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소주’ 나오나…마트‧편의점 웃고, 자영업자들 울고
‘1000원 소주’ 나오나…마트‧편의점 웃고, 자영업자들 울고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8.02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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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편의점‧주류업체 등 “다양한 프로모션 가능, 긍정적”
일부 자영업자들 “출혈경쟁 유도, 현실성 없는 정책” 볼멘소리
국세청 “장기간 지속시 고시위반, 처벌대상…하반기 점검 강화”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8시부터 9시까지 소주 100원’, ‘오픈특가로 이번 주말까지 소주 1000원’, ‘소주 3개 사면 하나 더 드립니다’ 등 과거에 프로모션 식으로 진행됐던 주류 할인이 부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는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반색하고 있지만,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일각에서는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볼멘소리가 쏱아지고 있다. 

관련 내용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 할인을) 권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할인을 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하긴 힘들 것이고 일시적인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자 배제 목적으로 장기간 지속하는 할인 프로모션 등에 대해서는 하반기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주류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주류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류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 가능” 국세청 유권해석
식당에서 1병에 6000원 하는 소주, 프로모션으로 싸질까

최근 국세청은 한국주류산업협회와 한국주류수입협회 등 주류단체에 “소매업자가 주류를 구입가격 이하로 팔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권해석 답변을 보냈다. 그러면서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술 덤핑 판매, 거래처에 할인비용 전가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소매처의 주류 할인판매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행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대로라면 소매업자는 주류를 실제 구입가격 이하로 팔수 없게 돼 있다. 소비자들이 술을 구입가보다 싸게 팔고 손실분을 공급업자에게 받아 메꾸는 방식의 편법거래를 막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술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6000원 소주까지 등장한데다가,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주류 시장 가격경쟁을 활성화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주류 할인판매를 일부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주류제조사들은 소주 한병을 1100원에서 1200원 가량으로 도매상에 납품한다. 도매상들이 유류비‧운송비‧마진 등을 붙여서 1400~1500원 안팎에 소매업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마진이 붙은 소주는 다시 대형마트에서는 1500원, 편의점에서는 2000원 안팎에 판매된다. 일부 음식점 등에서는 소주 1병에 5000원, 6000원까지도 판매되는 상황이다. 

만일 국세청 유권해석대로 구입가격보다 싼 가격에 주류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해진다면, 보다 많은 업체들이 경쟁에 나설 것이고 자연스럽게 소주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트‧편의점‧주류업체 ‘긍정적’ vs 자영업자들 ‘부정적’
국세청 “할인판매 일시적일 것, 하반기 점검 강화 예정”

국세청에서 내놓은 유권해석 답변이 공개된 이후, 업체들을 중심으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식당 등에서는 “술값을 더 올려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에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은 “사실 시행을 해보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은 못하겠지만, 프로모션 등 옵션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업체들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긍정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A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원가이하 판매가 가능해지면 자체적으로 할인이벤트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주류만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고 업체 입장에서는 매장 방문자가 늘어나서 오히려 이익으로 이어질거라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주류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제조‧수입사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많은 소비촉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소매점이나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할인행사를 진행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반면 동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인건비나 임대료 부담 때문에 주류가격을 올려야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업자들이 얼마나 되겠나. 출혈경쟁만 유도하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며 “결국 대형마트나 주류업체들만 좋아할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국세청 소비세과 소속 서기관은 주류 할인판매 허용과 관련해 “무조건 구입가 이하로 판매하라고 권장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고 해석을 해준 것이 업체들을 통해 공개가 된 내용”이라며 “(할인판매를 하면) 손실이 발생하니 장기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일시적으로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기간 한다면 덤핑판매로 경쟁자들을 없애겠다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는데 그러면 고시위반이고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 여러가지로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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