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막걸리 색깔의 비밀…초록색은 ‘수입산 쌀’
[이코리뷰] 막걸리 색깔의 비밀…초록색은 ‘수입산 쌀’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11.1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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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쌀 쓰더라도 ‘전통주’ 아닌 막걸리, 법 개정 지지부진
/사진=장수막걸리
초록색의 장수 생막걸리는 수입산 쌀을 원료로, 하얀색의 장수 생막걸리는 국내산 쌀을 원료로 한 제품이다. /사진=서울장수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같은 막걸리지만, 색상으로 원재료인 쌀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장수 생막걸리’는 과거 뚜껑의 색상으로 차이를 뒀다. 초록색 뚜껑을 사용한 제품은 수입산 쌀로 만든 제품, 흰색 뚜껑을 사용한 제품은 국내산 쌀로 만든 제품이다. 

이전에는 비슷한 외견에 뚜껑색만 차이가 있는 정도였지만, 2022년 리뉴얼을 통해 두 제품의 차이는 더욱 확연해졌다.  

‘수입산 쌀’을 원료로 한 수입산 장수 생막걸리의 경우, 깔끔한 흰색 배경에 서울장수의 시그니처 색상인 초록색을 포인트로 한 심볼과 제품명을 전면에 배치해 시각적으로 청량함과 깔끔한 느낌을 선사한다. 

‘국내산 쌀’을 원료로 한 국내산 장수 생막걸리는 흰색 배경에 초록색 폰트로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 흰색 라벨을 전면에 배치해 눈길을 끈다. 이번 리뉴얼은 2010년 국내산 장수 생막걸리 출시 이후 12년 만의 변화다.

/사진=국순당
초록색 라벨을 적용한 국순당 생막걸리 제품은 수입산 쌀을, 황토색 라벨을 적용한 국순당 생막걸리 우국생은 국내산 쌀을 원료로 한 제품이다. /사진=국순당

국순당도 라벨 색으로 수입산 쌀을 원료로 한 제품과 국내산 쌀을 원료로 한 제품에 차이를 두고 있다. 

두 제품 모두 2021년 리뉴얼을 통해 페트병 전체를 감싸는 라벨을 적용, 빛에 의해 품질이 저하되는 것을 최대한 차단했으며 라벨에 절취선을 적용했다. 실제로 리뉴얼 이후 4개월(7월~10월) 간의 판매량이 리뉴얼 전 4개월(2월~5월) 대비 96%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산 쌀을 원료로, 업소용으로 많이 나가는 국순당 생막걸리는 진한 초록색의 라벨이 눈길을 끈다. 장수막걸리와 마찬가지로 수입산은 초록색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쌀 생막걸리 ‘우국생’은 황토색의 라벨에 우국생이라는 표시가 추가로 붙어있다. 디자인 기본 틀은 똑같지만 색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전통주 기준, 아직도 정리 안돼…법 개정 지지부진 

그렇다면 수입산 쌀을 사용한 초록색의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고, 국내산 쌀을 사용한 막걸리는 전통주라고 봐도 되는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다 ‘전통주’가 아니다. 

현행 전통주법에 따르면, 국내산 쌀을 사용하지 않으면 전통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고 농민이나 농업회사 법인이 아닌 대기업이 만들면 이 역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게 돼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전통주라고 생각하는 막걸리나 일품진로‧화요‧백세주 등은 전통주가 아닌 것으로 돼있다. 오히려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는 전통주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원소주를 계기로 국민들의 인식과 전통주 기준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 말에는 ‘전통주’라는 명칭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를 놓고 정부 관계자들과 막걸리 업체들이 공청회까지 진행하며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1년이 넘도록 이 문제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전통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날로 늘어가고 있지만, 입법 현장에서는 어디까지를 전통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문제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제조를 이어가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보고 있다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입법예고 하고 9월에는 국회로 넘긴다고까지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지금까지도 마무리 되지 않았다. 다른 조세법 개정도 좋지만 먼저 이슈가 됐던 부분들을 빨리 마무리해야 주류현장에 혼란이 적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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