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는 무슨 죄?…한국마사회, 차라리 JRA와 콜라보 했더라면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카카오게임즈(대표 한상우)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웰메이드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난데없는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경기 평택을)이 한국마사회의 여성 임원수가 0명이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우마무스메’를 언급했는데, 정작 문제의 핵심인 ‘저작권 침해 문제’가 아닌 성 비위 문제로 끌고 가면서 게임업계 내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 헤프닝으로 넘어가기에는 여전히 게임산업에 대한 국회의 이해도가 매우 떨어져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도 나아가 ‘지적재산권(IP)’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 그리고 정부에서 경마산업 부흥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들을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국회에 계신 의원님은 ‘게임’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말을 여성 캐릭터로 의인화 시켰다는 사실이 다소 불편했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우마무스메는 침체되고 고령화된 일본 경마업계를 다시 부흥시키고 경마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일본 농림수산부 대신(장관)이 경마 홍보의 예시로까지 언급한 ‘웰메이드 컨텐츠’다.
특히 우마무스메는 서브컬쳐 시장을 노린 모바일게임 임에도 실존마의 관리회사 측과 협의 하에 ‘경주마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성 상품화 같은 2차 창작 행위는 이례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의원님이 지적했던 성 상품화 우려와는 사실 거리가 멀다.

한국마사회, 2023년 우마무스메 유사 이미지 공개
저작권 논란 속 삭제…이병진 의원, 성인지 감수성 언급?
게임이용자협회 “게임에 대한 이해 충분하지 않아” 비판
논란의 시작은 2023년 5월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마사회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 경마계에서 현역으로 뛰는 경주마와 은퇴한 명마를 소재로 한 우마무스메 유사 이미지를 게재했다. 여기에는 라온목장 출신의 명마 ‘라온더파이터’와 2019년 대표주자 ‘닉스고’ 등이 포함됐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한 것도 아니고 AI로 만든 결과물이다보니 퀄리티도 떨어져 이는 되려 우마무스메 팬덤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마사회는 이같은 이미지를 유튜브 채널 뿐만 아니라 경마장 전광판에다 올리는 기행을 벌였고, 기존 경마팬들로부터도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저작권’ 문제였다. 우마무스메를 만든 일본 게임사 사이게임즈 또는 국내 운영사 카카오게임즈로부터 허가를 받기는커녕 JRA(일본중앙경마회)와의 소통 없이 이러한 컨텐츠를 마음대로 올려도 되냐는 날카로운 지적들이 쏟아졌다. 논란을 의식했는지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2024년 7월16일, 돌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 때아닌 성인지 감수성 문제와 함께 우마무스메가 등장했다.
회의록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은 마사회에 ‘여성임원’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것을 제가 지적하기 위해서 한번 질문을 드리겠다. 우마무스메라는 말 무슨 말인지 알지요?”라고 물었다. 그는 “영상을 단순히 저작권 때문에 내렸느냐”, “저작권 문제만 있는 게 아니지요?” 라며 “지금 일제의 잔재를 계속 이어갈거냐”고까지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컷 말들을 모두 어린 미소녀로 의인화‧캐릭터화 시켜 가지고 짧은치마, 스타킹, 구두를 신게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가슴이 노출된 의상, 수영복 차림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광고한다고 영상을 만들었다. 공공기관 유튜브에서 이런 것이 공공연하게 나오면 되냐 안되냐”며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 그리고 남성 중심의 기관문화가 없지 않아 있다는 얘기를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 힐난했다.
해당 내용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려지자, 게임이용자협회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는 우마무스메가 2022년부터 한국 청소년도 플레이할 수 있는 ‘12세 이용가 게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병진 의원이 K-콘텐츠의 긍정적 사례로 언급했던 웹툰이나 K-드라마, K-팝 아이돌 등을 살펴봐도 의인화 사례나 수영복, 짧은치마 정도의 노출은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게임에 대해서만 유독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 날을 세웠다.
JRA와의 협업으로 ‘현실고증’ 극대화한 우마무스메
한국마사회 뭐하나…스토리텔링에는 손 놓고 고작 표절?
국회도 마사회도 ‘경마의 가치’ 국민들에 설명하긴 역부족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일본 경주마를 의인화시킨 캐릭터를 육성해 경주에 출전시키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이렇게 까지나 현실 고증을 한다고?’ 싶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캐릭터들의 의상은 당시 기수가 입었던 옷과 원본마의 털색 등을 활용해 만들어지고 캐릭터 성격은 실제 원본마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버릇이나 성향 등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뿐이 아니라 실제로 원본마가 경기에서 잘 사용하던 전법, 달릴 때의 특징 같은 사소한 부분들까지도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해냈으며 마장, 경기장 상태, 거리, 날씨까지 그대로 반영했다. 원본마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담아 ‘스토리텔링’이 우수하다는 평까지 받았다.
예시를 한번 들어보자. 일본에는 ‘사일런스 스즈카’라는 명마가 있었다. 일본 경마계의 레전드 기수 ‘타케 유타카’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는 스즈카는 1998년 천황상 가을(G1) 경기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그야말로 대도주를 하다가 다리 분쇄골절이 발생해 경기 후 안락사 됐다.
통상적으로 경기 도중 골절이 발생하면 말이 넘어지면서 기수까지 크게 다칠 수 있는데 스즈카는 당시 기수였던 타케 유타카를 보호하기 위함인지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침묵의 일요일(沈黙の日曜日)’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일본 경마계에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우마무스메는 사일런스 스즈카, 그리고 팬들의 염원인 ‘만약에(if) 스즈카가 그대로 도주했더라면’을 인게임에서 현실로 고스란히 구현해냈다. 사일런스 스즈카 캐릭터가 천황상 가을에서 승리하면 아나운스가 “영광스러운 일요일(栄光の日曜日)의 주역은 사일런스 스즈카!”라고 외친다. 침묵의 일요일이 아닌 영광스러운 일요일의 주역이라는 말은 수많은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이는 우마무스메의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예시로 꼽힌다.
실제로 우마무스메 열풍에 힘입어 젊은 층들이 경마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목장들이 퇴역마들의 근황을 SNS에 올리면 사람들이 찾아와 관심을 갖는 등 선순환이 이어졌다. 일본 농림수산부 대신(장관)도 우마무스메의 경마 홍보 효과를 직접 언급했을 정도로 호평이 이어졌다.

이같은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JRA(일본중앙경마회)가 ‘우마무스메’ 제작진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고증 관련 자문을 제공하거나 마주(馬主)와 게임사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국회에서 ‘우마무스메’를 이용해 한국마사회를 비판하고 싶었다면, 우마무스메 유사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JRA 또는 사이게임즈‧카카오게임즈와 소통이 있었는지를 먼저 묻고 한국마사회가 국내 경마산업의 부흥을 위해 지적재산권(IP)을 좀더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AI로 성의없이 캐릭터를 만들어서 관심 한번 끌어볼까 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비용을 치르고 정식으로 콜라보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우마무스메의 캐릭터 메지로 맥퀸, 메지로 라이언, 메지로 파머, 메지로 도베르, 메지로 라모누 등을 배출한 ‘메지로 목장’처럼 라온더파이터, 라온퍼스트, 라온더스퍼트 등을 배출한 제주도의 ‘라온목장’을 재조명 한다든지. 일본에 ‘일본 총대장 스페셜 위크’가 있다면 한국에는 ‘닉스고’가 있다는 식의 스토리텔링이 얼마든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우마무스메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나아가 경마산업을 다시 부흥시킨 저력은 결국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한국마사회가 ‘경마의 가치’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점들을 국회가 지적하고 이 부분에 대해 도움을 줬다면 성인지 감수성 같은 황당한 논란은 없지 않았을까.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으시군요!
훌륭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