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공포? 새우깡‧꽃게랑 ‘미세플라스틱’ 논란 속 허점
과도한 공포? 새우깡‧꽃게랑 ‘미세플라스틱’ 논란 속 허점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7.17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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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꽃게랑 1g당 미세플라스틱 13개‧21개 검출 결과
소비자 공포심에 어민들 근심…업체들 “표준화된 기준 없어”
계속되는 ‘케모포비아’…전문가들 “정확한 정보로 판단해야”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아스파탐’ 이슈가 식품업계 전체를 덮친데 이어 이번에는 특정 과자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산물, 특히 갑각류에 가장 많이 축적돼있다는 보고를 근거로 갑각류를 원료로 사용한 과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특정 제품명이 거론되면서 업체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미세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량화된 기준이나 표준분석방법이 마련돼있지 않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서 조금씩 인체 영향에 대한 자료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공포심 조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우깡과 꽃게랑 제품. /사진=농심,빙그레
새우깡과 꽃게랑 제품. /사진=농심,빙그레

새우깡‧꽃게랑 1g당 미세플라스틱 13개‧21개 검출 결과
소비자 공포심에 어민들 근심…업체들 “표준화된 기준 없어”
계속되는 ‘케모포비아’…전문가들 “정확한 정보로 판단해야”

해당 논란과 관련해 포문을 연 것은 헬스조선의 한 기사였다. ‘새우깡서 미세플라스틱 검출…국민 하루 섭취량의 70배 달해’라는 기사의 주요 내용은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인 한국분석과학연구소에 새우깡‧꽃게랑 제품 속 미세플라스틱 10종(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스티렌, PVC 등)을 대상으로 20μm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분석을 의뢰한 결과였다. 

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과자 1g당 새우깡은 13개, 꽃게랑은 2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과자의 중량이 새우깡이 90g, 꽃게랑이 70g인 만큼 과자 한봉지에 각각 1170개, 147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됐다는 것이었다. 10종의 미세플라스틱 중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만 다량 들어있었고 폴리스티렌‧PVC 등 다른 종류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이 보도된 이후, 새우깡‧꽃게랑 제품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자칫 제품에 사용되는 국내산 새우와 꽃게에 불똥이 튈 것을 걱정하는 어민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안그래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민감한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 이슈까지 더해지면 어민들의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실제로 농심 새우깡의 경우, 지난 2019년 이물질 검출 문제로 40년 넘게 써온 원료인 ‘군산 꽃새우’의 수급처를 해외로 바꾸려 했다가 어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에 이를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 농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새우깡은 미국산 꽃새우와 국내산 꽃새우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 꽃게랑 제품에는 주로 남해지역에서 수급한 꽃게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보도와 관련해 농심‧빙그레 등에서는 “미세플라스틱 검출과 관련해서는 표준 분석방법이 없는데다가 표준화된 기준도 없는 상황”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아직 검증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데다가 섭취기준 조차 마련돼있지 않아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더군다나 제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원재료인 갑각류가 아니라, 과자의 비닐 포장재가 원인일 수도 있고, 과자를 만들 때 사용된 물이나 소금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사에도 있었던 만큼 특정 제품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 역시도 “미세플라스틱 같은 경우는 아직 조사가 안됐을 뿐, 다른 제품들에서도 얼마든지 검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신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정도를 먹으면 안전하고 어느 정도 이상을 섭취하면 유해한지 기준조차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 아니냐”며 “사실 아스파탐 이슈 역시도 수많은 식품첨가물 중에 그나마 아스파탐이 검증이 됐기 때문에 논란이 된 것이지, 미세플라스틱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금 단계에서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사실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WHO(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첫 보고서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며 현재로서는 인체 건강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제한된 정보들’ 만을 바탕으로 한 것인 만큼,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 역사는 너무나도 짧다. 플라스틱은 19세기에 대량으로 생산돼 우리 삶에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미세플라스틱 등 플라스틱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의미하는 ‘케모포비아(Chemical+Phobia)’라는 말이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케모포비아가 확산되는 것은 우리가 화학물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지 무조건 공포심부터 갖고 사안을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국회에서 열린 케모포비아 인식 및 화학물질 안전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에서 패널들은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통합평가 및 예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인 2022년 미세플라스틱 식이 및 흡입노출과 관련된 WHO 보고서에서는 2019년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보고서와 달리 나노 및 미세플라스틱에 급성 또는 만성노출되면 호흡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10μm 이상의 크기는 흡수되거나 흡수될 가능성이 낮지만 10μm 이하의 나노 및 미세플라스틱은 생물학적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제한된 데이터는 나노 및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거의 제공하지 않지만, 노출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상업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에서 나노 및 미세플라스틱 방출이 크게 감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담겼다.

한국분석과학연구소 정재학 소장은 “미세플라스틱이 원료에서 100% 기인되는 것이 아니라 용기, 제조공정 상에서도 기인될 수 있다. 제대로 된 기준을 찾으려면 인체 유해성을 근거로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사람 대상으로 인체 유해성을 판단할만한 자료가 많이 없기 때문에 기준을 세우기는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나가야한다”며 “유럽은 예비타당성 조사 수준으로 큰 과제를 수행하면서 인체 유해성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품과 미세플라스틱, 인체와의 관계 등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것들을 벤치마킹해서 해야 하는데 조금 아쉽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이번 미세플라스틱 논란과 관련해 “현재 다른 식품 제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할 수 있는 표준방법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미세플라스틱의 독성 연구도 진행 중”이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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