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그리스 신화에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날다가 떨어져 바다에 추락해 죽은 이카루스 이야기가 있다.
천재 기술자인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 준 날개로 미노스 왕의 ‘미궁’에서 탈출했으나 하늘 높이 날면 밀랍이 녹아 날개가 떨어진다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태양 가까이 날다가 추락사했다는 이야기다.
하늘 높이 날아 오르다가 ‘자만’으로 인해 스스로 추락하는 개인·집단·조직·기업들에게 일종의 경종을 울리는 스토리로 알려져 있다. 재계 40위 권에서 연초 27위로 급부상한 한국앤컴퍼니그룹에 최근 이 같은 경종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초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자산규모 10조원의 세계적인 자동차 공조시스템 기업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총자산규모와 맞먹는 '대어'를 자회사로 인수했는데, 이 회사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수익구조로 인해 한국타이어의 자금이 계속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의 탄탄한 재무구조로 아직 걱정할 수준인 아니지만 한온시스템의 사업경쟁력 향방에 따라 자칫 ‘승자의 저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온 배경에는 한온시스템의 불안정한 실적으로 ‘돈먹는 하마’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의 연결기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53억원으로 전년 동기 1036억원 대비 –17.7%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기순이익도 –376억원으로 전년 –210억원보다 더 악화했다.
반면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5조4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9645억원보다 10.3% 상승했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에도 원가 및 비용부담이 컸던 탓으로 수익성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지난달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증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후 1년도 되지 않아 주주들에게 또 손을 벌리고 있어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유상증자의 이유는 채권단과의 차입금 약정 위반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257%, 레버리지 비율을 5.32배 수준으로 채권단을 대상으로 한 약정사항(부채비율 225% 이하, 레버리지 비율 4배 이하)이 유상증자 결정의 핵심 이유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과의 약정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또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온시스템은 이번 유증에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한다고 했다. 지분율 54.77%를 보유한 한국타이어도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3000~5000억원을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에 또 투입해야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타이어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지만 대부분 해외 계열사 사업장에 투자한 상황이라 실제 현금유동성은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1822억원이지만 여기에는 유상증자 대상인 한온시스템이 보유한 7886억원도 포함돼 있다. 또, 해외 사업장들의 재무상태를 포괄하고 있어 한국타이어가 실제 투입할 수 있는 현금은 별도기준 재무상태표를 살펴봐야 한다.
한국타이어의 별도기준 재무상태표 상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월말 864억원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지난달 창사 후 최초로 중간배당 시행을 발표했다. 9월 중 주당 800원의 중간배당을 시행하는데 여기에 976억원의 현금을 지출하게 된다. 7~8월에 금융기관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을 추가로 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현금 유동성은 바닥인 상황이다.
물론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매출채권이 1조4741억원이지만 비슷한 규모의 외상매입금인 유동매입채무가 있어 사업에 필요한 일정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적어도 수 천억원의 별도 현금유동성이 확보되어야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54.77% 인수를 위해 이미 2조9000억원의 현금을 투입한 상황이다. 여기에 또 수 천억원의 현금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타이어에게는 한온시스템이 ‘돈먹는 하마’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온시스템의 수익성개선이 가장 큰 숙제다. 이 회사의 실적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잘 나가던 한국타이어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온시스템의 유증부담이 한국타이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모두 낮추는 의견을 냈다.
또, 한국타이어가 밝힌 2027년까지 35%의 배당성향으로 확대한다는 ‘주주환원’ 정책 실현도 자칫 한온시스템이라는 장애물로 물거품이 될 우려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