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바꾸는 청년들의 도전 1] "가격을 내려도, 울릉도의 가치는 올라간다"
[섬을 바꾸는 청년들의 도전 1] "가격을 내려도, 울릉도의 가치는 올라간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5.08.20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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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지·불친절' 울릉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2세들의 도전
- 정육점, 식당에서 시작된 울릉도의 변화... 청년 네트워크로 확산

  

울릉도가 고향인 사람도 육지와 비교했을 때 너무 비쌌다는 삼겹살.  사진은 울릉도의 한 식당에서 판매했다는 비계삼겹살로 120g에 15,000원이다. 저동의 백정 정육점에서는 100g에 2,400원, 87 상회에서는 점심에 판매하는 비계장 정식이 1인분 1만원이며, 리필이 가능하다. /이미지=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처음 시장 조사해 보니(2021년) 삼겹살 100g에 3,000원에 파는 거예요. 당시만 해도 밖(육지)이랑 비교했을 때 엄청 비쌌어요. 그래서 가격을 내리면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죠."

삼겹살 가격 경쟁, "내리니까 따라오더라"
울릉도 저동에서 2023년부터 '백정'이라는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훈 대표(39). 그는 정육점을 시작하기 전 대구에서 무급으로 1년간 정육 기술을 배웠다. 그의 첫 도전은 삼겹살 가격 경쟁이었다. 다른 정육점들이 100g에 3,000원에 판매할 때, 박훈 대표는 100g에 2,400원에 판매했다. 다른 곳보다 20% 싸게 판매한 것이다. 당시의 가격으로 보면, kg당 6,000원이나 저렴한 것이었다.

박훈 백정 정육점 대표는 "삼겹살 가격을 다른 정육점에 비해 20% 내렸는데, 3개월이 지나니까 다른 곳에서도 가격을 내렸다"고 말했다. /사진=조용식 기자

"3개월 정도 지나니까 다른 정육점들도 삼겹살 가격을 2,500원으로 내리더라고요. 지금도 우리 동네 분들은 다른 동네에 비해 고기를 싸게 사드실 수 있게 되었죠."

울릉도 사동항의 음식점 '87 상회'에는 요즘 비계장 정식이 핫하다. 점심에만 판매하는 비계장 정식은 ‘비계장’이라는 소스와 함께 푸짐한 수육이 나오는데, 수육은 리필이 가능하다. 추가로 먹는 공깃밥도 점심에는 무료. 비계장 정식 가격은 1인 만원으로 물가 비싼 울릉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점심 메뉴인 것이다.

'87 상회'를 운영하는 원수진 대표(39)는 "울릉도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라며 "비싼 곳도 있지만, 저희 청년들처럼 저렴하고 맛있게 파는 식당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원수진 87 상회 대표는 "울릉도의 고질적인 문화, 바가지와 불친절을 바꾸기 위해 1인 1만원의 비계장 정식을 판매하고 있다. 저희 청년들처럼 저렴하고 맛있게 파는 식당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조용식 기자

‘비계장’은 울릉도의 옛 어른들이 배고팠던 시절에 먹던 울릉도 토속 음식이다. 콜라겐 덩어리인 껍데기와 1cm 비계를 불에 가열하면 야들야들해서 고기 대신의 식감이 난다. 여기에 된장과 다른 재료 등을 함께 섞어 강된장을 만들어 밥이랑 같이 먹는 것. 강된장 레시피는 친구 어머니의 조언을 받아 개발되었다고 한다.

여행패턴이 변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다시 단체여행객들만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울릉도가 고향인 청년들이고, 동갑네라는 점이다. 울릉도는 예전부터 '바가지', '불친절'이라는 말이 늘 따라붙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바가지', '불친절'이라는 말을 듣고, 보고, 자란 울릉도 출신의 2세들이다. 20세 시절 울릉도를 떠나 사업과 직장 생활을 했던 이들은 코로나가 끝나는 시기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울릉도 해안 절경을 보여주는 관음도와 출렁다리. 그리고 삼선암이 보인다. /사진=조용식 기자
울릉도 해안 절경을 보여주는 관음도와 출렁다리. 그리고 삼선암이 보인다. /사진=조용식 기자
울릉도의 3대 절경 중의 하나인 관음도의 쌍굴. 코발트 빛 바다 위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울릉도의 3대 절경 중의 하나인 관음도의 쌍굴. 코발트 빛 바다 위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대한민국 10대 절경의 하나로 선정된 대풍감의 모습. 울릉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이다. /사진=조용식 기자
대한민국 10대 절경의 하나로 선정된 대풍감의 모습. 울릉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이다. /사진=조용식 기자

그 당시 울릉도는 관광객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코발트 빛 바다와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는 울릉도를 찾은 것이다. 2022년에만 46만1,357명의 관광객이 울릉도를 방문했다. 울릉도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찾은 해이다.

단체 여행객 일변도였던 울릉도가 코로나19로 인해 개별 여행자가 늘어나 울릉도의 여행패턴이 변했던 시기였다. 캠핑과 트레킹, 다이빙을 즐기러 젊은 여행자들이 울릉도를 찾았으며, 친구나 가족여행자들로 붐비던 시기였다. 

물론 그 시기에도 ‘바가지, 그리고 불친절’이라는 꼬리표는 끊이질 않았다. 다만, 여행의 패턴이 변하면서 울릉도가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이들이 고향인 울릉도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울릉도의 시계는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2023년 5월 코로나 종식이 선언되면서 울릉도에선 개별여행자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쳤다. 단체 여행객들이 다시 밀려들게 된 것이다. 울릉도의 고질적인 문화가 다시 고개를 들은 것이다.

"울릉도의 고질적인 문화를 바꾸자", 2세들의 함성은 시작됐다
이 모습을 지켜본 두 청년은 울릉도에서 사업을 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나 ‘울릉도의 고질적인 문화’를 바꿔보자고 이야기하며 청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6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1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직장인을 비롯해 식당, 호텔, 정육정, 특산품 판매, 수제 맥주, 향수와 화장품, 여행사, 울릉도 고로쇠 등.

그런데 이들에게 올여름은 유난히 어려운 시기로 다가왔다. 7, 8월 성수기를 기점으로 '비계 삼겹살', '불친절한 숙박 서비스', '바가지 택시 요금' 등 울릉도 여행의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 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 됐어요. 이번 기회에 울릉도의 나쁜 관행들은 싹 다 욕을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울릉도가 정신을 차리지요." -여행사 대표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쉽게 바뀌지 않겠지요. 하지만, 저희가 하나씩 바꿔나간다면, 청년들을 따라서 바뀌려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정육점 대표

“어느 관광지든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습니다. 못하는 부분이 더 자극적이지만, 한 가지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진짜로 이 섬을 바꾸고 싶어 노력하는 청년들이 정말 많습니다. 조금 젊은 세대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숙박업소를 이용해 보시면 인식이 달라질 겁니다.” - 식당업 대표

고향인 울릉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한 청년들의 진정성 있는 도전기는 호텔, 여행사, 특산품, 수제 맥주, 향수, 고로쇠 등을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로 계속 이어져 간다. 왜냐하면, 울릉도의 미래는 이런 청년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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