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약자를 위한 발전…‘유니버설 디자인’을 아시나요?
[이코리뷰] 약자를 위한 발전…‘유니버설 디자인’을 아시나요?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3.05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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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삼성전자·오뚜기·서울우유·하이트진로·아모레·동화약품…지자체도 지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뜻으로, 제품‧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나이‧장애‧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설계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의 건축가‧디자이너이자 중증장애인이었던 ‘로널드 메이스’가 1970년대에 해당 용어를 만들어 대중에 발표하면서 지금의 의미가 자리 잡혔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용어 자체는 낯설지만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를 적용한 사례들이 무궁무진하다. 

버스 바닥이 낮아 휠체어나 유모차가 승하차하기 편한 저상버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표기나 유도블록, 날개 없는 선풍기, 걷기도 편하고 휠체어로 이동하기도 편한 완만한 높이의 비탈길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 역시도 보다 다양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전 업계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식음료 업계에서도 오뚜기‧서울우유‧남양유업‧롯데칠성음료 등이 점자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이, 제약업계에서는 동화약품이 점자표기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들의 노력에 발맞춰 서울시 등 지자체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발비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LG전자
/사진=LG전자

#어른‧아이‧장애인…누구나 손쉽게, LG전자‧삼성전자

LG전자는 5일 누구나 손쉽게 가전을 사용할 수 있는 ‘LG 컴포트 키트(Comfort Kit)’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LG 컴포트 키트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돼 주목받았던 ‘유니버설 업 키트’의 공식 명칭이다.

세탁기‧건조기‧냉장고에 부착하는 ‘이지핸들’과 세탁기와 건조기다이얼에 끼워 사용하는 ‘이지볼’이 대표적인데, 근력이 부족하거나 손 움직임이 섬세하지 않은 지체장애인이 세탁기‧건조기‧냉장고 도어를 쉽게 여닫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빨랫감이나 음식을 손에 들고 있을 때 팔뚝을 이용해 도어를 쉽게 열수 있다. 

LG전자는 300명의 체험단을 모집하고, 이들이 사용할 컴포트 키트 4종을 포함해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스타일러 무빙 행어에 옷을 걸 수 있는 ‘이지행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실리콘 ‘에어컨 리모컨 커버’ ▲허리를 크게 숙이지 않아도 하단 선반을 여는데 도움을 주는 식기세척기 ‘이지핸들’ 등을 정식 판매할 계획이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스틱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AI’와 세탁기·건조기 상하 일체형 ‘비스포크 그랑데 AI 원바디 톱핏’이 23회 인간공학디자인상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유니버설 디자인 구현을 위해 장애인 임직원과 임직원의 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사내 장애인 자문단 ‘삼성 패밀리 서포터즈’를 운영하며 제품 기획단계부터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뚜기(왼쪽)와 하이트진로 참이슬 제품(오른쪽 위), 서울우유 제품에 점자표기가 돼있는 모습. /사진=각사
오뚜기(왼쪽), 하이트진로(오른쪽 위), 서울우유 제품에 점자표기가 돼있는 모습. /사진=각사

#기업들의 점자 표기, 갈길 멀지만 노력은 지속
롯데칠성‧하이트진로·오뚜기‧서울우유·아모레‧동화약품 등

식음료 업계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많이 미흡한 수준이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는 모습이다.

음료수 캔 윗면에 점자표기가 있지만 여기에는 사실 ‘음료’라고만 표기돼있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 제품이 어떤 음료인지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 길이 없다. 그나마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가 캔 위의 점자에 ‘탄산’을 표기하며 변화의 발걸음을 뗐다. 

롯데칠성음료는 이후 생수 아이시스와 탄산음료인 칠성사이다 페트병 제품 상단에 브랜드명을 점자표기하며 장애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점자표기가 돋보인다. 2017년부터 참이슬 4개 페트 제품에 점자표기를 도입한 하이트진로는 맥주 테라 등에도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해오고 있다.

오뚜기가 2021년 9월을 시작으로 제품에 적용한 점자표기는 한발짝 더 진보한 모습이었다. 컵라면 전 제품은 물론 컵밥 14종, 용기죽 8종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한 패키지를 적용한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점자위치, 내용, 가독성 등을 점검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하도록 했으며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제43회 흰지팡이의 날’ 기념식에서 감사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도 점자표기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기존 ‘나100%우유’ 3리터에만 적용했던 점자 표기를 나100%우유 2.3리터와 ‘아침에주스’ 대용량 제품에 확대하기로 했으며,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GT’ 1.8L와 2.3L 제품에 점자표기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흰 우유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종이팩 상단 일부를 U자형으로 도려낸 ‘노치(Notch) 표기’를 적용하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 10가지 카테고리를 점자로 표기한 점자스티커를 제작해 무상 배포하며 장애인들의 사용편의 증대에 나섰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직원들과 자문단을 구성해 초기 기획부터 샘플 검수까지 함께 진행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동화약품이 꾸준히 이어온 점자표기 노력이 인정 받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화약품은 점자표시 의무화 등 약사법이 개정되기 전인 2006년부터 후시딘 패키지를 시작으로 점자표기를 자체적으로 이어왔다. 

동화약품에서 출시하는 후시딘 제품과 감기약 판콜에스‧판콜에이, 치질치료제 ‘포스테리산’ 등에 점자표기가 적용돼있다. 선제적으로 노력해온 동화약품의 노력에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동화약품 충주공장을 찾기도 했다.

오는 7월 약사법 개정에 따라 안전상비의약품 등에 점자표시가 의무화되면서 전체 제약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되지만, 동화약품이 선봉에 있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기업들의 노력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정착을 위해 개발비를 지원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정책적인 면에서 힘을 쏟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 노인 인구가 늘면서 서울시민 4명 중 1명이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등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편의성을 높여줄 디자인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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