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GS25 사태의 재현? 게임업계 덮친 그 ‘손가락’
[오늘 통한 과거리뷰] GS25 사태의 재현? 게임업계 덮친 그 ‘손가락’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11.27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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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지난 2021년 유통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집게손가락’ 모양의 남성혐오 표현 논란이 이번에는 게임업계를 덮쳤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메이플스토리 게임캐릭터 홍보 영상에 문제의 손모양이 등장했다는 것인데, 유저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게임사인 ‘넥슨’이 사과문을 올리고 진상파악에 나섰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유저들이 스튜디오 뿌리에서 제작한 다른 영상들을 살펴본 결과, 메이플스토리 뿐만 아니라 던전앤파이터·블루아카이브·이터널리턴·에픽세븐 등 다른 게임영상에서도 문제의 손동작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현재 해당 게임 디렉터들은 발빠르게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결과에 따라 강력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중심에 선 스튜디오 뿌리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라면서도 해당 인력을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영상 일부분.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사진=넥슨
문제가 된 영상 일부분.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사진=넥슨

지난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 일부 장면에 남성혐오 표현이 담긴 손모양인 집게손가락 손모양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손모양은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다는 점에서,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남성혐오 메시지를 영상에 담은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더해 스튜디오 뿌리에 소속된 한 애니메이터가 SNS에 지속적으로 남성혐오 메시지를 게재했다는 유저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분노한 유저들은 스튜디오 뿌리가 작업한 다른 게임 애니메이션 영상들에 대한 검증에 나섰고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블루아카이브’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리턴’ ▲XD글로벌 ‘얼티밋스쿨’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과 ‘아우터플레인’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 등의 영상에도 해당 손모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급된 해당 업체들은 문제가 된 영상들을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했으며, 일제히 사과 메시지를 담은 공식 입장문을 게재했다. 업체는 “세세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한 경위를 상세히 조사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진상조사 결과, 해당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의도적으로 해당 손모양을 넣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스튜디오 뿌리’는 26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며 문제의 스테프가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해당 스테프를 작업에서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며 스튜디오 뿌리의 공식 홈페이지가 마비된 상태다. 다수 유저들은 은밀한 형태로 이뤄지는 혐오는 근절돼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하에 혐오가 용납돼서는 안 되는 만큼 게임업계 내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왼쪽은 2021년 유통업계 전반에 '메갈' 논란을 촉발시켰던 GS25의 캠핑 홍보 포스터. 가운데는 교촌치킨의 게시물, 오른쪽 무신사의 포스터. /사진=각사
왼쪽은 2021년 유통업계 전반에 '메갈' 논란을 촉발시킨 GS25의 캠핑 홍보 포스터. 가운데는 교촌치킨의 게시물, 오른쪽 무신사의 포스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GS25 시작으로 유통‧금융‧정부기관까지 번진 ‘남혐논란’ 
교촌‧BBQ‧랭킹닭컴‧무신사‧신한은행‧카카오뱅크‧평택시‧경찰청‧국방부

집게손가락 모양의 해당 손모양은 지난 2021년 편의점 GS25의 캠핑 행사 포스터를 시작으로 유통업계는 물론 금융업계, 정부기관까지 일파만파 논란이 번진 바 있다. 

해당 포스터에는 소세지를 집으려는 손모양 일러스트가 포함돼있었는데, 이것이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혐오 표현으로 쓰던 손모양과 똑같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거기다 포스터의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감성캠핑 필수 아이템)’ 문구에서 영문 끝부분만 따면 al, g, e, m으로 melal(메갈)을 거꾸로 쓴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후 GS25에서 수정된 포스터를 공개했지만. 해당 포스터 하단에 포함된 ‘달과 별’ 모양이 서울대 내 여성주의 학회 ‘관악 여성주의학회’의 마크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되려 역풍을 맞았다.

결국 GS25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면서, 당시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2021년 남혐 손가락 논란 당시 카카오뱅크의 홍보 게시물 외에도 평택시와 국방부의 게시물도 문제가 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2021년 남혐 손가락 논란 당시 카카오뱅크의 홍보 게시물 외에도 평택시와 국방부의 게시물도 문제가 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해당 논란이 불거진 이후 BBQ가 올린 소떡(소시지+떡) 메뉴 이미지, 교촌치킨이 과거 SNS에 올렸던 치킨을 들고 있는 손 관련 게시물, 랭킹닭컴에서 판매된 잇메이트 ‘닭가슴살 소시지 청양고추맛’ 포장지에 담긴 손 모양이 일제히 문제가 됐다. 

무신사와 현대카드가 진행한 이벤트 관련 포스터도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카카오뱅크의 상품 홍보 이미지, 신한은행의 군인적금 관련 광고 이미지도 문제가 됐다. 평택시와 경찰시의 홍보 게시물 속 캐릭터들의 손모양도 지적을 받으며 집게손가락 관련 손동작 문제는 업계를 가리지 않고 일파만파 번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비정상적 메갈 찾기’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표적이 되는 것 자체가 큰 타격이었다. 당시 많은 업체들은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 또는 수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이번에 논란이 터진 게임업계 역시도, 먼저 호되게 홍역을 치른 유통‧금융업계 때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파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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