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이마트’…가격파격 선언, 가능했던 이유는?
발로 뛰는 ‘이마트’…가격파격 선언, 가능했던 이유는?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2.2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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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반응 빅데이터화 신속히 공유하는 ‘e-트렌드’ 오픈, 시스템 강화
최고의 딸기 찾아 매주 2000km 뛰고, 농가 돌며 샤인머스캣 300알 먹기도
“오렌지 할당관세 조기인하 결정 직후, 미국행⋯물량 50% 증대 얻어내”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고객이 꼭 필요한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가격파격 선언’을 내놓은 이마트가 ‘압도적인 먹거리 경쟁력’을 필두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21일 밝혔다. 

특히 이마트는 현장을 뛰는 바이어들이 과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이어가는지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이마트의 가격파격 선언의 핵심은 결국 본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과일·축산·수산 등 신선식품부터 매장에서 파는 조리식품인 델리에 이르기까지 그로서리 상품의 고객 만족도를 더 높이고자 ‘압도적인 먹거리 경쟁력’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가격에 이어 상품이 본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한끗 차이’에 역점을 두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먹거리의 가격 안정에 힘을 쏟는 동시에 상품 하나하나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 /사진=이마트
한채양 이마트 대표. /사진=이마트

이마트는 최근 그로서리 경쟁력을 높이고자 산지 관리부터 상품 판매 후 고객반응 수집에 이르기까지 그로서리 상품이 유통되는 ‘A to Z’ 과정을 정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과 운영을 위해 최근 ‘e-Trend(이-트렌드)’ 시스템을 열었다. e-Trend는 고객들이 이마트 앱과 SSG닷컴에 남기는 상품평과 고객가치센터에 접수되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하루 평균 3만개, 월 평균 80만개에 이르는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리뷰 키워드와 부정 리뷰의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특히 부정 리뷰가 크게 증가했을 때는 담당 바이어에게 긴급하게 알람을 주기도 한다.

e-Trend가 판매 이후 이뤄지는 마지막 단계를 고도화한 것이라면, 그로서리 상품이 태어나는 산지 관리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가장 먼저 정비에 나선 곳은 ‘과일팀’이다. 지난해부터 이상 기후로 과일의 작황사정이 안 좋아 품질 관리와 가격방어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최근 산지 농가와 협력사를 돌며 품질을 점검하는 ‘전문 검품단’을 신설했다. 바이어들이 산지를 돌며 재배상황 및 작물상태를 살펴보는 것에 더해 과일들의 품질을 불시에 수시로 체크해 관리 수준을 한층 높인 것이다.

e-Trend, 과일팀 정비 등 시스템 고도화의 이면에는 현장을 뛰는 바이어들의 열정이 있다는 후문이다. 이마트는 과일팀 바이어들을 만나 ‘최고의 과일’을 만들어내는 뒷얘기를 소개했다.

이마트의 과일 바이어 3인. /사진=이마트
이마트의 과일 바이어 3인. /사진=이마트

이마트 과일팀은 일단 규모면에서 경쟁사 대표 차별성을 갖는다. 과일팀에 속한 바이어만 20여 명으로 동종업계의 약 2배에 달한다. 인원이 많으니 한 사람이 담당하는 품목은 적고 해당 과일의 품질을 높이는데 집중해 그야말로 밤낮으로 뛰어다닌다.

이완희 딸기 바이어는 “1주일에 보통 1박2일로 두번 정도 산지 출장을 가는데 하루에 7,8곳씩 농가나 협력사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한번 출장 갈 때마다 이동 거리가 1000km가 넘는 건 예사다. 새벽부터 산지를 돌기 시작해 늦은 밤 숙소에 짐을 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바이어는 “자정을 넘겨 작업장을 불쑥 다시 찾기도 한다. 언제 가더라도 균일한 품질의 상품이 만들어지는지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과일 바이어들이 담당 과일을 먹는 건 일상이다. 샤인머스캣을 담당하는 김효진 바이어는 하루에 농가 10곳 정도를 돈다. 김 바이어는 “같은 농가라도 하우스 내부 어디에서 나무가 자라냐에 따라 맛이 달라서 위치별로 각각 10송이씩 따고, 같은 송이라도 포도알의 위치에 따라 또 맛이 달라서 위-중간-아래 최소 3개씩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샤인머스캣 300알을 먹고 나면 혀가 마비되는 느낌”이라 전하기도 했다.

작년 말부터 유통업체들에게 큰 숙제가 된 과일값 상승은 할당관세 인하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달 정부는 과일값 동반 폭등을 막기 위해 오렌지 할당관세를 조기 인하하기로 했다. 결정 직후 이마트 바이어는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격이 낮아질 오렌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구남 오렌지 바이어는 주요 오렌지 공급업체를 돌며 한국 내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1,2월에 오렌지 물량을 당초보다 50%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바이어는 “갑자기 미국으로 가서 넓디넓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면서도 “결국 물량 증대라는 결과를 얻었고 거래업체에게도 ‘이마트가 한국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라는 긍정적 인식도 심어줘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바이어들은 지속적으로 과일 가격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산지를 수시로 찾아 신규 농가발굴에 힘을 쏟는가하면 현금매입 계약으로 우수농가의 물량을 확보해 시세가 올라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펴기도 한다.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들은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있는 건 단점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어 품질 기준이 엄격해지는 것은 상품 경쟁력에 장점이 된다”며 “지금까지 지켜온 ‘집요함’이 한끗 차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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