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유커’가 온다…화장품 업계, 하반기 웃을까
[오늘 통한 과거리뷰] ‘유커’가 온다…화장품 업계, 하반기 웃을까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8.18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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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K-뷰티 팝업 스토어 '서울 뷰티 아케이드'를 찾은 이들이 전시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유커(游客)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침체됐던 화장품 업계가 모처럼 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중국 부동산 리스크 우려에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오는 9월29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에 중국인 단체여행객들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 역시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2019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장품 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미샤‧에뛰드‧토니모리‧이니스프리‧잇츠스킨‧네이처리퍼블릭‧스킨푸드 등 이른바 ‘로드샵’으로 불리는 브랜드들이 화장품을 팔아 막대한 규모의 매출을 올렸고 아예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代工)들이 화장품을 대거 쓸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걷던 화장품 업계에 큰 악재가 닥쳤다. 첫 번째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온 이후 중국은 우리나라 여행‧유통‧콘텐츠 등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조치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수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으며 실적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여행객들이 한국을 찾아 직접 화장품 구매를 할 수 없어 보따리상들이 화장품을 가져다 파는 등의 일이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중국 정부가 ‘봉쇄령’을 내리면서 한중 양국 간 민간교류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사드 보복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무려 6년 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한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인 단체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여행‧숙박‧면세‧화장품 등 중국 여행객의 영향을 받는 업종들은 일제히 실적 저하와 주가하락의 고비를 면치 못했다. 

특히 화장품 업종의 경우,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의 주요 쇼핑품목이었던 로드샵 화장품이 직격타를 맞으며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은 실적부진에 허덕이게 됐고 LG생활건강은 최근 로드숍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 일주일 전인 지난 8월10일 중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 등 78개국에 대한 단체관광여행을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모레퍼시픽(7.65%), LG생활건강(13.31%) 등 화장품 업종 대장주들의 주가가 올랐고 한국화장품(29.91%), 토니모리(29.94%), 잇츠한불(29.94%), 제이준코스메틱(29.98%), 마녀공장(29.87%) 등이 일제히 상한가를 쳤다. 

한국화장품의 경우 9일 기준으로 5750원이었던 주가가 일주일이 지난 18일 한때 12만950원까지 치솟았고 토니모리는 4710원이던 주가가 같은날 한때 7000원선을 넘겼다. 잇츠한불은 1만276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2만원선을 돌파했고 제이준코스메틱은 587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기준 1만원선에 근접한 9910원을 기록하는 등 화장품 주가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행‧숙박‧화장품 업체들 역시도 일제히 중국어 가능 직원을 채용하는 등 ‘유커 맞이’에 힘을 쏟고 있다. 아예 지방자치단체가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전에 나선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가장 먼저 흡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주도부터 서울시‧부산시‧경북‧충남도 등이 할인 프로모션과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7월 실물지표 부진과 부동산 개발업체 디폴트 위기 등으로 중국 경제의 불안감이 커지며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걷기도 했지만, 현재는 방한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다시금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공항공사는 중국 단체관광 허용조치에 따라 오는 9월29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경절 연휴 및 항공기 동계운항시즌(10월29일)을 전후해 항공수요가 72만명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소비재 시장에서 큰손이었던 만큼 입국자수가 회복되면 덩달아 화장품 등 관련 품목의 매출 역시 늘어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유커’의 유입이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2분기 화장품 업체들이 발표한 실적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본격적인 유커 수요까지 반영된다면 하반기 어닝서프라이즈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로 눈길을 끈 화장품 업체들에는 아모레퍼시픽,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있었다. 오히려 대형주보다는 소형주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0.4% 증가한 1조30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1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토니모리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5.04% 늘어난 363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89.9% 증가한 26억원을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상반기 매출액은 14.8% 늘어난 720억원, 영업이익은 2억4000만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 

화장품 업계 안팎에서는 내심 하반기 실적을 기대하면서도 사드 이전과 같은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커는 사드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뷰티‧면세산업의 큰손이었던 만큼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제침체 우려 때문에 경제활동 역시 이전보다는 줄어들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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