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홈플러스’의 몰락…유통 공룡이 기업회생 밟기까지
[기업Hi스토리] ‘홈플러스’의 몰락…유통 공룡이 기업회생 밟기까지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5.03.11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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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국내 대형마트 3대장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시장 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홈플러스에 입점한 중소업체들과 협력업체들, 투자자들까지 줄줄이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정부에서는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이렇다 할 자구노력 없이 불시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전인 지난달까지도 CP(기업어음)를 발행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 이후에도 홈플러스 점포를 계속 정상운영한다는 MBK파트너스 측의 입장이 현실성 없는 공염불로 들리는 이유다. 

삼성 모태로 시작해 테스코, 사모펀드의 품에 안기기까지
2015년 MBK파트너스가 인수…꺾여버린 전성기, 돌아오지 않았다

홈플러스의 역사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삼성 홈플러스’ 1호점을 대구에 열면서 시작됐다. 초창기에는 홈플러스 로고 밑에 삼성이라 쓰여져 있었지만, IMF 사태를 겪으며 삼성물산이 1999년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TESCO)에 경영권과 지분 49%를 넘겼고 삼성테스코 합작법인으로 새 출발했다. 

이후 삼성물산이 남은 지분을 순차적으로 테스코에 매각하면서 2011년 기준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100% 자회사가 됐다. 

홈플러스가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동남권을 중심으로 한 아람마트를 인수하고, 이후 2008년에는 이랜드그룹의 대형마트 홈에버(옛 까르푸) 매장 36개를 2조3000억원에 일괄 매입하면서부터 였다. 실제로 전성기 시절 홈플러스는 전국에 140개를 넘어서는 대형마트와 370여개의 슈퍼마켓 체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을 거느렸다. 

홈플러스 CM송 관련 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홈플러스 CM송 관련 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홈플러스~ 플러스 가격이 착해~ 홈플러스~ 플러스 행복이 더해~’라는 중독성 있는 음과 가사 때문에 안 불러본 사람이 없다는 ‘홈플러스 CM송’ 역시도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대히트 했다. 실제로 해당 CM송은 BTS를 탄생시킨 방시혁이 작곡하고 뮤지컬 배우 유리아 씨가 불렀던 것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생활에 플러스가 된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저렴한 가격과 혁신적인 도전들로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갔던 홈플러스였지만, 테스코 영국 본사가 회계부정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알짜기업이었던 홈플러스는 2015년 무렵 매물로 시장에 나오게 됐다.

시장에 나온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였다. 2015년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이라는 값을 치르고 홈플러스를 품에 안았다.

과도한 인수 차입금, 끝내 발목 잡았나…MBK파트너스의 실패 
제때 투자했던 이마트, 매각에만 열올린 홈플러스…엇갈린 결과 

홈플러스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대형마트의 몰락’이 서서히 현실화 되는 분위기였던 만큼, 고가매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해외 연기금 등의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사모펀드 특성상 배당이나 매각으로 이익을 회수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 인수비용 중 실투자금(블라인드 펀드)이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인수비용의 절반 이상이 홈플러스 명의의 은행권 대출이었다는 점들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 요소로 거론됐다. 

이러한 관측들은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전성기 시절 9조원 가량이었던 홈플러스 매출은 ▲2016년 6조6067억원 ▲2017년 6조6629억원 ▲2018년 6조4101억원 ▲2019년 7조3002억원 ▲2020년 6조9662억원 등으로 꾸준히 답보상태였다. 지난해 매출은 7조462억원이었다. 

홈플러스 영업이익 역시도 인수 직후인 2016년 당시에는 3090억원이었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적자전환한 이후 4년 연속(2021년~2024년)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돼왔다. 

/그래프=박영주 기자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매출은 6.6조에서 7.2조 사이를 왔다갔다 했고, 영업이익은 2021년을 기점으로 적자전환해 계속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그래프=박영주 기자

경쟁사인 이마트가 위기 속에도 본업 경쟁력 확보에 몰두하며 대대적 투자를 단행할 때도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손을 놓은 채, 매장수를 줄여가며 자산 매각에만 열을 올려왔다. 

물론 MBK 측에서는 먹튀 논란에 선을 그으며 “우선주 투자자들에게는 연간 100억~300억원의 배당금이 홈플러스로부터 지급됐지만, 후순위 보통주 투자자인 MBK는 배당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점포 매각 역시도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는 사용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도한 인수 차입금이 결과적으로 실적 하락은 물론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대금 지급 우려 때문에 납품 중단을 결정했던 주요 업체들도 하나둘씩 납품을 재개하고는 있지만, 홈플러스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필드 등 자회사를 통한 오프라인 경험 극대화,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를 중심으로 한 실적 견인을 이끌어 낸 이마트와 달리 적기에 투자하지 않은 홈플러스에는 돌파구가 없는 실정”이라며 “경쟁사들과 비교해 내세울 만한 강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실적이 반등하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아쉬운 평가를 내놓았다.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상, 홈플러스에게 남은 것은 점포 정리와 인력 구조조정 등의 뼈아픈 조치 뿐이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MBK파트너스에 회생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 있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책임을 따진다는 입장이지만 한때의 유통 공룡 홈플러스의 몰락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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