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일부 가공식품들이 가격은 유지하고 용량은 줄이는 방식의 가격 인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견과류‧김‧맥주‧만두‧핫도그 등 1년 사이에만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을 줄이거나 원재료 비율을 낮추는 행위를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규정하기로 했으며, 제품 표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은 가격정보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 내의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이내에 19개 상품(3개 품목)의 용량이 줄어들었으며 최소 7.7%에서 최대 12.5%까지 용량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견과류 중에서는 HBAF(바프)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16개 상품이 용량변경 전에는 201g이었지만 변경 후에는 190g으로 9.5% 가량 용량이 줄었다. 바프는 용량을 줄이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고지했다.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비엔나’ 2개 묶음은 변경 전에는 640g이었지만 변경 후에는 560g으로 12.5% 줄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제품은 변경 전 400g이었던 것이 변경 후 360g으로 10% 가량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11월23일부터 12월8일 사이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접수된 53개 상품을 조사해 9개 상품(2개 품목)에서 용량이 줄어든 것 또한 확인했다. 

해당 제품은 호올스 스틱 멘토립터스 등 7종이 17.9%,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1000ml, 200ml)가 10.0% 가량 용량이 줄어들었다. 연세대학교 전용목장 우유의 경우 자사몰 홈페이지에서 용량 변경을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한국소비자원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식품 10개를 추가로 조사해 9개 식품(5개 품목)의 용량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포함된 제품은 ▲풀무원 핫도그 4종 ▲카스 캔맥주(8캔 묶음) ▲해태 고향만두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CJ제일제당 숯불향 바비큐바 등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부 제조사는 용량 변경을 인정하면서도 포장재‧레시피 등이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연내에 대형마트‧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내년부터는 식품 및 생필품의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용량 변동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유통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13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을 줄이거나 원재료 비율을 낮추는 행위를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다. 

업체들은 주요 생필품의 용량·규격·성분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에 직접 표기하거나 제조사 홈페이지·판매처 등을 통해 고지해야 한다. 만약 고지 없이 용량을 줄이거나 주요 원재료 함량 비율을 낮추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내년부터 한국소비자원 등의 모니터링 대상을 현행 주요 생필품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 500여개 상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