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드디어 백조가 된 ‘쿠팡’
[기업Hi스토리] 드디어 백조가 된 ‘쿠팡’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2.29 14:3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만년 적자의 좀비기업, 곧 망할 회사, 밑빠진 독에 물 붓기, 투자의 귀재 손정의 회장의 어리석은 선택 등등. 한때 쿠팡은 ‘비웃음’의 중심에 서있었다. 

꾸준히 매출이 늘긴 했지만, 2018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을 때는 ‘독이 든 성배’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맞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쿠팡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최근 공개한 실적에서는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이 4억7300만달러(약 6174억원)로 2010년 창사 이래 첫 영업흑자를 내며 ‘계획된 적자’가 끝난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티몬에도 밀렸던 쿠팡…아무도 ‘김범석 매직’ 안 믿었다

쿠팡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뜻을 담아 할인쿠폰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해 국내 최초의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옛 티켓몬스터), 위메프(옛 위메이크프라이스)와 함께 3대 소셜커머스 업체로 분류됐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소셜커머스의 거래는 특정 물품을 구매하려는 인원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 할인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였다. 이를테면 구매자가 500명이 모이면 가격이 2만원인 바지를 1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2010년 5월 티몬의 출범을 시작으로 국내에는 500여개 넘는 수많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난립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쿠팡 ▲티몬 ▲위메프 3강 구도로 굳어졌다. 

그 당시 소셜커머스 업계는 1위 자리를 놓고 티몬과 쿠팡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거래액, 방문자수, 쿠폰액 포함여부 등 집계 방식에 따라 1위 업체는 바뀌었고 한쪽이 우리가 1등이라고 자료를 내면 뒤이어 경쟁사가 우리가 1등이라고 반박자료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치열한 경쟁 속 소송전도 난무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국내 전체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500억원 수준, 2011년에는 1조원을 넘겼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8월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2013년에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을 때, 시장에서는 과연 가능하겠느냐며 갸우뚱 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2012년 6월에는 쿠팡이 5월 실적을 결산한 결과 총 거래액 525억원에 순이익 2억2000만원으로 처음으로 ‘월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간’ 흑자는 고사하고 ‘월 기준’ 흑자에 매달릴 정도라는 웃픈 평가도 나왔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 /사진=쿠팡 뉴스룸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 /사진=쿠팡 뉴스룸

한국의 아마존…김범석 뚝심에 투자한 손정의
대규모 투자로 내실 다진 쿠팡, 코로나19 때 날아올라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며 쿠팡이 본격적으로 ‘이커머스’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지금의 쿠팡을 있게 만든 주역인 ‘로켓배송’ 신화가 이때 시작됐다.

김범석 의장이 자체 물류센터를 오픈하고 CS투자 및 고용확대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이어갈 것이냐는 날선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경쟁사인 위메프가 치고 올라오면서 1위 자리 마저 내줬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행보가 계속되던 상황에서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0억 달러를 투자하자 시장은 술렁였다. 업계에서는 적자 규모만 수천억에 달하는 쿠팡에 투자의 귀재인 손정의 회장이 투자한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오갔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뿐만 아니라 미국 세쿼이어캐피탈, 블랙록 등으로부터 유치한 해외 대규모 자본을 고스란히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에 투입했다. 

미국 아마존(amazon.com)이 전자상거래 부문에서의 최상위 포식자를 지향했듯 쿠팡 역시도 아마존 모델을 적극 도입해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물론 그러한 투자가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2018년 쿠팡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을 당시에는 로켓배송 자체에 대한 부정평가가 컸다. 

쿠팡의 매출액은 ▲2015년 1조1337억 ▲2016년 1조9159억 ▲2017년 2조6846억원 ▲2018년 4조422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8년 연간 영업손실액은 무려 1조970억원에 달했다. 그 다음해인 2019년에도 그동안의 누적 적자만 3조원에 달하면서 “조만간 100% 망할 것이다”라는 부정평가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숱한 시장의 우려에도 김범석 의장을 필두로 한 쿠팡 경영진은 ‘뚝심’을 잃지 않았다. 지금의 적자도 어디까지나 계획된 적자라며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9년 무렵, 유통업계 내에서는 소비패턴의 변화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이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들을 중심으로 적자가 늘기 시작했고 온라인 쇼핑 업계는 매출 규모를 높여갔다. 

그러던 와중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이어져온 쿠팡의 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만 머무르면서 오프라인 시장은 몰락 수순을 걸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상품을 쿠팡 로켓배송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오늘 주문한 상품이 내일 새벽이면 문 앞에 와있는 새로운 혁신은 소비자들을 열광케 했다.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소비자들이 몰리자, 경쟁사들도 부랴부랴 배송전쟁에 돌입하긴 했지만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쿠팡의 적수가 되진 못했다. 그렇게 쿠팡은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갔다. 2021년에는 미뤄졌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의 꿈도 이뤄냈다.

현재 쿠팡은 이커머스와 물류 뿐만 아니라 자체 PB상품 브랜드 영향력을 키우고, 쿠팡플레이를 통해 OTT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여신전문금융업 등록절차를 완료하고 금융 시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한때 만년적자에 꿈만 가득했던 돈키호테가 유통업계 모두를 긴장시키는 절대강자로 탈바꿈한 모양새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쿠팡. /사진=쿠팡 뉴스룸
/사진=쿠팡 뉴스룸

'계획된 적자' 끝났다…매출 30조에 흑자 전환

지난해 쿠팡은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내며 ‘계획된 적자’의 끝을 알렸다. 매출은 전년대비 20% 증가한 31조8298억, 영업이익은 617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의 호실적 발표에 현지시간으로 28일 나스닥에서 쿠팡 주가는 7.99% 상승한 18.24달러에 마감했다.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의 매출과 활성고객, 와우회원 성장은 다양한 제품 셀렉션·가격·서비스와 관련해 ‘고객에게 와우’를 선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며 쿠팡이 제공하는 전례없는 가치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비웃음의 중심에 섰던 쿠팡이 이제는 ‘역시 쿠팡’이라는 믿음의 중심에 서면서, 문자 그대로 ‘와우(Wow)!’라고 외칠만한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영선 2024-03-01 15:29:12
쿠팡 최고
삶에 질이 높아졌음 덕분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