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차기사장은 내부자, 방경만 후보의 ‘명과 암’
KT&G 차기사장은 내부자, 방경만 후보의 ‘명과 암’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2.2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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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하락에도 안정 택한 KT&G 수장교체, 안팎 논란
27년간 요직 거친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넘어야할 산들
행동주의 펀드와 소송갈등 해결, 1.5조원 장기예치금 지켜낼까?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KT&G의 차기 사장후보로 내부인사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이 최종 낙점됐다. 

4연임 가능성으로 주목받던 백복인 KT&G 사장이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9년 만의 수장교체로 눈길을 끌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부인사로 후보가 추려지며 2002년 민영화 이후 20년 넘게 내부인사 중심의 사장후보 선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방 부사장의 경우 과거 발언들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와 대립각을 세워온 만큼, 정면돌파를 의도한 기용이라는 평가와 함께 향후 FCP의 반발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KT&G에서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백복인 사장과 함께 이뤄낸 업적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펴고 있지만, FCP 등에서는 과거 KT&G 내부에서 있었던 문제점 등을 근거로 방 부사장이 각종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러 논란들은 차기 사장 후보로 낙점된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실제로 취임하더라도 계속 언급될 수 있는 만큼, 그가 넘어야 할 산들이 산적한 모양새다. 

차기 사장 후보자로 낙점된 방경만 수석부사장과 KT&G 로고. /사진=KT&G
차기 사장 후보자로 낙점된 방경만 수석부사장과 KT&G 로고. /사진=KT&G

2차 숏리스트, 내‧외부 균형 맞췄지만 
결국 27년 ‘KT&G맨’ 방경만 수석부사장 낙점

 
지난 22일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2차 숏리스트 4인에 대한 후보자별 대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차기 사장 후보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 후보는 최근 연임 포기를 선언한 백복인 사장과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2차 숏리스트에는 내부인사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과 허철호 KGC 인삼공사 사장이, 외부인사로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백복인 체계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균형 맞추기’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예측은 KT&G에서만 27년을 지낸 내부인사,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최종적으로 낙점되면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해 KT&G가 역대급 실적을 거뒀던 만큼 외부인사 보다는 내부인사를 중용해 안정화를 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추위는 ▲경영 전문성 ▲글로벌 전문성 ▲전략적 사고 능력 ▲이해관계자 소통능력 ▲보편적 윤리의식 등 5대 요구 역량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다각도로 심도 있게 검증‧논의한 결과 방경만 후보가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쎄 로고. /사잔=KT&G
에쎄 로고. /사잔=KT&G

‘에쎄’ 성공신화, 해외진출 성과 이룬 방경만…그의 업적들

방경만 후보는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이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브랜드실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기존의 에쎄보다 순한 ‘에쎄 체인지’를 출시해 현재 기준 국내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키워내기도 했다. 특히 방 후보가 2015년 글로벌본부장을 지내던 시절 미국과 중동아시아 등 해외시장별 맞춤형 제품을 통해 진출국가 수를 40여개→100여개 까지 확대했다. 

3대 핵심사업인 ▲NGP(차세대 제품‧Next Generation Products) ▲건강기능식품 ▲글로벌CC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방경만 후보가 굵직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진행된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2027년까지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행동주의 펀드가 지적한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나 사외이사 관련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 추진은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실익이 적다. 이익이 불분명한 것과 달리 분리상장으로 인한 손실은 분명하다”, “사외이사 비중이 75%로 충분히 높으며 공신력 있는 기관들로부터 최상위 등급 거버넌스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KT&G의 입장에서는 ‘회사 흔들기’에 혈안이 된 행동주의 펀드를 상대로 적극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내부사정에 정통하면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강력한 인사를 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G 본사 전경. /사진=KT&G
KT&G 본사 전경. /사진=KT&G

수익성 하락에도 안정 택한 KT&G 수장교체, 안팎 논란
27년간 요직 거친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넘어야할 산들
행동주의 펀드와 소송갈등 해결, 1.5조원 장기예치금 지켜낼까?

차기 사장 후보자가 방경만 수석부사장으로 좁혀졌지만, 그를 둘러싼 각종 악재들도 조금씩 수면 위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들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예치금 문제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문제 ▲수익성 제고 과제 ▲행동주의 펀드의 소송 갈등 등이다. 

미국에서는 담배 판매 업체의 잘못으로 흡연자의 건강에 피해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예치금을 받고, 이를 주정부에 맡겨둔다. 법규 위반 등의 문제가 없다면 25년 뒤에 예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KT&G 역시 1조5400억원의 예치금을 낸 상태다. 하지만 담배 ‘카니발’과 ‘타임’에 포함된 유해물질성분 다이아세틸(Diacetyl)‧레불린산(Levulinic acid) 등을 FDA 제출 서류에서 누락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는 지난해 3월 KT&G의 사업보고서에도 포함돼있는 내용이다.

KT&G가 지난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판매 중인 담배제품의 규제준수 현황에 관한 포괄적 문서제출명령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식품의약국(FDA)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재점화 되면서 행동주의 펀드 FCP는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KT&G의 경우 2018년 초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인수과정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던 만큼, FDA 제출 서류에 유해물질성분이 누락된 이번 문제와 맞물리며서 ‘경영상 실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은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 “고의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긴 했지만, 방경만 후보가 요직을 맡던 시절 이같은 문제들이 있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 중 하나로 꼽힌다.  

KT&G 측은 “제반자료를 제출하고 관련 질의에 답변을 제공하는 등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으며, 법규 위반사항에 대한 통보나 제재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현재까지 회사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한 바는 없으므로, 회사는 납부시기에 따라 2025년부터 각 금액을 순차적으로 반환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회복을 통한 수익성 제고도 방경만 차기 사장 후보자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KT&G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872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흡연인구 감소, 담뱃값 동결 등의 이슈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KT&G에서는 핵심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주목하고 있다. 방 부사장 역시 과거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 부사장이 KT&G 사장으로 취임한다면 매출 10조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발굴해야한다는 중대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 FCP의 거센 반발도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감내해야할 몫이다.

행동주의 펀드 FCP는 2022년 10월 안다자산운용과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행동을 개시했다. 당시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재차 차석용 전 대표를 차기 KT&G 사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1차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올해 FCP는 KT&G 측에 이상현 FCP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려달라고 ‘셀프추천’ 했다. 만일 차기 사장으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무사 안착하고 사외이사 후보군에서 이상현 대표가 밀린다면 약이 오른 FCP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FCP는 ‘사외이사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회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결함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T&G가 항공료, 숙박료, 현지 의전비용 등을 포함해 회삿돈 수천만원을 들여 사외이사들에게 외유성 출장을 보내줬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일부 사외이사들이 출장 도중 크루즈 관광을 하거나, 배우자를 데려가기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해외출장과 관련해서는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수행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지시장과 생산시설 방문, 해외 전문가 미팅, 신사업 후보군 고찰 등을 목적으로 해외법인 뿐만 아니라 주요시장을 대상으로 연 1회, 7일 이내로 해외출장을 실시하고 있고 비용은 1인 평균 680만원 수준(항공료 제외)으로 사내규정을 준용한 것”이라 해명했다.

사외이사들의 크루즈 관광, 배우자 동반 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된 사례들은 2012년과 2014년 사안으로, 현직 사외이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FCP의 KT&G 흔들기 움직임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다가 계속해서 무위로 돌아갔던 만큼,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흔들기가 거세질수록 KT&G에 대한 이미지 훼손도 불가피할 것”이라 분석했다. 

한편, 방경만 수석부사장은 차기 사장 후보로 낙점된 이후 “회사가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후보로 선정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더욱 진취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성장기회를 선점해 KT&G가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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