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갑질 아닌 갑질” 버거킹 점주들이 분통 터뜨린 사연
“본사 갑질 아닌 갑질” 버거킹 점주들이 분통 터뜨린 사연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9.22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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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물품대금 결제방식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돌연 변경
점주들 비행기‧KTX 타고 상경 진풍경…업계 “일반적이진 않아”
“요즘 세상에 대면결제가 웬 말, 갑질 아닌 갑질” 분통 쏟아져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을 둘러싼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의 갈등 양상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분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운영사 비케이알(BKR)이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를 무단유용한 것이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는가 하면, 최근에는 본사가 물품대금 신용카드 결제방식을 비대면 방식에서 대면방식으로 변경해 점주들이 KTX·비행기 등을 타고 서울로 상경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랜차이즈 업계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결제방식 변경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면서, 본사와 점주들 간의 기본적인 신뢰가 깨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점주들도 “이제는 본사를 믿을 수 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사진=버거킹
/사진=버거킹

지난 20일 서울 버거킹 종로점 4층 교육장은 버거킹 점주들의 날선 비판으로 얼룩졌다. 이들은 본사가 물품대금 결제방식을 변경함에 따라 신용카드로 ‘직접’ 대면결제를 하기 위해 비행기나 KTX를 타고 지방에서 상경했다. 

기존에 버거킹 본사는 물품대금 결제시, 점주들이 전화로 본사 담당자에게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면 물품대금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9월14일 유선전화를 통한 ‘비대면 결제’ 방식을 본인명의 카드를 지참해 현장(버거킹 종로교육장)에서 결제하도록 하는 ‘대면 결제’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적용시기는 9월20일이었다. 

갑작스러운 결제방식 변경에 대해 본사는 “법률 위반 및 신용카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존 운영되던 유선 승인 방식은 중단될 예정”이라 설명했다. 

점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지방에 점포를 둔 점주들의 경우, 한달에 3번 신용카드로 물품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해진 날짜까지 대금결제를 못하면 초과일수에 대한 가산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점주들은 영업을 포기하고서라도 대금 결제를 위해 매장을 떠나 상경해야 한다. 
 
한 버거킹 점주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면결제가 웬 말이냐. 신용카드 수수료가 부담스러워서 꼼수를 생각해낸 것 같은데,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가맹점 물품대금 결제전용 시스템을 도입하든지 본사가 방도를 마련해야 할게 아니냐. 갑질 아닌 갑질이라 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랜 기간 버거킹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한 점주는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불법이니까 그렇게는 안하겠지만 카드사에서도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더라”라며 “20일에 점주들이 그렇게 항의했는데도 회사에서는 뚜렷한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는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A업체는 물품대금 결제 전용 카드를 만들어 점주들이 이를 통해 대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2020년경부터 운용 중이다. 물론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카드번호를 기입하고 매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또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인 B사는 예치금 형태로 사전에 돈을 넣어두고 차감하는 방식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 역시 직접 대면결제 방식은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결제방식 변경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이유가 있으니 바꿨겠지만 원래는 비대면이었던 것을 대면으로 바꾸면 점주들이 상당히 불편하지 않겠나. 점주들이 시스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게 본사의 역할”이라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결제방식 변경 등 일련의 갈등 양상이 버거킹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의 신뢰 붕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버거킹은 ▲할인 프로모션 비용 전가 ▲물류비·납품단가 인상 ▲물품구입 강제 등의 문제로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횡포로 햄버거를 만들어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할인행사 비용이나 배달비 등을 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번이나 패티 등 필수물품 외에 주방세제·쓰레기통·빗자루 등 까지도 본사에서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 본사를 상대로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물론 버거킹 본사에서는 프로모션 진행 여부는 가맹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다가 진행시 다양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으로 추가지원을 하고 있다며 배달팁과 관련해서도 매장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버거킹 본사는 가맹점주들과의 분쟁 과정에서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고, 결국 가맹점주협의회에서 본사를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BKR)이 2014~2021년 무렵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용을 광고가 아닌 신제품 개발과 소비자 조사 등에 무단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한 점주는 “점주들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우리가 낸 광고비를 자기들 마음대로 쓰는구나, 공정위에서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지는 않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본사를 믿을 수 없게 됐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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