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원도 고성군 ‘해풍거리’ 조성…6년째 발목 잡는 이랜드?
[단독] 강원도 고성군 ‘해풍거리’ 조성…6년째 발목 잡는 이랜드?
  • 박영주 기자, 전수용 기자
  • 승인 2023.10.2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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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전수용 기자] 6년 전 강원도 고성군이 봉포 해안도로 일대를 ‘걷고 싶은 해풍거리’로 조성하고자 55억1700만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고성군이 해풍거리를 제때 조성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국가소유인 봉포해변 일부가 ‘켄싱턴비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사실상 사기업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봉포해안은 타지역 사람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자산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업의 리조트 이용객만을 위한 장소로 변질되면서, 지자체가 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고성 켄싱턴리조트 인근 전통 먹거리매장 등이 조성된 곳. 사진은 봉포 해변도로로 이어지는 길. /사진=최용운 기자
고성 켄싱턴리조트 인근 전통 먹거리매장 등이 조성된 곳. 사진은 봉포 해변도로로 이어지는 길. /사진=파이낸셜리뷰 DB

해풍거리 조성 중 ‘이랜드파크 사유지’와 겹쳐 공사중단
먹거리 매장 찾은 외지인들, 해안도로로 진입하기 힘든 상황
사실상 봉포해안 일부 독점한 이랜드, 회원들 때문에 안된다?

 
고성군은 7번 국도 토성면 봉포리 구 검문소 인근에 사거리를 조성하고, 친환경 전통 먹거리 매장과 해당화 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먹거리 매장을 찾은 이들이 쉽게 해안으로 갈 수 있도록 봉포해안도로와 연결되는 해안 진입로를 개설하기로 하고 2017년부터 사업에 착수했다. 

사업 이름은 ‘걷고 싶은 해풍거리 조성’으로, 여기에 투입되는 사업비만 국비 21억6000만원에 군비 33억5700만원 등 55억1700만원에 달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협소한 봉포 해안도로 769m를 폭 8~9m로 확장하고 경관을 새롭게 조성해 2만982㎡의 부지에 ▲벤치 ▲파고라 정자 ▲음수대 ▲광장 등 편의·휴양시설을 갖춘 해풍공원과 1737㎡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또한 국도 7호선 봉포삼거리와 봉포 해안도로에서 공원으로 진입하는 3개의 소도로를 개설하고 친환경 로컬푸드 단지를 조성해 해풍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총 사업비 31억40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전통 먹거리 매장을 지나 해안으로 향하는 도로가 도중에 끊어진 상태로 방치되는 등 ‘걷고 싶은 해풍거리 조성사업’은 완전히 마무리 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를 내던 도중 일부 구간이 사유지와 겹치는 바람에 계획구간 마무리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제의 구간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40-37번지, 계획관리지역 소로1류(폭 10m~12m)다. 고성군에 따르면 사진에 보이는 삼각형의 부분을 이랜드파크가 소유하고 있으며, 해당 부지에 리조트 회원들의 대지권이 설정돼있어 2000여명 회원들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진에 빨간색으로 색칠된 구역이 이랜드파크가 소유하고 있어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진편=박영주 기자
사진에 빨간색으로 색칠된 구역이 이랜드파크가 소유하고 있어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진=파이낸셜리뷰 DB

실제로 현장에 가본 결과, 전통 먹거리 매장 인근과 리조트 입구까지는 도로 포장이 완료됐지만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길은 비포장 상태로 방치돼 있어 지역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켄싱턴리조트를 통과하지 않으면 해안가로의 진입이 어려운 상태였다. 

사실상 봉포해변 일부를 켄싱턴리조트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켄싱턴리조트 측에서는 외부인들도 출입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숙박객이 아닌 상황에서 호텔을 통과해 해변으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고성군에서는 리조트 회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지자체가 공익사업 추진을 강행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충분히 있었다. 

먼저 ‘도로법 제82조(토지 등의 수용 및 사용)’에 따르면, 도로관리청은 도로공사의 시행을 위해 필요하면 도로구역에 있는 토지‧건축물‧물건의 소유권이나 권리를 수용할 수 있다. 수용이 이뤄질 경우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보상하도록 돼 있다. 

본지가 켄싱턴리조트를 운영하는 이랜드 측에 ‘2000여명의 회원들로부터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았는지’를 문의해본 결과, 이랜드 관계자는 “법무적으로 검토를 해봤는데 해당 토지를 2000명이 같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랜드가) 결정해서 도로를 놓겠다고 동의 없이 하게 되면 배임이 된다”며 “2000명을 설득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2000명이 주소가 명확하면 모르겠는데”라며 “이거(켄싱턴리조트)가 예전에 (하일라비치콘도를) 인수한거고 해외에 나가셨거나 어디 가계시거나 이런 분들이 엄청 많을 것”이라 말했다. 이랜드 측이 토지소유권을 가진 리조트 회원 2000여명의 주소 등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신문공고를 낼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랜드 측은 “그건 형식적인 것 아니냐”며 시도 자체를 안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다.  

도로공사가 마무리가 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상태로 방치된 해안진입로의 모습. /사진=파이낸셜리뷰 DB
도로공사가 마무리가 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상태로 방치된 해안진입로의 모습. /사진=파이낸셜리뷰 DB

‘리조트 회원들 동의’ 방패 삼는 이랜드, 국토부는 “이상하다” 
법률 전문가 “고성군이 의지만 있다면 가능, 배임 성립 안돼”
고성군 “도로 반드시 연결돼야…이랜드가 반영해야 사업승인” 

만일 이랜드 측이 실제로 리조트 회원들의 주소나 소재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성군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공익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토지보상법 제3장 14조(토지조서 및 물건조서의 작성)’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 수행을 위해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의 서명 또는 날인을 받아야 하지만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서명 또는 날인을 거부하거나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을 알 수 없거나 주소‧거소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서명 또는 날인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받지 않아도 된다. 이때 사업시행자는 해당 토지조서와 물건조서에 그 사유를 적어야 한다.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인 2000여명 회원들의 주소를 일일이 알 수 없어서 서명 또는 날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이랜드 측의 설명대로라면, 고성군은 그러한 사유를 토지조서와 물건조사에 기재하고 회원들의 동의절차를 따로 밟지 않고 공익사업을 강행하면 된다. 국토부 토지정책과에서도 “사유를 기재하고 서명 또는 날인을 안 받을 수 있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고성군은 계속해서 이랜드 측이 주장한 ‘리조트 회원들의 동의’를 이유로 들며 공익사업 추진에 손을 놓고 있었다. 

해변은 국가소유이지만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하기 때문에 해안도로로 접근하는 도로를 개설하는 것은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고성군은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법무법인 예화 윤범준 변호사는 “고성군이 의지가 있다면 토지수용결정을 하고 토지소유자에게 수용을 통보할 수 있는 경우로 보인다”며 얼마든지 공익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랜드 측이 주장한 ‘배임’ 문제와 관련해서도 윤 변호사는 “공토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는 것 자체로는 배임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이랜드가 지급받은 보상금을 회원 일부를 위해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배임 또는 횡령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익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토지보상과 관련해 국토부 토지정책과에도 추가로 문의해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지의 수용제도가 법에 명시돼있고, 수용 절차에 따라 보상금을 산정해 지급하고 사업시행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뒤에 얼마든지 공익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등기부에 토지 소유자가 나오는데 정말로 거기에 리조트 회원들이 등기가 돼있는지를 봐야한다. 그게 아니라면 사실 회원들이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곳의 면적이 도로 전체 면적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설명에 이 관계자는 “그러면 별것도 아닌 문제다. 그런데 6년 동안 공익사업이 추진이 안 되는 점은 좀 이상하다. 소유자인 기업도 반대하는 이유가 조금 의아스럽다”며 “절차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별 문제는 안 되는 것인데 내용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고성군 관계자는 “리조트 분양을 하면서 대지권까지 같이 분양돼서 회원들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랜드 단독 소유라면 회사와 협의를 해서 보상처리를 하고 토지를 매수할텐데, 등기상의 회원명부라든가 회원들이 받은 지분 명부 등을 다 확인하고 정리해야 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재차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랜드와 고성군이 수차례 지속적으로 미팅을 진행했다며 이랜드 측에도 도로를 연결하게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고성군 측은 “현재 이랜드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고성군에서는 문제의 도로연결구간에 대해 연결을 하는 것이 맞다. 포장이 안된 부분을 연결해서 도로에 차량이 통행하는데 문제가 없게끔 개발 계획에 포함시키라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며 “어차피 행정계획에 대해서는 고성군이 사업 승인을 내주기 때문에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인권이 고성군에 있으니까, 고성군이 협의해주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놓치고 회사 측만의 이익을 도모해주면 안 되는 부분 아니냐. 고성군에서는 도로를 반드시 연결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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