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뷰] ‘홀로서기’ 시도하는 농심태경, 3세 경영 디딤돌?
[재무리뷰] ‘홀로서기’ 시도하는 농심태경, 3세 경영 디딤돌?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2.1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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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농심이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으로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며 2022년부터 ‘신라면’ 단일 브랜드 만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가 하면, 대기업 반열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규모 기업집단에 포함돼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농심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농심태경’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을 소폭 줄여가고 있긴 하지만 전체 매출이 커지면서 오히려 거래금액 자체는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도 사업보고서는 현재까지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여전히 막대한 규모의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농심태경이 사업 다변화 차원에서 이어가고 있는 비건사업 등의 신사업이 농심家 오너 3세인 신상열 상무가 추진하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맞닿아 있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사진=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렬 상무. /사진=농심

농심태경은 라면에 들어가는 분말‧후레이크 등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라면을 제조하는 ‘농심’이 주요 거래처로 꼽힌다. 원래 1979년 11월14일 ‘태경농산’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지만 2022년 12월 ‘농심’의 색채를 강화해 지금의 ‘농심태경’으로 이름을 바꿨다. 

문제는 농심태경이 창출하는 매출의 대부분이 특수관계자를 통해 이뤄지는 ‘내부거래’라는 점이다. 

농심태경은 농심홀딩스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다. 농심태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농심홀딩스에 이득이 돌아가는 구조다. 

농심홀딩스의 주주 구성을 보면, 대부분이 총수(동일인)와 친인척들이다. 故신춘호 창업 회장의 맏아들인 신동원 농심 회장이 42.92%를,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2대 주주로 13.18%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3세 경영’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렬 상무 역시도 농심홀딩스 주식 1.41%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오너일가가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은 60%가 넘는다. 농심태경의 성장은 오너일가의 이익과 직결된다.

오너일가가 지분 60%를 보유한 농심홀딩스의 완전 자회사 농심태경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해당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의 농심태경이 특수관계자 간 거래로 올린 매출은 ▲2020년 2250억 8588만원 ▲2021년 2169억2495만원 ▲2022년 2304억8195만원 등이다.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농심’이다. 

농심태경이 ‘농심’과의 거래를 통해 창출한 매출은 ▲2020년 2189억9826만원 ▲2021년 2126억 2320만원 ▲2022년 2247억9738만원으로, 액수만 놓고 보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농심의 성장에 힘입어 농심태경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특수관계자간 거래로 창출한 매출 중 농심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도 2020년 97.3%, 2021년 98%, 2022년 97.5% 등으로, 계속해서 98% 가량의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농심 없이는 농심태경이라는 기업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농심에 포장재를 공급하는 ‘율촌화학’이나, 면 제조를 맡은 ‘농심미분’ 등 다른 주요 계열사들에게도 적용된다.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도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농심태경은 2015년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농심의 상표인 ‘농심씨드’ 상표권 사용 명목으로 농심에 2억3500만원의 사용료까지 지급했다. 

통상적으로 지주사 특성상 계열사 지분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 등이 주요 수익구조인 상황에서, 농심그룹 오너일가는 내부거래가 핵심인 농심태경을 통해 착실하게 이익을 챙겨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농심그룹 측에서는 ‘내부거래’와 관련해 비중을 계속 줄여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매출 대비 특수관계자간 거래 비율을 보면 ▲2020년 58.5% ▲2021년 52.25% ▲2022년 49.5% 등으로 착실하게 줄어들고 있다. ‘내부거래 줄이기’가 수치로도 증명된 셈이다. 

/그래프=박영주
농심태경 내부거래 현황(출처:금융감독원) /그래프=박영주 기자

그동안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해온 농심은 2022년부터 대규모 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오너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날카로운 눈으로 볼 근거는 충분하다. 

법무법인 예화의 윤범준 변호사는 “내부거래 자체가 모두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나 불공정 가격거래를 하는 등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그것이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력이 상당하다”며 “이 때문에 우리 공정거래법이 공정위로 하여금 대규모 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를 적발해 거래중지,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조치를 취하거나 검찰 고발 등의 형사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현재 농심태경은 사업 다변화를 위해 신선식자재 유통, 즉석 편의식품, 비건푸드 등의 신규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체육 시장을 겨냥한 ‘베지가든’ 이라는 비건 브랜드였다. 베지가든의 성장이 농심태경의 내부거래 비중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은 지배적이다.

그리고 농심그룹은 지주사 농심홀딩스가 아닌 농심에 미래사업실을 신설하고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상무를 전진 배치했다. 현재 오너 3세인 신상열 상무는 비건‧건강기능식품 등의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농심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위해 벤처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농심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 비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농심태경’의 홀로서기 시도, 그리고 오너 3세 신상열 상무의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의 행보가 미묘하게 오버랩 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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