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View] 공영홈쇼핑 조성호號의 ‘버티기’가 우려스럽다
[기자의 View] 공영홈쇼핑 조성호號의 ‘버티기’가 우려스럽다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2.07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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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진호 작가
/삽화=김진호 작가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게 되면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공기업‧민간기업 할 것 없이 업계 전반에 인사이동의 칼바람이 불어치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으로 표적이 되는 이들이 전임 정권에서 임기 말에 일종의 ‘알박기’ 차원으로 심어놓은 인사들이죠. 

이들은 ‘낙하산 인사’ 또는 ‘코드인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숱한 공격과 거듭되는 논란 속 불명예 퇴진의 수순을 밟기 일쑤입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람을 입맛대로 바꿔버리는게 과연 타당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발 빠르게 자진해서 물러납니다. 버티고 있어봤자 내가 몸담고 있던 ‘조직’만 힘들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죠. 선공후사(先公後私:공적인 것을 먼저 하고 사적인 것을 뒤로 한다는 말)라고 할 수 있는 결단입니다. 
    
간혹 1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소중한 임기’, 가능한 끝까지 채우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인사들도 있습니다. 버티면 버틸수록 국정감사 등에서 이들을 향한 공세는 더욱 격해지기 마련이고, 뒷수습을 맡는 직원들만 고생길이 열립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해지기 마련이죠.

2015년 3월 법인설립 후, 같은해 7월 개국한 ‘공영홈쇼핑’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아직 개국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판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영홈쇼핑은 홈쇼핑 회사들 중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2018년1월)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피감기관으로서 국정감사에서 날선 비판을 받기 일쑤죠. 

공영홈쇼핑 역대 대표들의 과거사를 톺아보면,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은 차치하고 ‘낙하산 인사’ 논란을 시작으로 온갖 비위들과 방만 경영 행태들이 숱하게 고개를 듭니다. 

초대 대표인 CJ오쇼핑 출신 이영필 대표이사의 경우 한차례 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내추럴엔도텍 주식거래를 통한 부당이익을 취득했다는 점이나 가짜성분(이엽우피소)이 혼입된 백수오를 판매했다는 점, 임원이 쇼호스트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 등이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 받으며 ‘불명예 퇴진’ 했습니다. 물론 이영필 전 대표이사는 자신이 해임된 것이 정권 차원의 ‘찍어누르기’라 반발했지만요.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캠프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든 2대 대표 최창희 대표이사의 경우에도, 임기 중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최연소 의원인 류호정 의원을 상대로 “어이~”라고 했다가 “혼잣말이었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가 하면 “맛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잘 팔리던 제품의 방송편성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일도 있었죠. 

물론 대외적으로는 최창희 대표가 있는 동안 공영홈쇼핑이 최대실적 성과를 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는 직원들로부터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2020년10월 공영홈쇼핑 노조가 진행한 대표이사 거취 관련 설문조사에서 90.4%에 달하는 노조원들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주인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농협 등에서 청탁으로 부정입사한 이들이 수십명이라며 ‘부정인사비리를 전수조사 해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왔을 정도니까요. 

결국 최창희 전 대표는 잇따라 불거진 논란으로 공영홈쇼핑이 중기부 감사를 받고 있던 도중, 임기를 약 5개월 남겨놓고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갑작스럽게 물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공영홈쇼핑의 3대 대표라 할 수 있는 조성호 대표이사의 경우 어떨까요? 

NS홈쇼핑 출신의 조성호 대표는 전임자인 최창희 대표가 불명예 퇴진한 이후, 9개월 간의 공석을 깨고 2021년9월부터 공영홈쇼핑의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인사’였기 때문에 취임 초기부터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한몸에 받았죠. 

전임자인 최창희 대표는 문재인 대선캠프의 홍보고문, 김진석 전 감사는 김태년 의원 보좌관, 최근 낙마한 유창오 감사 역시 문재인 캠프 출신이었기 때문에 “공영홈쇼핑은 낙하산 인사들의 서식처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조성호 대표 역시도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으로부터 피할 수 없었고요. 

현재 조성호 대표는 임기를 약 7개월 정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영홈쇼핑은 사실상 ‘논란 백화점’이 돼버린 상태입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등에서는 공영홈쇼핑이 조성호 대표 ‘개인의 홈쇼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쏟아졌죠.

조성호 대표가 부친상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논란이나, 유창오 상임감사가 법인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점, 특정업체 밀어주기, 스타상품들을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했다는 의혹, 젖소DNA 검출 과정에서의 의혹 등 다양한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쯤되면 국정감사에서 “사퇴하세요”라는 질타와 함께 조성호 퇴진론이 언급될 법도 한데 이번에는 조용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창오’라는 먹잇감에 여당의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발 물러서 있던 조성호 대표만 논란을 피해갔다는 비아냥도 나왔죠. 

실제로 국정감사가 끝나자 공영홈쇼핑은 기다렸다는 듯 주주총회를 통해 유창오 감사에 대한 해임 안건을 통과시켜버렸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가 나갔으니 해당 건에 대해서는 불문율에 부쳐지게 됐습니다. 

조성호 대표이사의 임기를 약 7개월 앞둔 현재, 공영홈쇼핑의 이사진이 재정비 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유창오 감사의 후임은 아직 구해지지 않았지만 임기가 만료된 김청용 사내이사의 후임으로는 농협경제지주 출신의 김영주 전 상무가 선임됐습니다. 

공영홈쇼핑의 지분구조를 보면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 농협경제지주가 45%,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5% 등으로 구성돼있는 만큼 사내이사에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추천한 인사 1명, 농협경제지주가 추천한 인사 1명이 무조건 들어가는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추천한 이종원 사내이사는 2022년 11월1일자로 선임돼 아직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농협지주 출신의 사내이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습니다. 

물론 신임 사내이사의 역량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영홈쇼핑을 둘러싸고 수많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대대적인 ‘물갈이’ 수준의 쇄신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조성호 대표의 거취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사외이사들의 면면도 바뀌지 않고 있으니까요. 

사외이사가 ‘견제’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칫 ‘거수기’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회사 이미지 자체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습니다. 당장 포스코 그룹만 하더라도 최정우 회장이 사내‧외이사들과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 이후 경찰 수사까지 이뤄지는 등 몸살을 앓고 있으니까요. 물론 공영홈쇼핑의 사례와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과연 공영홈쇼핑 내의 이사진들이 제대로 된 견제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문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직 제대로 된 취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쇼호스트 캐스팅이나 편성에 조성호 대표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본지에 접수된 바 있습니다. 과거 최창희 전 대표가 편성개입 등의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지난해 ‘젖소 DNA 검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공영홈쇼핑은 이렇다 할 대응도 않고 있다가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을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뒷북대응에 나서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해, 본지는 공영홈쇼핑으로부터 답변을 듣고자 홍보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어떠한 회신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외부의 지적에 소통하지 않는 공영홈쇼핑이 과연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동반자’로서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그리고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일관하고 있는 공영홈쇼핑의 수장 조성호 대표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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