좋은 회사 명찰만 목에 걸면 모든게 잘 풀릴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금 하는 일도 벅찬데 회사에서는 계속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질 않나, 위에서는 상사가 못살게 굴고 밑으로는 신입직원들의 눈치를 봐야한다. 입사할 당시에는 유망업종이라 했는데 지금 메스컴에서는 우리 업종이 사양사업이라고 말한다. 

우직하게 일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도 계속 귓가에 들린다. ‘돈을 일하게 해야 한다’, ‘투잡·쓰리잡까지 뛰어야 하는 시대’, ‘노후준비는 30대부터 시작하라’ 등 직장인들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경고들이 끊이질 않고 이러한 내용들을 다루는 책·강의 등 컨텐츠가 넘쳐난다. 

유튜브나 주식투자로 젊은 나이에 엄청난 돈을 벌고 은퇴한 파이어족들도 있는데, ‘나는 당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날이 우울해진다.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대출이니 뭐니 묶여있는게 너무 많다. 전혀 일하고 싶지 않지만 할수 없이 일하러 가야만 한다. 행복은 너무나 멀고도 멀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일 것이다. 한 수치에 따르면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일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75세’ 안팎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저출산·고령화 여파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100세 시대가 왔지만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닥친 셈이다. 

대혼란의 시대, 직장인들이 어떻게 일해야 행복한지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오랜시간 직장에서 일하고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시니어 3인을 만나봤다.

노후설계 전문가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가 토론에 참여했고, 김진혁 경영지도사·행정학박사가 사회를 맡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일’과 ‘행복’을 절대 분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한국 근로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으로 1915시간, 엄청난 시간을 일하는데 쏟아 붓고 있는데 이 시간이 결코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라면 그것만큼 의미 없는 일은 또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 견해다.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어차피 75세까지는 일해야 하는 시대에 ‘일=돈버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일=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전환시켜서 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야만 장시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오래 일해본’ 시니어들의 조언이었다. 

물론 이들의 조언이 ‘꼰대 냄새나는 소리’라 느끼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꼰대들의 조언‘으로 치부하기엔 이들의 방대한 경험에서 우러난 목소리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해 볼거리를 남긴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왼쪽부터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GPP) 대표. /사진=파이낸셜리뷰DB.
왼쪽부터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 /사진=박영주 기자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시고, 지금도 활발하게 현역에서 뛰고 계십니다. 오랫동안 일하면서도 행복한 생활을 하실 수 있는 각자의 비결이 있습니까?

강창희= 사실 ‘오래,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얼마든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최고의 노후대비는 영원한 현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동근= 본래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 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하는 것으로, 남이 나를 원해야 일이 성립됩니다. 따라서 평생 일을 해왔다는 것은 남이 나를 평생 필요로 했다는 것으로, 평생 일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행복입니다.

이진형= 나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내가 주도한다는 강한 주인의식과 책임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나 개인이라는 생각보단 팀워크와 상하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조직문화 형성에 솔선수범을 보여야 합니다. 당연히 업무수행시 공·사를 엄격히 구분할 수 있는 절제력도 요구됩니다. 

한국 직장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을 하면서 ‘번아웃’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이유와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강창희= 저는, 돈 때문에 또는 회사의 지시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장시간 했던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번아웃에 빠져본 일은 없습니다. 스스로 지원해서 자료를 만들거나 원고를 쓰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고생한 일은 수없이 많지만 일이 끝난 후의 충만감 때문이었는지 고통스러웠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의 경험이 쌓여 저의 전문성을 키워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조동근= 근로자의 입장에서 번아웃의 경험은 일상일 것입니다. 일은 기본적으로 ‘남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조율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연결돼있기 마련입니다. 내 맘대로 내 뜻대로가 성립하지 않지요. 그리고 돌발변수는 늘 튀어 나오게 돼있어, 주변과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진형= 직장생활 중 번아웃에 빠지는 요인은 여러가지 복합적이겠지만, 팀워크를 구축하면서 상하 간 원활하지 못한 인간관계, 자기 일에 대한 불만과 갈등, 원하는 성과와 목표의 미달성, 자신이 점유하는 조직 내 나의 위치 및 미미한 존재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로 돌이켜보면 국내 및 해외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최고전문가로서의 입지에 대한 불안감, 일을 통해 자신이 얻으려 하는 개인과 가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급증하면 번아웃에 빠지게 됩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사진=박영주 기자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사진=박영주 기자

일을 하다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한다는 답변도 많지만, 어떻게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강창희= 직장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서 월급·보너스·퇴직금 등을 받습니다.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은 그만큼의 수입을 발생시키는 금융자산인 셈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큰 투자엔진은 자신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조동근= 우선 직장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보입니다. 내가 직장을 원해서 입사했는가 아니면 직장이 나를 원해서 입사했는가? 당연히 후자겠지요. 따라서 직장이 원하는 기대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나를 계속 필요하도록’ 늘 자신을 훈련시키고 혁신시켜야 합니다. 직장은 분업을 통해 협업하는 곳입니다. 분업을 하는 것은 생산성을 높기 위해서지만 협업을 통해 높아진 생산성이라는 열매를 거둡니다. 따라서 동료의식과 소속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회사에 대한 ‘정체성’이 만들어집니다. 

이진형=자아실현을 통한 국내·해외에서 최고 전문가 입지 구축이 제1순위라고 생각됩니다. 직장이 단순히 돈 버는 수단이 아닌 일에 대한 열정과 일을 통한 성취감 달성의 수단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어디에 와있는가’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속한 분야에서, 국내 수준을 봤을 때 나는 어디 위치에 있는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위에서 지시받고 불평불만만 하는게 아니라 내가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조직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나와 조직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끊임없이 점검해야 해요. 조직 내 자아실현과 인정을 통한 자신감 획득, 국가·인류·사회와 대한 공헌과 기여, 자신과 가족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보장 및 기대감 등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밥벌이’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하는 것이 좋은지도 궁금합니다. 

강창희=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을 바꿔 나가자’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지요? 머리가 우수하지도 않고 집중력도 없는 보통의 직장인들은 위에서 시키는 일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어떤 일을 해보겠다고 과감히 지원을 해보는 것입니다. 막상 하려하면 고통스럽기도 하고 후회막심할 수도 있겠지만 ‘마감의 힘’을 이용해 그 일을 끝내고 나면 기대이상의 충만감도 느껴지고 전문성도 쌓여갈 것입니다. 저의 경험입니다.

조동근= ‘밥벌이에 끌려다닌다’는 것은 직업을 호구지책으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업이 생계수단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거기에 머문다면 ‘자신은 의미 없는 존재, 남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거나 마찬가지겠지요. 동료나 상사, 부하를 잠시 눈속임해서 본인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는 없습니다. 낯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어도 내 주변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현업의 현장지식을 꿰고 미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깨어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이진형= 직장에서 업무수행시 내가 주인이고, 내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는 강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규모에 관계없이 성과는 내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 상하 상사와 동료의 합작품입니다. 따라서 개인보다 팀워크와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조직문화 형성 노력. 상사와 조직에 대한 불만과 갈등 표출 대신 스스로 변화와 개선 노력을 통한 조직문화의 개선에 기여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사고 대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의 업무 수행이 요구됩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사진=박영주 기자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사진=박영주 기자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인의식’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꼰대’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습니다. 주인의식을 요구하기 전에 주인으로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동근= 그렇게 따지면 ‘종업원 의식’이라는 것도 있는지 묻고 싶네요. 주인행세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돼서 적극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일의 주인으로서 행동하라는 것이 주인의식 아닙니까. 사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적극적’이에요. 비록 지시를 받았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주인의식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성과가 좋아지고 회사에서 인정을 받다보면 위로 올라갈 것 아닙니까. 베스트셀러 중에 제일기획 최인아 부사장이 펴낸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라는 책이 있더군요. 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세상이 나를 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도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발생하는 것처럼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창희= 저는 근로자 관점이 아니라 CEO 관점에서 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조직을 운영하는 CEO들은 조직에 속한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원을 소모품으로 보고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는 환경인 회사들도 많습니다. 단순히 근로자 개인을 문제 삼기는 어려워요. 조직의 관리자도 ‘주인의식’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소위 갑질만 하는 회사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봅니다. 

이진형= 사원은 사원에 맞게, 대리는 대리에 맞게, 임원은 임원에 맞게 일이 주어지고 월급이 지급됩니다. 절대 조직에서 대리 보고 임원들이 할 의사결정을 하라고 안하죠. 나는 아직 대리 수준인데 임원들이 하는 것을 안해준다고 불만을 갖고 주인의식을 못 가지겠다 말하는 것은 주인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꾸준히 묵묵하게 일을 해나가는 것이 오히려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들이겠죠. 내 위치를 확인하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내가 만약 과장 또는 부장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해보고, 내가 조직에게 해주는 것과 조직이 내게 해주는 것들을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봅니다. 

현재 직장생활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강창희= 직장인은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나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더라고 곧바로 같은 직업을 찾아 현재 수준 못지 않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자신이 없다’거나 또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된다면 자신(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열심히 해서 자기 일에서 일류가 되겠다는 노력을 최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맡은 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장래가 불투명한 일이라면 회사에 부탁해서 업무를 바꾸든지 아니면 전직까지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세월만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조동근= 직장생활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심약한 마음가짐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왜 직장생활이 힘든가? 동료·부하직원·상사가 마음에 안 들거나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인가? 새로운 직장을 찾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동안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직장에서 얻게 된 여러 형태의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잃을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해법은 뜻밖에 내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숨겨진 것의 재발견’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권합니다.

일상성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늘 동료를 의식하고, 자신의 잠재적인 그리고 지금 경쟁자를 의식할 필요가 있지요. 그들과 경쟁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이진형= 일단 힘든 사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분야의 일인지? 조직에서 나의 위치의 존재감, 성과에 대한 냉철한 숙고, 그리고 강한 개선 노력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주어진 업무 성과 및 목표에 대한 적절성 검토 등을 상사와의 상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변 상하 인간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과 반성, 객관적인 성찰과 반성 결과에 대한 정리 및 엄격한 피드백으로 새로운 대안 모색과 실천을 해야 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쉽게 포기하는 나약함은 절대 금물입니다.

내가 주인이고, 최종 의사결정권자 라는 주인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책임감과 자부심. 일에 대한 기획, 실행, 결과분석, 피드백 같은 업무 사이클 습관화와 준수. 공과 사에 대한 명확한 업무 구분 등을 일상화해야 하겠지요. 공감과 협업이 필요한 시대에 개인보다는 팀워크와 상하 주변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마인드 구축과 습관화도 필요합니다. 실패한 경험의 자산가치 인정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원인분석 및 피드백 마인드도 중요합니다. 실패도 또 하나의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행복한 주간 직장일기 쓰기가 도움이 됩니다.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시작했는가, 누구를 도왔는가,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등을 작성하고 일주일이 끝날 때마다 관찰한 내용을 점검한 뒤에 무엇을 발전시킬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거죠.

직장인으로 오래 일해본 선배로서, 새로 직장에 뛰어드는 MZ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강창희=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는 현역시절보다도 퇴직 후 30~40년의 행복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20~30대에 시작해야 할 것은 몸값을 높이기 위한 인적자본투자와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최저생활비 마련을 위한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가입, 그리고 노후대비 자산관리의 기본원칙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조동근= 최근 들어 MZ 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은데요, 젊다는 것이 특권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젊다는 것이 에너지일 수 있지만 반대의 시각에서 보면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정치세계에서 ‘젊은 피’ 수혈 등 정치적 수사가 남용되지만, 직장생활은 정치세계가 아닙니다. MZ세대는 기득권 기성세대와 달라야 합니다.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하고 시도하며 ‘땀의 의미’를 정직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MZ세대는 잠재적 재능의 보고(寶庫)이지 않습니까? 끊임없이 ‘자기 안에서 잠자는 거인’을 깨웠으면 합니다.

이진형= 직장 생활에 너무 큰 기대나 불안감에 휩싸일 필요가 없습니다. 입사하기 전에 적성과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사회초년생의 자신을 떠 올려보고 직장에서 일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 행복하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과정이 쉽거나 지난 할 수 있지만 직장생활하면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소극적인 일 처리는 배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 있는 일처리가 아닌 의미없는 반복된 일을 쳐내기만 한다면 발전과 성장이 없습니다.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 /사진=박영주 기자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 /사진=박영주 기자

요즘은 투잡을 넘어 쓰리잡까지 하는 시대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유튜브나 웹소설 쓰기 등 부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부업으로 캐시카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도움이 될지, 그리고 이직이 많은 시대에서 이직하지 않고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창희= 가능하면 자기가 하고 있던 일과 연결시켜서 하는 것이 좋겠죠. 회사 일을 하면서 아예 다른 성질의 일을 하면 분산이 되니까 자칫 원래 일도 놓칠 수 있습니다. 80%는 내가 하고 있던 일을 활용하지만 약간만 변형시키면 다른 니즈에 부합하는 일을 부업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전문성을 살려서 칼럼을 쓰시는 분들도 부업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갈수록 비즈니스 라이프가 짧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 사회가 투잡·쓰리잡을 사람들한테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직 문제는 제 경우를 보면, D증권사에서 21년을 일했는데 한번 직장을 옮기고 보니 그 다음부터는 타인에 의해서 많이 옮겨지게 되더군요.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 필요에 따라 내가 움직이면 그게 ‘이직’이 되는거죠. 이직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기 보다는 전문성을 살리고 남이 나를 필요로 하게 되면 이직이 이뤄지는 것이니 좋다 나쁘다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조동근= 남들이 한다고 덩달아 투잡·쓰리잡 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나에 몰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전문성을 살리는 길이니까 아예 다른 성질의 일을 하기보다는 자기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기회를 포착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본 직업 없이 프리터라고 하죠? 알바만 서너개씩 하는 것은 남는게 없어요. 사실 정거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그런거나 마찬가지죠. 정주 개념이 없는 알바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직 문제도 남이 나를 필요로 하니 결과적으로 이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이 아니고 직장 내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옮겨본들 또다른 스트레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직장에서는 상사가 쪼는데 옮기고 보니 밑에서 쪼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문제가 해결이 되는지를 생각해보고, 어쩌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부분은 없는지도 고민해봐야죠. 너무 이직이 잦으면 신뢰를 잃게 되고 고스란히 자기에게 손해가 돌아오니까요.  

챗 GPT가 등장하면서 고소득 전문직의 실직도 시작되는 분위기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직장인들이 갖춰야할 자질은 무엇일까요?

강창희= 영국 옥스포드대학 마틴스쿨에서 낸 ‘고용의 미래보고서’에 의하면 2033년가지 현재 있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또, 국내취업컨설팅업체 ‘잡코리아’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40대 이상 직장인이 체감하는 평균퇴직연령은 51.7세라고 합니다. 근무환경이 이렇게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주위에서 보면 생각지도 않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창직의 시대인 것입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에게는 ‘생각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가진 능력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어떻게 키워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동근= 과학기술발전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입니다.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 발전이 인간의 고급사고력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죠. 주변에 보면 질문이 주어졌을 때 ‘생각하기 보다 검색부터’ 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검색에 나오지 않으면 모른다고 답하는 데 매우 우려스러워요. 생성형 AI 챗봇도 본질은 검색기입니다. 사전에 미리 학습한 것을 잘 정리해 두었다가 질문이 던져졌을 때 답변하는 것이니 여전히 검색기일 뿐이지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급사고력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자료의 검색, 분류, 확인 등의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빨리 처리함으로써 이와 연관된 직종과 직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인간을 손에서 해방시켜 여유시간을 더 갖게 하는 진화의 방향성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AI 출현은 ‘기회와 위협’의 양면의 칼로 작용하면서 ‘삶의 질’을 높여줄 것입니다.  

이진형= AI는 고학력 창의적 업종도 대체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육체노동 일자리는 물론 창조적 업무까지 수행하면서 화이트칼라 직종의 일자리 재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의하면 생성형 AI가 전세계 약 3억개 정도의 정규직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고 화이트칼러 일자리가 건설 근로자보다 더 위험하다고 예측합니다. 누구와 어떤 일을 하든지 공부하고, 몰입과 즐기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일이 행복을 위한 조건이 아닌 일 자체가 행복이 되었으면 해요. 직업적 성찰과 올바른 직업관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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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담 사회를 맡은 김진혁 경영지도사·행정학박사. /사진=박영주 기자

일하면서 행복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행복하게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강창희= 100세시대의 퇴직후 3대 불안은 돈, 건강, 외로움입니다. 이 3대불안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공헌활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이 3가지를 겸한 활동이든 ‘일’을 갖는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동근=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지만, 돈은 선택의 범위를 넓힙니다. 어느 정도의 돈을 갖춰야 합니다. 

이진형=​ 행복은 일상을 즐기는 긍정 정서에서 비롯됩니다. 행복은 습관으로 일상생활에서 쾌락을 자아낼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죠. 틈틈이 감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추억을 남기고, 집중하여 일을 하면서 성취가 됩니다. 일을 하는 것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로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면 인생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강창희= 2021~2022년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의 재테크붐속에서 ‘돈에도 일을 시켜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직업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현상의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젊은 직장인들이 ‘돈에도’ 일을 시킨다는게 ‘돈에만’ 일을 시키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그 때문에 자신의 직업을 소홀히 해온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가장 큰 투자엔진은 자신의 직업’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조동근= 직장은 ‘삶의 터전’ 일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의 통로입니다. 자신은 ‘자연인 아무개’로서가 아니라 ‘특정 직장의 특정 직급’으로 구별돼 인식됐으면 합니다. 직장은 ‘사회적 정체정 그 자체입니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또 반대로 직장이 자신의 기여로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직장은 ‘calling’이기도 합니다. 신의 계시에 따른 부름에 응한 것이 직장인 것입니다. 
 
이진형= “‘나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게 연봉으로 일의 중요성을 가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과 영향력, 자아성취 세가지는 일을 하면서 결과를 측정하는 기준이자 성공을 가름하는 적절한 방법이죠. 세가지 메트릭스의 조합을 찾는다면 성취감과 행복감이 커질 것입니다. 

왼쪽부터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 /사진=파이낸셜리뷰DB.
왼쪽부터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이진형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 /사진=파이낸셜리뷰DB.

<토론자 소개>

강창희=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일본 도시샤대학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거래소, 대우증권 도쿄 사무소장, 현대투신운용 사장,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미래에셋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 역임. 현재 50년 동안 금융투자 업계에 몸담고 있는 국내 제일의 노후설계 전문가,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이다.

조동근= 서울대 건축과, 경제학 석사, University of Cincinnati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한국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명지대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이다. 

이진형=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석사를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 한 직장에 35년간 근무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 미국 지점장(휴스턴), 전무 등을 지냈다. Global Procurement Partner 대표이면서 서울사대부고 총동창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진혁(사회)= 한국취업컨설턴트 대표위원, 연세대학교 행정학박사 등을 지냈고, 현재는 미래성공전략연구소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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