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체도 AI도 물 없이는 안돼”…워터코리아에서 엿본 ‘물의 힘’
[인터뷰] “반도체도 AI도 물 없이는 안돼”…워터코리아에서 엿본 ‘물의 힘’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3.22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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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WATER KOREA’ 기념, 진광현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 인터뷰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날을 기념해 지자체‧정부기관‧기업들이 일제히 ESG활동에 나서는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는 국내 최대 물산업 박람회인 ‘2024 WATER KOREA(국제물산업박람회)’가 대전에서 열리고 있다. 

‘물의 소중함’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고, 중요성에 대해서도 지나칠만큼 잘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물과 관련된 산업이나 정부지원 등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당장 “물이 없으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이들도 식수 외 용수가 어떤 곳에까지 쓰이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나 AI 발전에서도 ‘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올해 21회째를 맞은 WATER KOREA 역시 초창기에 비하면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참여기업 개수나 실질적 MOU 체결 등 가시적인 성과를 증명해보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산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들은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한다하더라도 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지는 19일 WATER KOREA를 주관하는 한국상하수도협회의 진광현 상근부회장을 만나 물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아래는 진 부회장과의 대화를 질의응답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다. 

진광현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진광현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2024 WATER KOREA’ 왜 대전에서 열리나?
“13년 만의 만남…전‧현직시장 마이스 산업 의지 컸다”

WATER KOREA(국제물산업박람회, 이하 워터코리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산업 분야 전문 박람회로, 2002년 대구에서의 전시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3월 개최하고 있다. 세미나‧컨퍼런스 뿐만 아니라 물산업 관련 기업들의 전시나 인재발굴도 함께 이뤄지는 물 산업계의 최대 행사다.  

과거에는 워터코리아가 주로 일산 킨텍스에서 많이 진행됐다. 아무래도 경기도에 물산업 기업들도 많고, 인재들도 많이 있다 보니 수도권 중심으로 상당히 고착화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위약금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부응하고자 홀수연도에는 킨텍스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짝수연도에는 지방에서 진행하는 지금의 형태로 정착됐다. 

올해 워터코리아는 대전에서 열리는데 2026년에는 부산과 인천이 물망에 올라있다. 현재 부산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아마 부산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대전에서는 워터코리아를 2004년, 2011년 두번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에 13년만의 만남이 됐다. 2026년 행사를 부산에서 한다면 10년만의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처음에 대전에서는 워터코리아 행사를 진행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제가 덜컥 대전을 방문해서 당시 본부장과 마케팅 팀장 등 각종 부서 팀장들 앞에서 왜 워터코리아를 대전에서 해야하는지에 대해 브리핑을 했던 기억이 난다.

대전이 국토의 중심에 해당되기 때문에 지방과 수도권에서 이동하기가 편한 최적의 공간이고, 카이스트 등으로 과학기술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인재 집적도도 높고 산업적 연관성도 많이 가질 수 있으니까, 대전에서 적극적으로 박람회를 진행해서 ‘마이스(MICE) 산업’을 발전시키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드렸었다. 

허태정 전 대전시장도 그렇고 지금의 이장우 대전시장도 ‘마이스 산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었기에 이번 박람회가 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우수한 지적재산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다 교통 인프라도 훌륭한 ‘대전’이기에 이번 박람회는 더욱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스 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한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대전에서 열린 ‘2024 WATER KOREA’에서 강기정 협회장과 이장우 대전시장 등 주요내빈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대전에서 열린 ‘2024 WATER KOREA’에서 강기정 협회장과 이장우 대전시장 등 주요내빈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물의 날, 이해하려면 낙동강 페놀 유출사고 알아야” 
세계 물의 날과 환경부의 물의 날, 왜 1~2년 차이 나지?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는 정부행사와 연계해서 항상 그 전후로 워터코리아를 개최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물의 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1년 3월14일과 4월22일 두차례에 걸쳐 터진 낙동강 페놀 유출사고를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당시 경북 구미 두산전자의 페놀 저장탱크에서 유출된 페놀원액이 대구시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가 낙동강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피해자 조사 등이 진행되면서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리우회의 등에 보고됐고, 물의 소중함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들이 중점적으로 이야기 됐다. 

많은 사람들이 물의 날에 대해 UN에서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1993년도에 제정해 선포했다고 알고 있지만 단순히 UN에서 제정했기 때문에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물의 위기’를 체험한 것이 보고되면서 물의 날이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4년에 환경처가 환경부로 바뀌면서 1995년부터 ‘물의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1993년도 제정을 기준으로 하는 ‘세계 물의 날’과 환경부가 1995년부터 기념해온 ‘물의 날’이 1~2년 정도 햇수가 차이 난다. 

지난해 진행된 2023 WATER KOREA 당시 박람회장 내부 모습.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2023 WATER KOREA 당시 박람회장 내부 모습.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반도체도, AI 발전도 물 없이는 안돼”…그래서 ‘한강의 기적’ 
왜 반도체는 경기도에 모여 있나? 수열에너지도 결국엔 ‘물산업’

지금은 거꾸로 사람이 먹는 물보다 공장에 들어가는 물이 더 중요하다. 사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용인에 전부 쏠리는 것은 결국 ‘한강 수원’을 생각해서 들어오는 것이다. 반도체가 부산‧광주‧대구‧ 곳곳에 있어도 될 것처럼 다들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니다. 한강 수역이 아니면 입지가 좀 불안정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물의 양과 질이 풍부해야 한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에 물 이야기를 하면서 반도체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반도체 산업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물을 확보하고 그다음으로 인재, 물류 등 확보해야 하는데 수도권은 인력이 풍부하고 국제물류가 활성화 돼있다 보니 경기도 쪽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있다.

최근에 윤석열 정부에서 춘천시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했는데,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인정받는 수열에너지 시스템도 대표적인 물산업 중 하나다. 

물을 먼저 수력발전 형태로 전기를 돌린 뒤, 정수장으로 보내기 전에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로 활용하는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등의 데이터센터가 계속 가동되다 보면 열이 발생하는데, 차가운 물로 이것을 식혀줘야 제대로 돌아간다. 결국 AI의 발전도 ‘물’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처럼, 물산업 측면에서 보면 한강이 가지는 의미는 너무나도 크다. 

과거 삼국시대 때도 그렇고 한강유역을 탈환하기 위해서 그토록 싸우지 않았나. 과거 어느 나라도 한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식수 뿐만 아니라 농업‧산업에 이르기까지 물이 가지는 가치는 그만큼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사진=한국상하수도협회

점차 해외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물산업’ 기업들 
“K-물산업의 미래, 지금부터 미리 치밀하게 준비해야” 
“환경부 뿐만 아니라 산업부‧국토부‧기재부 도움도 필요”

워터코리아는 한국상하수도협회가 만들어지고 곧바로 진행된 역사가 깊은 행사다. 현재 한국상하수도협회가 22주년을 맞았는데, 워터코리아가 올해로 21회째다. 

그전까지만 해도 환경부에서는 ‘물산업’이라 부분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니다 보니 산업 자체보다는 환경 쪽에 확실히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워터코리아를 진행하면서 물산업이라는 것, 그리고 물기업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국제물산업박람회가 환경적으로는 물의 소중함과 중요함,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물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중적으로 확산되도록 돕는 과정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매년 박람회를 찾는 국가들을 보면 점점 다양한 국가에서 대한민국 물산업 기업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30엑스포를 준비하는 사우디만 하더라도 도시 재구조화를 위해 식수와 하‧폐수 처리 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 기업들을 컨텍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도 자카르타에서 수도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기술을 필요로 해서 박람회를 많이 찾고 있다. 

지금 해외수출 관련해서는 코트라(KOTRA)나 코이카(KOICA)가 하고 있는데, 사실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국가적으로 지원하면 좋을텐데 그정도의 치밀성은 부족하다. 

한국상하수도협회의 진광현 상근부회장은 대한민국 물산업의 과거, 현재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결국 ‘K-물산업’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치밀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은 현재, 환경부 한 곳에서만 물(Water)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다양한 부처와 기업들이 물이 창출해내는 가치에 대해 들여다보고 미래가치 창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굵직굵직한 세계 역사가 강, 물길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 시스템을 얼마나 제대로 구축하느냐가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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